[집 잃은 개] (52) 불리한 처치 ②
발행일1966-10-02 [제537호, 4면]
(그 다음에는 잘 수 있다고 말했지… 그리고 이 작자가 크게 말할 적에는 냄새가 더 나더라!)
『그저께 아침 다섯시, 「강벳다」광장 그렇지?』
『그래요. 그 담엔요?』
『「그 담엔요?」라니, 누가 누구를 심문하는거냐? 진짜.』
『자네가 아무래도 잘못 걸려든 것 같네』
마르쎌 경관이 벌겋고 털이 많이 난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애는 하도 졸려서 아무 말이나 대답할걸세. 그리고 또 지금 그애는 자네말을 무슨 옛날이야기나 되는 것처럼 듣고 있단 말이야…』
『나 하는대로 버려두게!』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
알랭 로베르는
『예, 그래요』
하다 보니까 새벽네시에는 은행도난사건의 공범이 되고 말았다. 아홉시에는 연락을 받은 「꽁삐애뉴」의 검찰청에서 소년을 압송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하오 세시에 소년이 검찰청에 인도되었다. 그러나 소년재판관은 「보뵈」에 주재하고 있어 이튿날이나 되어야 알랭 로베르를 심문할 수 있을 것이었다. 「쎈타」나 아동보호원이 없기 때문에 「꽁삐애뉴」의 재판관은 그 지방의 병약하거나 불치의 병에 걸린 노인들을 수용하는 양로원에 소년을 임시로 맡겼다. 그것은 큰 진보였다! 몇해전만 해도 소년은 감옥에 갇혔을 것이다. 한 감방에 열 두명이나 집어넣어 쥐사냥이나 선배들의 교훈이 되는 이야기나 그 어떤 놀음이나 일삼는 그런 감옥… 그렇지 않으면 정신병원 높은 담뒤 미친사람들 가두는 방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열한살 먹은 알랭 로베르는 그러니까 운이 좋아서 다만 호호 늙은 할아버지들 사이에 보내지기만 했는데, 그중 대엿명은 죽어가는 노인들이었다. 거기에는 다른 「피의자」 세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미치도록 심심해서 노인들에게 할 수 있는 박해란 박해는 다 가했었고 그들에게서 오는 온갖 보복도 이미 받았었다. 그 닫힌 창문들 뒤에서는 미움과 욕설과 도둑질과 불면증 속에서들 살고 있었다. 짧은 바지 입은 죄수들 중의 맏이인 페르낭은 오줌과 붉은 포도주 냄새를 풍기는 그들의 왕국을 신병에게 구경시켰다.
『죽을 늙인으들은 그 손수건을 보면 알 수 있어. 손수건을 잠시도 놓지 않고 줄곧 입을 닦고 있거던… 자 가령 저 늙은이 말이다. 이젠 재미있는거 하나 보여주마. 저 작잔 말이다. 침대에서 「누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경련을 일으킨다! 자봐! …재미있지 않아? 또 한가지, 야, 소리 좀 내지말고 오란 말이야!… 저 구석침대에서 눈가리개를 하고 코를 골고 있는 저 늙은이 말이다. 가서 눈가리개를 벗기고 들여다봐! …그렇게 하라니까, 코를 골고 있지 않아?…』
알랭 로베르는 떨리는 손으로 자는 사람의 눈가리개를 들쳤다. 여름 하늘처럼 움직이지 않고 빛나는 파란 눈 하나가 그를 또가로 쳐다보고 있었다…
『애꾸야! 너 참말이지 잘 꾸몄다. 이거 봐 할아버지, 깨요 어서!』(큰놈이 이제는 애꾸 옆의 노인을 힘껏 흔드는 것이었다. 늙은이는 숨이 막히면서 잠을 깼다.)
『자게 내버려둬』
하고 알랭 로베르는 역정을 내며 말했다.
『천만에! 이 늙은인 말이야, 하루종일 졸기만 하다가 밤이 되면 이방 저방 돌아다닌단 말이야. 침애 머리맡 탁자 서랍들을 뒤지고 미친개 모양으로 침대마다 오줌을 누고… 이 더러운 늙은이 그렇지 않아?』
『입 닥쳐! 네 할아버지가 될지도 몰라!』
소년은 끌레망쏘를 생각하며 말했다.
『저거봐, 벌써 도로 잠드었지… 아니야, 진짜 할아버지는 윗층 방에 가면 만날 수 있어. 가까이 가서 「미쎌!… 쟌!…」하고 말해봐. (이건 그 할아버지의 손자들 이름이야) 그러면 어떻게나 얼굴을 찌윽리면서 울기 시작하는지 꼭 배꼽을 쥐고 웃는 것 같아… 올라가자! 너 시험해봐…』
『난 흥미 없어』
『너도 나처럼 여기서 열흘 이상을 썩고 나면 흥미가 없을나는지 알 수 있을거다! …제르맨, 잘 있었어>』
건장한 처녀 한명이 팔다리를 내논채 방을 지나가고 있었다.
『누구냐?』
알랭 로베르가 물었다.
『꼭 말 같구나』
『제르맨이야. 그 기집애가 있길 다행이지! 내 말 들어봐… (그는 두손을 메가폰 모양으로 모아 가지고 소년의 귀에다 속삭엿다) 그 기집애 블라우스 밑에 아무것도 안입었어…』
『그럴리가!』
『그렇다니까!… 그애가 저 윗층에서 우리 곁에서 자는데 어떤 때는… 가만 있어!』
그는 알랭 로베르의 팔소매를 붙들고 층예 밑으로 끌고 가서는 주머니에서 분필조각을 꺼내더니 벽에 외설한 그림을 그렸다.
『이거 뭔지 아니?』
『몰라, 어… 대포?』
『바보자식!』
페르낭은 몹시 업신여기는 투로 말했다.
『너 혼자서 알아내봐, 자아!』
이렇게 말하며 제르맨 쪽으로 사라졌다.
『페르낭이 누구와 비슷한가?』
소년은 생각해 보았다(그 마디 굵은 손, 차디찬 시선, 그리고 그 입술 …아니! 입술이 없어! …「까이드」다! 「까이드」와 비슷하다 …아아! 제발 마르끄가 다시 「까이드」의 친구가 되지 말았으면!… 아아! 제발 올라프가 나았으면!… 그리구 제발 「까디」가…)
소년이 이렇게 그 알 수 없는 벽화 앞에 꼼짝 않고 서서 그의 유일한 기도가 되는 「제발」을 연상 외우고 있는데 어깨가 단단히 그러면서도 다정하게 붙잡히는 것을 느꼈다.
『네가 이걸 벽에다 그렸니?』
소년이 돌아서니 그 넓적한 제르맨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그 축축한 두꺼운 입술, 웃음 짓는 그의 눈- 마치 식인귀의 얼굴이었다.
『내가 그런거 아냐요.』
『요 깍정아!』
소녀는 그를 끌어당겼다. 소년은 그 여자의 더운 육체를 감각했다. 페르낭의 말은 참말이었다. 블라우스 밑에는 알몸이었다… 그는 파나마의 리따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다시 그의 심장이 명치끝에서 뛰며 다리에 맥이 탁 풀였다. 그는 얼굴이 벌개졌다. 그리고 그의 두손은…
『뭘 찾는거냐?』
제르맨은 은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청하기만 해! 자아…』
그는 환한데로 등을 돌려대고 재빨리 블라우스의 윗쪽 단추를 뺐다. 그의 유방이 소년이 얼굴에까지 굴러내려오는 것 같았다. 엄청나게 크고 몹시도 희었다. 소년은 손을 그쪽으로 가져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손을 이내 도로 내렸다.
『용서해요…』
그는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뭘 말이지?』
제르맨이 웃으며 말했다. (그 여자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재빨리 도로 끼었었다.)
『넌 조숙할 권리가 있단 말이야! 넌 사랑의 아이거던!』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부모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적에 아무한테도 말을 물어보지 않았단 말이야!』
『우리 부모하고 당신 이야기하고 아무 상관도 없어요!』
소년은 몹시 부끄러워서 대꾸했다.
『왜 내숭을 떠니?』
그 여자는 여전히 웃으면서 물었다.
『야아! 너 정말이구나, 자아!』
그 여자는 자기의 입을 소년에다 갖다댔다. 빠져나올 수가 없다! 소년은 숨이 막혔다. 그느 입술을 짓이기는 커다란 이빨과 그리고 달팽이처럼 그 입술을 뚫고 들어가려고 하는 식인귀의 혀를 - 그래 이 여자의 혈수밖에 없어! - 감각했다. 소년은 구역질이 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제발 물러났으면!…』
그 여자는 마침내 숨을 식식거리며 물러났다.
『이젠 내 말을 들어라!』
그 여자는 별별 몸짓을 써가며 말같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어떻게… 아니야! 그건 너무 어리석고, 너무 더럽고 너무 복잡했다!
『왜 나한테 그걸 이야기 하는거야요?』
『네가 언젠가는 그걸 배워야 하니까, 그러지! …내 말을 들어라…』
(그 여자는 다시 얼굴을 가까이 갖다댔다. 소년은 벌써 「제발…」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고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하려는 것 뿐이었다 …『오늘밤에 이내 잠들지 말아, 찾으러 갈테니까… 내 가르쳐주께…』
『싫어요! 더러워요!』
알랭 로베르는 말했다.
『더러워?』
그 여자의 얼굴이 굳어지고 눈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잘못을 저지르다가 들킨 여학생 같았다. 그래서 소년은 갑자기 겁이 났다. 혹은 동정이 갔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