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34) 한국교회를 키운 빠리외방전교회
빠리외방전교회에 전시된 遺品(유품) 속에 군란의 暴惡相(폭악상) 如實(여실)
내가 저지른듯 섬짓해져
한국과 다른 歐洲(구주) 공산주의자
발행일1966-10-09 [제538호, 3면]
한국땅에 진리의 씨를 뿌리기 위해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님들은 별의별 고난을 다 겪었다는 얘기는 우리나라 최근세사를 통해 익혔던 터였다. 그러나 막상 그 외방전교회 본산지에 와보니 가슴이 뭉클한 것을 느꼈다.
우중충한 방에 외방전교회의 신부님들이 타국에 가서 겪은 가지가지 박해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프리카 지방에 가서 치명한 신부님의 유품(遺品)도 눈에 보였고 치명할 때의 광경을 그린 그림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 눈이 가자마자 섬짓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한국에서 치명한 이들의 유품, 서신, 그림, 박해때 사용한 칼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 전시장에 전시된 나라로는 가장 많은 전시품이 있는 것으로 보인 것은 내 나라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을까?
반가운 생각이 들면서 어쩐지 이상야릇한 생각에 잠겨진다. 복음의 씨를 전해준 그들에게 안겨준 선물이 참수(목을 벤 치명)였고, 주리트는 일이었고, 칼로 베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저지른 일처럼 부끄럽게 생각되기만 했다. 우리 한국교회의 주춧돌이 되고 가신 님을 위해 잠간 묵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바오로 본부>
한국수녀원의 개척을 한 바오로 수녀원의 본부엘 갔다. 수녀원 성당엘 가니 아침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성당이란다. 성당 안에는 가다리나 수녀님의 시체가 유리관 속에 안치되어 있었다. 수녀복장을 그대로 한 채 잠들고 있는 모습 그대로이다. 참례자가 줄지어 있는 것은 가다리나 수녀님의 시체를 구경하기 위한 호기심찬 눈 뿐만은 아닌상 싶었다.
불란서도 가톨릭국가이다. 불란서 혁명 이후 가톨릭전반에 걸쳐 다소 상처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들 생활 밑바닥에는 가톨릭 정신이 도사리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백년전쟁때는 영국군에 점령당한 일도 있는 「빠리」이긴 하지만 16세기에 이르러 학예면이나 미술면 뿐만 아니라 가톨릭의 총본산 구실까지 한 「빠리」이기도 한 것이다.
『신부님! 여기 사람은 전부 교우들이겠죠?』
『그야 대개 영세들은 하지만…』
『아니 영세들은 하지만이라뇨?』
『영세한 빨갱이들도 있으니까 말요』
『그래요? 빨갱이가 그렇게 많아요?』
『많다는 것 보다 자유로운 나라니까 공산사상을 가진 사람도 꽤 있다는거죠』
이 리노 신부님은 불란서 공산주의자 얘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빨갱이라 하지만 한국의 공산주의자처럼 잔악하지는 않고 자기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빨갱이 들이죠』 하는 것이었다.
<빠리의 빨갱이>
집에 돌아와 보니 미술가 이세득씨가 와있다. 이 신부님 방에서 커피를 나누면서 「빠리」의 미술계 얘기를 들었다. 저녁엔 김흥수 화백의 초대를 받고 이 신부님과 함께 찾아갔다. 택시를 불렀다. 운전사는 얼굴빛깔이 색다른 우릴 보고 대끔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대개의 경우는 중국사람이냐? 그리고 난 뒤 아니라면 그럼 일본사람이냐?고 묻는 것이 보통인 것이었다.
『어떻게 바로 한국사람인줄 알았느냐?』니까 말소리가 그렇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한국을 잘 아느냐니까 한국전선에 나간 일이 있어 잘 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떠벌리는 것이었다.
『…한국의 이승만은 아주 나쁜 사람이야. 독재자이고 고집이 세고 한국민족들은 영웅으로 아는 모양이지만 나쁜 사람이란 말야… 진정한 민주주의는 북조선에서…』하고 뇌까리는 품이 약간 수상쩍다.
신부님은 재빨리 불란서말로 수다를 떠는 운전수에
『차운전 조심해요』
하고 주의를 시켰다.
그리고 나서 신부님은 나한테
『저 친구 빨갱이군』
하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운전사의 수다는 여전했다. 드 골에 대한 비방서부터 이러다간 우리 불란서도 얼마 안가 망할 것이라는 등,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 안되는 나라는 망한다는 등 떠들어댄다.
『아니 빨갱이라면서 어떻게 한국전선에 와 공산괴뢰들하고 싸울 수 있었을까?』
나는 저으기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야 내 나라가 불란서이니까 불란서 사람이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해야잖아요. 그러니까 한국에 가서 불란서가 싸운는 것은 내 개인 생각으로는 반대지만 가서 공산당들하고 싸울 수 밖에 없지요』하는 것이었다.
이 신부님은
『이것이 불란서 공산주의자들의 생태지요.』
하고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자기의 조국을 「모스코바」나 「북경」으로 아는 한국의 공산죄로들 하고는 사상이 다르고 제나라를 생각하는 빨갱이들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빨갱이들의 말많은 것은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 같기만 하다.
그 운전사는 마침내 떠들고 가다가 하마터면 사람을 칠번 했다.
그리고 나서야 어깨를 한번 으쓱치켜 세우고 입술을 삐죽하고는 수다를 중단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