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53) 불리한 처치 ③
발행일1966-10-09 [제538호, 4면]
『제르맨…』
이렇게 말을 꺼냈다.
『내 나이에 하루종일 저 구질구질한 늙은이들 하인노릇을 하는게 재미있는줄 아니? …다른 일거리를 골라잡아?』
그 여자는 머리를 한편 어깨로 기울이며 덧붙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상대자에게 대답하는 것과도 같았다) -
『하지만 내 일거리를 또 다른 계집애가 할거란 말이야! 아무래도 하난 있어야 하니까… 그리구 그 계집애두 삶을 즐길 권리가 있을거 아니야? 제가 할 수 있는 한도안에서 살 권리 말이야!』
알랭 로베르가 머리를 다시 쳐들었을 때에는 제르맨이 떠난지가 오래되었었다. 그래서 어둠이 내리덮인 가운데에서 그가 본 것은 다만 그 외설한 그림뿐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도 이제는 그에게 비밀이 아니었다.그는 너무 길 소매 안쪽으로 그것을 문지르고 좀더 잘 지우려고 벽에다 침을 뱉았다. 그는 눈이 타는 것 같았고 숨이 약간 막혔다. 그는 눈물이 나오련다는 것을 이내 깨닫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 페르낭이 이야기해 주었던 할아버지를 찾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쉽사리 찾았다. 그래서 그의 손을 잡고
『미셸! … 쟌!…』 하고 속삭였다.
노인은 이내 머리를 흔들면서 울기 시작했고 소년도 그의 손을 놓지 않고 울기 시작했다. 부끄러움 없이 실컷 운다는 것은 가슴후련한 일이었고 한 할아버지와 두 손자를 통정한다고 믿는 것은 아늑한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가끔 눈울 사이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떠듬거렸다.
『미셸과 쟌은 죽은거나 다름 없을거다!』
소년은 이렇게 생각하며 더 세게 흐느꼈다.
그들은 상대편에서 자기의 모습을 보며 저녁식사 종이 울릴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그러자 알랭 로베르는 아무 말도 없이 달아났다.
문까지 와서는 그래도 몸을 돌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울적에는 상판이 우습게 되긴 하는군!』
그러나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식당으로 내려가지 않고 조금 있다가 확실히 정말 확실히 잘 수 있기 위해서 올라가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그 설움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동안 피했을 뿐이어서 이제는 모두 한꺼번에 되살아 나는 것이었다.
『그의 부모들도 「드루」 농장의 짐승들 모양으로 「그짓」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우연히! 아무도 그를 가지기를 원하지도 않았고 그를 생각도 안했었다. 그가 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벌써 어떻게 그를 처치할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기도 전에 버림을 받은 아이…』
그는 다시 울게 되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래서 그의 자존심을 구언해 달라고 증오에 호소했다.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금 이 시간에 해산을 기다리고 있는 마미 생각이 방금 났기 때문에 이 외람된 생각을 멈추었다.
『왜 내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겠는가? 어머니가 나를 버린 건 너무 가난하고 다른 사람들이 못돼 먹어서 어쩔 수 없이 한 노릇이야! 어머니는 그것을 후회하고 있어, 그 증거는 어머니가 나한테 신문을 보내주는 거야…』
그러나 그의 부모들이 「그짓」을 했다는 생각이 그에게서 떠나지를 않았고, 그의 정신은 부끄럽고 아주 상상적인 세밀한 점을 그에게 자꾸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요란스럽게 올라오더니 싸움들을 하고 자리에 들면서도 여전히 서로 욕들을 했다.
『제발 잘 수 있었으면… 제발…』
알랭 로베르는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지 못하고 있는데 문여는 소리가 나더니 신발을 질질 끌면서 누가 가까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배를 깔고 엎디어서 잠을 자는 어린애의 천진한 숨소리를 흉내냈다. 수을 내쉰 끝마다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곁들여가며. 누군가 그에게로 몸을 굽히고 엿듣고 가만히 불렀다. 그는 그 뜨거운 육체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배가 조였다. 그의 손은 무슨 생각을 하고 부들부들 떨렸다.
『자아! 몸을 뒤집고 「깨 가지고」 제르맨을 따라가기는 간단한 일일텐데…』
그의 온 몸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미와 그의 얘기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위선적인 호흡을 계속했다. 그는 사람이 자기 곁을 떠나는 것을 느꼈다. 침애 두개 건너 저쪽에서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살그머니 뜨니 제르맨이 지나가고 그 뒤에는 자리옷바람인 페르낭이 따와가는 것이 보였다.
『「그짓」을 하려는구나!』하고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배는 그 어느때보다도 그를 괴롭혔다. 그는 일어나서 문에 가 엿들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가 그만 두기로 했다. 그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세상에 외톨배기로 있을 적에는 자기자신을 완전히 경멸하는 위험은 무릅쓰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러나 소년의 상상력은 조금전의 그 두 그림자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가 고독과 회환과 수치의 밑바닥에까지 이르렀을 적에 어떤 생각이 어떻게나 세차게 그를 엄습했던지 침대에 일어나 앉을 수 밖에 없었고 그의 심장의 고동소리를(이번에는 제 자리에서! 배에서가 아니라 가슴에서) 똑똑히 듣게 되었다. 동정성모… 그러니까 여지껏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들이 이런 뜻이었구나! 그리고 그분의 흰옷도! 그 여인은 이런 더러운 짓을 하나도 체험하지 않았다.
그분은 깨끗한 채로 있었다. 그분은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결국, 우리가 매달릴 수 있고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그 어떤 분, 제르맨과 페르낭과 파나마의 리타와 비교해서 자기에게 잘 했다고 말하는 어떤 분이었다. 그는 구유속에서 모양으로 침대에 쪼그리고 앉았다. 길 잃은 소년에게는 그것이 성탄이었고 그의 「어머님」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인사드립니다….』
그는 갑자기 아주 새로워지고 마르지 않는 이 말들을 되뇌이는데 어쩌다가는 잘못해서 『천주의 어머님 성 「마미」….』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오래지 않아 잠이 들어 이내 행복한 어린애의 숨소리를 찾아냈다. 숨을 내쉰 끝마다 가벼운 신음소리를 곁들이며…
뚱뚱보 경관이 알랭 로베르에게 도둑질의 공범이라는 것을 설득시키는데에는 십분이 걸렸었는데 보뵈의 아동심판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심증을 가지는 데에는 시간이 덜 걸렸다.
『이 친구야, 나는 너를 직접 「떼르느레」로 도로 보낼 권리가 없다. 너는 다시 「빠리」를 거쳐가야 한다- 하지만 오랜 안걸린다… 하긴』
판사는 덧붙였다.
『이렇게 된 것이 모두 네 탓도 좀 있다. 왜 경관에게 그런 소릴 했냐 말이다… 그래 안다, 알아…』
알랭 로베르는 그러니까 다시 「빠리」로 들어왓다. 짐도 가지지 않고, 방랑자의 흐릿한 눈길을 가지고 너무 긴 옷을 입은 전입자였다. 하긴 그의 옷은 언제나 너무 길 것이니 그가 자랑에 따라서 이미 엄청나게 커진 다른 옷을 그에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곁으로 보기에는 10월의 금빛나는 안개에 묻힌 재판소를 발견한 그날 아침과 같은 소년이었다.
같은 소년!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못하던 그가 그동안 모든 것을 잃었었다 …12월의 이 밝은 아침에 인기척 없는 강 옆길을 지나가는 저 초췌한 소년의 모습을 보라… 언제나 그렇듯이 소년은 모르는 사람 곁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일생에 단 한번 혼자서 「까디」와 함께 걸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실패였다…이제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지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대로 할 것이다. 다시 속박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승차권 이전권 숙박권 서류 도장 등록… 모두가 제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