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6) 노래로 정든 이름들
이국인데도 낯설지 않는 「나폴리」…
「싼타루치아」 나도 모른새 부르며
폼페이, 쏘렌토, 카프리는 절경
발행일1965-10-10 [제490호, 3면]
잔잔한 바다 위로 저배는 떠나간다
노래를 부르니
「나폴리」라네
………
황혼의 바다에는
저달이 비치이고
물위에 덮인
하얀 안개 속에
「나폴리」는 잠잔다
「싼타루치아」 잘있어
서러워 말아다오
………
나는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나폴리」행 급행열차 「라피도」를 탔다.
동반자도 없는 쓸쓸한 기차 여행속에서 나는 한국에서 즐겨 노래 부르던 「먼 싼타루치아」의 노래가사를 씹고 있었다.
어쩐지 아주 정든 고장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로마」역에서 산 닭튀김의 도시락이 있긴 했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황홀해 그만 점심먹는것 조차 잊고 말았다.
「나폴리」의 「센트랄레」역에 도착하고 나니 표받는 출잘구 조차 눈에 안뛴다.
기차표를 사가지고는 제가끔 기차에 오르면 그만이고 기차안에서 한번 차표조사하고는 또 제맘대로 내려 제갈길을 가면 그만이다. 무임승차하는 무리들이 없는것은 그만큼 사회질서가 유지된 때문일까? 나는 영화에서 또 서양사에서 익힌 「폼페이 최후의 날」을 상기시킬 「폼페이」를 거쳐 「돌아오라 쏘렌토」의 「쏘렌토」까지 갈예정이었다.
말이 안통하는 낯선 「나폴리」역 앞에서 나의 여행 「프로그람」을 잠시 정리하고 있었다. 그 혼잡했던 역구내의 인파가 썰물때 처럼 흩어져나가 버린다.
우선 역근처의 「나폴리」 구경을 하기로 했다.
과연 「나폴리」의 물결은 조용했고, 아름다웠다.
『VEDI NAPOLIE POI MUORI!』(나폴리를 보고 죽어라!)
이 유명한 대사를 마음속으로 뇌까리며 세계 3대 미항(世界三大美港)의 하나인 「나폴리」항만을 산책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골목길가에는 빨랫줄이 한국에서 처럼 걸려져 있었다. 마치 만국기처럼 이골목 저골목에서 빨래가 펄럭인다.
다른 도시처럼 빨래를 창밖에 노출시키거나 길거리 쪽으로 널게되면 벌금을 내게되어 있는 벌칙이 없는 도시인가 보다.
노래 가사처럼 하얀 안개속에 「나폴리」가 잠자고 있지는 않았다.
「싼타루치아」 해안은 아름다운 너울에 휘감겨 있는 듯 했고 시내는 먼지속에 뒤덮여 있는것만 같았다. 시내의 길은 기원전 450년경서부터 희랍식민지로 열린 옛날 도시라서 그런지 좁고 퇴색한 낡은집이 즐비하다.
우중충하고 시끄럽고 떠들썩하다.
『아 「로마」에서 오신 관광 손님이시군뇨』
금테를 한 제모의 중년이 영어로 말을 건다.
『「로마」에서 오신 손님』이란 말속에 이태리인의 상술(商術)이 숨어있었다.
『네, 구경 오긴 왔지만, 우선 「쏘렌토」로 갔다가 오는길에 봐야겠어요.』
『아 그래요, 그럼 「택시」로 모셔드리죠』 나는 얼떨김에 이 금테모자 아저씨 말에 말려 들어갔다.
『「나폴리」에 가면 관광손님 등쳐먹는 자가 많으니 경계해요』하고 충고해준 친구들의 말을 되새겨봤다.
그러나 그 금테모자에서 공신력(公信力) 같은 것을 발견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나를 「택시」로 모시겠다면서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것이 차를 빌리는 눈치였다.
나는 그 금테모자가 관광안내원의 모자가 아닌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어쨌든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말피」해안의 「드라이브웨이」를 달리면서 그림처럼 고운 풍광을 점검하고 「폼페이」 「쏘렌토」 「카프리」섬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 금테 모자 아저씨한테 두곱이나 차삯의 속임수를 당하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 「나폴리」란 가사가 나오는 「싼타루치아」가 바로 「성 루시아」란 성녀 이름인 것도 모르고 나는 「아말피」 해안에 펄럭이는 아름다운 섬조각들을 어루만지듯 쳐다보면서 콧노래를 휘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