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敎實話(전교실화)] 길 잃은 양을 위해 (12) 단돈 70원에 運命(운명)을 바꿔 ⑤
발행일1966-10-16 [제539호, 2면]
나는 당직주임의 허가를 얻어서 교무과분실로 데리고 나왔다.
『대부님! 제가 암만해도 곧 갈 것 같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계시다가 동생들에게 좀 전해주실 수 없겠읍니까?』
그는 휴지에다 쓴 몇장의 유서를 내보였다.
『종이를 주시면 다시 잘 베껴서 드릴테니 동생에게 꼭 좀 전해주십시요』
그러나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런 때엔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 참으로 가슴이 답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엔 이미 비장한 각오가 되어 있었다.
『무슨 그런 말을 하시오. 아직 그렇게는 되지 않을테니 걱정은 마시오. 정말 인간에게 있어서 세상이란 고난에 찬 것이요. 하지만 이 거칠은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자만이 영원한 세상에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겠오? 이미 잘 알겠지만 죽으이란 먼저 오고 후에 오는 것만이 다를 뿐이지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숙명이요 케엘케골은 오히려 죽지 못하는 자가 더욱 큰 불행한 자라고 말하지 않았오? 딴 생각 말고 천주님께 기구나 열심히 드리시오』 과연 나의 이런 위로가 그에게 무슨 위로가 될 것인지 차라리 이런 말을 애써 지껄이는 나보다 듣고 있는 그가 오히려 태연한 것 같았다.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1965년 6월 22일 점심식사를 한 뒤 교무과 분실에 있다 보니 「엠부런스」 소리가 나길래 어쩐지 예감이 이상하여 나는 명적게로 가보았다.
한동우의 집행이라는 것이다.
이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신이 멍하였다.
기여코 올 것은 왔구나!
뒤범벅이 된 형용할 수 없는 심정, 차마 본인에게 이 말을 전할 수가 없어 나는 과(課) 사무실에서 그가 나올때를 기다렸다.
얼마후 교도관을 따라 나오던 그는 과(課) 앞에 십여명의 헌병이 집총하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이미 눈치를 채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이윽고 나를 ㅊ자더니
『대부님! 묵주신공을 하다가 묵주를 그냥 두고 안가지고 왔는데요.』
나는 곧 그가 있던 감방으로 쫓아가서 묵주를 가지고 왔을 때는 그는 이미 대조가 끝나고 헌병에게 인도되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에 묵주를 걸어주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그러나 힘있게 말했다.
『바오로! 끝까지 천주님께 기구드리시오!』
취조실에서 헌병에 의해 양팔을 묶이며 그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대부님! 저는 천주님 품안으로 먼저 가게 되었읍니다.』
나는 이 순간 온전신에 전류가 뻗쳐내리는 감동을 느꼈다. 아! 죽음을 직면한 인간의 심리 그것은 아무리 해도 직접 당하는 자가 아니고선 누가 알까. 그러나 그 죽음을 당하고 이만큼 태연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오직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더욱 절실히 감득하는 신앙의 은총이 아닐까? 나는 할말이 없었다. 막상 목구멍까지 채인 눈물조차 나오질 않았다.
나는 먼저 「엠부런스」에 가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조금이나마 그를 더 보려고.
두 헌병의 부축을 받으며 그는 걸어나오고 있었다.
영원희 상(像)을 놓치지 않으려는채 눈물어린 두 사람의 시선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바오로! 종말이 아니야… 영원이란 말이야… 육체를 버리는 날… 그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