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6) M지부장 ②
발행일1965-10-10 [제490호, 4면]
소년심판원 판사 라미씨는 몰래 자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저분도 역시 오정을 기다리고 있구나!)하고 의사는 생각했다.
오정때의 큰 혼란, 그것은 누구하나 토의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너무 드러나게 사가당착에만 빠지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반대하려고만 드는 때이다. 기분이 이치 노릇을 하고, 격렬한 어조가 성실 노릇을 하는 때이다. 아무런 사람이 아무런 제안을 해도- 그 때까지 침묵을 지켰고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고 특히 손에 서류를 들고 있기만 하면 이길수 있는 시간이다. 오정이 되어 그들의 배에서 소리가 나기시작하면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영리하거나 진지한 사람이 아니고 「새」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히 각의(閣議)에서나 국제회의에서나 어디서나 세계의 운명이 논의되는 곳에서는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끌레랑 의사는 태연히 오정을 기다리며 라미 판사가 태연히 오정을 기다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입으로는 끊임없이 웃지마는 눈은 별로 웃지않는 그 얼굴을 다정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왼눈보다 더 많이 감겨진 저 오른눈, 어깨위로 기울어져서 한쪽은 양반, 또 한쪽은 농삿군, 이렇게 서로 다른 두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저머리 흰머리카락이 꼭 한줌만 구불거리고 있는 저 검은 머리털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것은 주름이 잡힌 젊은이의 얼굴이던가? 그렇지 않으면 늙은 사람의 유별나게 젊은 얼굴이던가? 다시한번 끌레랑 의사가 이렇게 자문(自問)하고 있을때에 아침나절에 떠들어대던 사람중의 하나가 논거가 바닥이나서 그랬던지 어떻게 해를 끼쳐볼까 해서 그랬던지 빈민구제국을 물고 늘어져서 그 직원들의 충실과 소년소녀들을 보살펴주는 일의 질을 문제삼았다. …
『이점에 대해서는 몇가지 구체적인 말씀을 하고자 합니다.』
끌레랑 의사는 냉정하게 말했다.(너무 긴 침묵을 깨뜨리고 말을 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했다.)
「떠버리」는 자기편을 들려는줄로 알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의사의 조용한 말씨는 그의 등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의 관심사인 빈민구제국은- 그것을 소년소녀구제라고 부르는 것이 났겠읍니다마는-』
2만8천명의 소년소녀를 맡아 가지고 있읍니다.
그런데 이들이 넘어올 때에 그중의 많은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한심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건강상태가 정상적인 아동들의 건강보다 낮고 그 사망률도 덜 높습니다. 직원들이 물론 이 결과와 관련이 없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은 그들 자신이 일반적으로 힘은 덜 들고 보수는 더 좋은 일에도 확실히 하지 않는 헌신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읍니다마는…』
(저 사람은 왜 그렇게 일찍 말했을까?) 라미 판사는 스스로 묻는다.
(상대자가 그의 거짓 승리를 촉구해서 끝까지 웃음거리가 되게 내버려두었어야 했을텐데. 그렇게 되면 단한마디로 그를 완전히 처치해 버렸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부상밖에는 당하지 않았단 말이야… 작살질을 너무 일찍 서둘렀단 말이야) 이런 생각들은 변함없는 미소 뒤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끌레랑 의사도 마찬가지로 냉정을 회복했었다. 다른 어떤 참석위원들 보다도 키가 크고 몸집이 좋으며 둥근 얼굴, 둥근코와 둥근 눈에 두손을 깍지끼고 약간 우직스러운 귀를 가진 그의 몸가짐은 회두(回頭)한 로마황제의 것과 같이 거짓 겸손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순간에 착한 학동같은 이거인은 자기의 발언으로 조금 후에 얻게될 표수가 얼마나 될가하고 냉정히 계산하고 있었다.
(17…아니 저 사람표까지 합쳐서 18표가 되겠지, 내가 여지없이 짓눌려버리지 않은 것을 고맙게 여길테니 말이야… 거기다가 훈장을 많이 받은 얼간의 입을 틀어막았다는 이중의 만족감이 있고. 상당히 효과적인 작전이었어!… 이젠 맨마지막으로 발언하면 되는 거다!)
시간은 흐르고 공복(空腹)과 불쾌와 혼란은 더해갔다. 혼란이 극도에 이르렀을 적에 한 「현자(賢者)」가 일어나 서류를 손에 들고 거의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해서 자기의 견해를 채택하게 만들었다.
『이 계획에는 예산이 얼마나 듭니까?』
재무성 국장중의 하나가 이렇게만 물었다.
『대략 3천만입니다.』
그 사람은 너무 빨리 대답했다.
숫자를 다루는 사람은 이내 동의했다.
그것은 배액을 요구할 수도 없었으리라는 뜻이 된다.(우직한 녀석!) 끌레랑은 마음이 아파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조금 뒤에 일어섰다.
그는 실제로 있은 여러가지 사실을 한데 묶어 최근에 일어난 것으로하여 거짓 이야기를 하나 꾸몄었다.
『이틀, 아니, 사흘전에 내 「일방」에 누가 들어왔읍니다·』 마력을 가진 단어! 이사무가들에게는 「일방」이라는 것이 직업에 지니지 않는 그들의 직업과 상대자의 천직(天職)과의 차이를 표시하는 말이었다. 의사는 여러달째 보고를 하고 또 보고를 해도 소용이 없었던 문제에 대해서 쉽사리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예상은 어그러지지 않았으니, 그 얼간은 수선을 떨며 그에게 찬표를 던졌다… 다음에는 재무성 관리들끼리 이 지출을 어떤 항목(項目)에 넣어야 되는가 하는 문제를 토의했다.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이 경우에는 지출이 반으로 줄어들고 저 경우에는 배로 불어나는 것 같았다… 회중시계들이 이미 주머니 속으로 도로 들어가고 손을 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장은 좌중을 휘이 둘러보며
『발언할 분이 이젠 안계십니까?… 라미씨는?』하고 말하는 중에 라미 판사는 맨 마지막으로 발언했다. 수단으로 그렇게 한 것인데 대부분의 위원은 그것을 예외로 생각했다.
라미씨는 외우고 있는 숫자들을 서류를 보고 읽는체했다. 전세계에 영양불량아가 2억3천만, 유럽 전체를 통해서 기아(棄兒)가 1천3백만, 불란서에만도 전쟁의 영향을 받은 아동이 2백만…
또 한가지 틀림없는 수단, 그것은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급류와 같이 맑고 맹렬하게 문제의 물줄기를 타고 내려와서는 마침내 오늘의 문제에로 느닷없이 나오는 것이다.
(그날 아침에는 교호원(敎護院)을 한군데 만든다는 문제였다) 사람들은 그 원칙은 수락했으나 결정된 사람들이 이미 예산을 집어먹었기 때문에 그 실현만은 단계적으로 하자고 했다. 라미씨는 그제서야 끌레랑 의사가 왜 맨마지막에 발언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아직 회의의 전술을 다 배우지 못했구나!)
하고 그는 여전히 웃음을 띤채 생각했다. 사람들은 끝없는 악수를 하고 외투 입는 것을 서로 도와주었다.
『먼저 입으시지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의사는 판사와 작별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 눈썹을 찡긋했다.
『아닙니다. 아니예요!』
라미씨는 중얼거렸다.
『시간낭비는 아니예요! 이 회의덕택으로 우리는 열댓군데나 가서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도 되게 됐거든요…』
『하긴 여기서 결정적으로 채택…』
『결정적으로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아이들이 수갑을 찬채 우리한테 오지않게 하기 위해서도, 위원회의 만장일치의 가결에도 불구하고, 여러해 동안을 인내하며 서명에 서명을 받아야 했읍니다. …국방성까지도 가섭을 했다니까요!』
『아아! 소년소녀성(省)이 하나만있으면 좋을텐데…』
『채신성보다, 훨씬 덜 중요하답니다요!』
『허지만 판사님, 이건 꼭 생기고야 말겁니다. 그러나 매일 밤이 8월 4일 밤은 아니지요!
그리고 각성(各省)이 자기의 특권을 포기하게 되려면… 하긴 판사님은 미소라는 비밀무기를 가지고 계시니까』 끌레랑은 덧붙였다.
『미소… 미소는 고집의 정화(精華)지요! 그러나 선생의 무기는 냉정이지요.』
『직업적으로!』
그들은 소리나는 층층대를 내려오고 있었다. 라미씨는 한단에서 멈추었다.
『선생님, 나는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또 그것을 이해하기를 바랐어요. 선생님은 그렇게 냉정해가지고 어떻게 환자들의 신뢰를 얻게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