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敎實話(전교실화)] 길 잃은 양을 위해 (13) 단돈 70원에 運命(운명)을 바꿔 ⑥
발행일1966-10-23 [제540호, 2면]
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엠부런스」의 뒷문이 닫혔다. 그리고 경적을 울리며 하이얀 짐승같은 차는 쏜살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한참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우두커니 못박혀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슬퍼하는 것일까? 그는 천주님의 품안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인정이란 것인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렇게도 평화스럽던 그의 미소는 나에겐 기쁨이기 보다는 오히려 슬픈 영상으로 남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러나 나는 끝없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주여 저 불쌍한 고독한 인간에게 위안을 주소서. 부디 그를 이 세상의 온갖 미련과 오뇌에서 건져주소서』
그날저녁 나는 늦게까지 그의 시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았던 것은 후에 알고보니 그때부터 시체는 형장에서 직접 가족에게 인계하기로 되었다는 것이다.
입회인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죽기전 그렇게도 침착하게 열심히 기구하더란 것이며 마치 그들은 순교자를 처형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지경이었다고 했다.
피로에 싸여 늦게서야 집에 돌아온 나는 우리 온가족이 모인 가운데 촛불을 밝히고 그의 영혼을 위해 연도를 올리고 기구했다. 그가 남기고 간 유서는 아직도 전해지지 못한채 내가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행여 어느 곳에서라도 그의 누이들이 이것을 보게 되려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깊은 신앙을 가졌으며 죽음을 초월한 마음의 평화를 지녔는가는 실로 이 유서를 통해보면 알 수 있고 또한 누이들에게 수차 천주교에 입교하라는 부탁은 간절하다.
이제 이 유서를 그가 쓴대로 여기에 옮겨 놓겠지만 누이의 사진 두장과 함께 동봉되어 있는 이 유서는 다음과 같은 서두로 시작되어 있다.
十 사랑하는 나의 동생 동예 · 동순에게 동예야 · 동순아.
할말이 너무나 많구나. 눈물이 바다가 되는 이 한만은 사연을 어찌 다 지면에 옮길 수 있겠느냐? 용서해다오. 나는 이같이 오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불쌍한 너희들만 외로이 세상에 남겨둔채 이세상을 하직하는 것만이 오직 한이다.
그러나 앞으로 너희들 삶에 대해 이 오빠의 중대한 책임이 남았음을 깨닫기에 이제 너희들에게 몇가지 부탁을 할 것이니 너희들은 나의 이 말을 듣고 명시하여 가슴 깊이 간직하기 부탁한다.
자비하신 천주님은 우리 3남매를 언제나 불우한 환경속에서만 사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으신다. 너희들은 이 오빠의 죽음을 애통해 하겠지만 부디 실망하지 말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천주께 정성으로 기구하기 바란다. 그러면 멀지않아 너희들에게도 자비하신 그이의 은혜와 평화가 풍성히 내릴 것을 확신한다. 죽음이란 영원에의 길!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두려워하지 아는ㄴ다. 세상의 부귀영화는 순간이요 꿈이다. …그러나 아! 좀 더 내가 일찍 천주님을 알았던들 오늘날 이같은 무서운 죄악의 함정에 빠져 비명에 죽어가 너희들에게 애통한 한을 남기지 않았을 것을…. 그러나 내가 이 무서운 죄악의 함정에 빠져 허덕일 때 자비하신 천주님은 나를 버리시지 않으셨고 나는 나의 죄를 뉘우치고 천주님께 열심히 기구하여 천주님의 의로운 아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