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믿으면 책이 없는 것만 못하다』는 옛날이 있다. 책이라고 채서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옛날에 이미 그러했던 모양인데 요즘은 더한 것 같다. 서점에 들어서 보면 좋은 책도 많지만 읽지 말았으면 하는 책이 더 많은 것 같다. 장사속으로 수지만 맞았으면 그만이지 읽어서 이로운 책인지 해로운 책인지는 전연 고려하지 않은 책이 범람하고 있고 또 장사속만 차리는 그런 책이 실지로 많이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해을 어떻게 방지하느냐가 큰 문제거리라고 생각된다. 독서를 권장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독서(毒書)를 추방하는 운동이어야 하겠다.
이 독서의 해독은 「메사돈」 밀수나 「삭가린」 밀수에 비할 바가 못된다. 독서를 권장한다는 것은 학자들이 전문적인 독서를 하기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일반 교양에 속하는 책을 좋은 것을 읽자는 것이고 우리들의 건전한 교양을 높이자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가 학자들에게도 이 운동은 뜻이 있다. 전문을 잠시 떠나서 인생전체를 한번 돌보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는 「매스콤」 시대라고 한다. 교양을 높이는데는 반드시 독서라는 수단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 라디오 · TV · 신문 · 잡지 등이 홍수처럼 밀리고 있다. 어떤 점에서 현대인의 교양은 지극히 풍부하다. 그러나 「매스콤」에 지배되는 인간의 위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홍수 속에서 어떻게 올바른 길을 발견해야 할지 심각한 문제다. 홍수에 떠내려가면 그많은 교양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친구중에 좋은 책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친구를 억지로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이 서적도 억지로 잘 만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기회는 있을 것이다. 기회를 놓지지 말아야 하겠다. 우선 구해보라.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고전에서 찾는게 좋겠다. 고전과 교양은 어느정도 같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높은데 올라가서 사방을 살피듯이 조용히 고전과 친교를 맺으면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고전은 높은 봉우리 같은 것이다.
朴甲成(서울大學敎 美術大學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