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호 김 가리노 신부 嚴親께 보낸 편지
○…이 편지는 지난 10월 월남 맹호부대 최창정 신부님과 교체한 맹호부대 김 가리노 신부님이 원주에 있는 본가 아버지께 드린 전선편지이다. (편집자 註)
十 아버님 보시옵소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이곳에 무사 도착했읍니다. 예정보다 이틀이나 작전관계로 늦게 도착했읍니다.
일년중 가장 시원한 계절에 도착하여 아직은 어려운줄 모르겠읍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삼복더위같습니다.
가끔 소낙비가 내리면 참으로 시원합니다. 김관옥 신부님이 월남군 차량을 빌려쓰는 관계로 어느누구보다 기동력이 좋습니다. 「퀴논」 주교님도 뵙고 「찜뿡」여학교의 수녀님들도 만났읍니다. 이곳에서 가장 경치좋은 나환자 수용소의 수녀들의 안내로 나환자들도 방문했읍니다. 그리고 몇몇 월남군 지도자들도 만나보았읍니다.
곳곳에 성당이 있읍니다. 월남 국민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성격이 상냥하고 섬세하며 동족을 만난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직은 완전치 못하지만 제가 활동하는 범위에서는 불어가 통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읍니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많은 병력으로 전투를 20여일간이나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서 큰 힘을 그곳에다가 쏟고 있읍니다.
저한테서 영세준비를 하던 조종사 한분이 전사를 하여 애통하기 한이 없읍니다. 이곳 「퀴논」시가는 중국과 불란서의 퇴기 나라와 같읍니다. 이 도시는 우리나라 대전시의 반 정도랄까요. 야주수와 이곳 특유의 집모양, 그 많은 「수쿠타」와 자전거를 타고가는 장발의 여인들, 황톳길, 물소들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들, 정말 남국의 풍치가 그럴듯 합니다.
한국에 있는 미군들보다 모든 시설이 좋아서 조금도 불편을 느기지 않습니다. 1년만에 귀국하신 최 신부님은 이역만리의 색다른 화제를 담뿍 싣고 가셨읍니다. 밤이 너무 늦어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주 선모님 품 안에 모두 안녕하시옵소서. 「키논」에서 雄 神父 올림
군우 151-501(USAPO 96491) 주월한국군 맹호부대 사단사령부 군종부 대위 김육웅(가리노) 신부
■ 백마 제3信 이중권 신부
교형 여러분 주 성모님 은총 아래 그간 안녕하시리라 믿습니다.
백마부대의 이곳 주둔지 근처의 군총소재지엔 주민 약7천명에 천주교 교세는 약25%정도입니다. 거기에 두군데 70평정도의 성당이 있으며 뉴엔 꽌 샬 신부님 혼자 두 성당을 맡고 계십니다.
백마군종신부들은 어느날 사단장님께 종군신부의 작전(?) 계획을 보고하고 사단장님의 동의를 얻어 우선 본당을 방문했읍니다. 비록 언어 풍속이 다른 민족이나 주의 한 우리 안의 형제인지라 예기했던 것보다 더한 뜻밖의 환접을 받고 피차 협조할 것을 굳게 약속했읍니다.
그래서 일차로 샬 본당신부님이 수녀님들을 대동하고 백마부대를 방문했을 땐 정부기관 아닌 순수 민간단체의 장으로선 처음이라 사단장 이하 모든 장병들도 대환영.
이 자리에서 이국의 군 지휘관에게 신부님이 한 두가지 말슴해주신 것은 참으로 공번된 교회의 상징이라 하겠으며 특히 이날 신부님은 월남군 통역관을 불렀으나 끝내 돌려보내고 정부기관 관리나 정규군 통역관 조차 항상 군사기밀에 대해선 조심해야 된다고 부탁하여 얼마나 반공에 투철한가를 보여주었읍니다.
그후 샬 신부님의 부탁에 따라 백마종군신부들은 매주일 파공첨례날에 본당을 도와 미사를 드려주며 협조를 아끼지 않기로 약속했읍니다. 백마가 도착한지도 얼마되지 않았으나 이미 「베트콩」들의 활무대로 쓰던 챠량이나 행인들에게 세금을 공공연히 받고 있던 지역을 확보했읍니다. 그날 전선에 나가 병사들을 돌보고 돌아오던 길에 「베트콩」에 의해 파괴된 성당을 들렀읍니다. 온갖 낙서와 오물로 더렵혀진 성당 내부, 파손된 제대 동고상 이 처절한 성전에 꿇어 다시 주께 평화를 빌었읍니다. 이곳 마을에 있던 2백명 신자는 이미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고달픈 피난길을 헤매고 있읍니다. 언제 그들이 집으로 도아와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될지요.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히.
백마 포병사령부 이 마테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