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58) 불리한 처치 ⑧
발행일1966-11-13 [제543호, 4면]
『오히려 말하게 내버려 둬라! 그러니까 넌 무화과 한자루를 훔쳤단 말이지? 됐어! 너를 마로씨알과 함께 「쌩모리쓰」에 보낼 수 있겠다…』
『아버지 생각에는…』
『이ㅏ봐라 리고리야, 너는 이제 얘기가 아니야, 네게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되겠다. 너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버지한테 의지할 수는 없다…나는 이런 말을 네게 하는 것이 슬프다. 네가 그런 소릴 듣는건 더 슬프리라… 허지만 너는 패짝이 하나 있어, 다행히도! 그 패짝이 든든한 패짝이라야 하는거다 알겠니, 마르씨알? 내가 너희를 「사비니」에서 같이 있지 않게 한건 일부러 그런거다. 이제 너희들이 이걸 잘 이해해야 된다. 만일 너희들이 떨어져 잇으면 좋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함께 있으면 못된 놈처럼 행동한다면 너희들은 친구들이 될 자격이 없는거다!』
리고리와 마르씨알은 한번 서로 힐끗 쳐다보고 머리를 숙인다.
『프로스뜨시, 이렇게 적으시요… 「나는 리고리하고 있을 적에는 따로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바보같은 짓을 한 것을 인정합니다…」』
『아아니, 어쩌면!』
『뭐가 어쩌면이냐? … 「그러나 이제는 끝났읍니다. 우린는 함께 쌩모리쓰에 가기를 수락합니다.」』
『언제 가게됩니까, 판사님?』
『곧 전화해볼거다. 보름이 될지, 3주일이 될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일이 만만디로구먼요!』
『저봐, 이젠 빨리 가지 못해 안달이란 말이야!』
라미씨는 무인가정방문원을 돌아보며 큰 소리로 말한다.
『어머니가 와 계시냐?…가서 모셔 오너라!…아니, 혼자가게 두어두시요』
하고 간수에게 이른다.
마르씨알을 조그맣게 줄여놓은 것 같이 생긴 마르씨알 부인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판사님! 제 주인 돈 4만5천프랑을 훔쳤어요! 4만5천프랑이오!』
『그런데 말이지요, 2십5만프랑이 있었는데 나머지는 그대로 두어뒀단 말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사실입니다!』
『네가 제지할 수가 있지 않았느냐 말이다! 넌 열 여섯살이야, 넌 맏아들이란 말이다!』
『알아요.』
마르씨알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인다.
『글쎄 에미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아무하고나 사귀지 말고! … 에메에게 얼마나 걱정을 시키느냐 말이다!… 판사님, 얘한테 좀 무섭게 해주세요. 교훈이 되게요.(그 여자는 코를 푼다) 애를 언제 돌려주시겠읍니까?』
『우리가 보내줄 훌륭한 보도소에서 일을 한가지 배우고 나면요.』
『또요? 판사님은 고집도 세셔요!』
『고집이 센건 법률이지 판사들이 아닙니다.』
라미시는 무드럽게 대답한다.
『그래도 처벌하려고 여기 있는게 아니고 모든 것을 제 자리에 도로 놓으려고 있는 겁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가지뿐, 부인 아들의 장래입니다. 나는 이애를 벌하는게 아니고 사람을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부이니은 그것을 잘 성공하지 못했으니 내가 해보게 둬두세요! …내일 이 시간에 나를 다시 만나러 오십시요. 우리 둘이서 단독으로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아들에게 싫은 얼굴을 하지 마십시요. 아들이 부인을 닮았군요! 간수, 어머니와 아들의 얼굴이 같지않아? …(간수가 웃는다) 자, 키스하십시요!』
어머니와 아들은 다섯차례 키스를 한다.
그 여자는 핸드백에서 담배 두곽을 꺼내더니 한곽을 리고리에게 준다.
『간수는 아무것도 못봤지? 암, 그렇고 말고, 담배는 금지 돼있지! 하긴 왜 금지돼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됐어요! 이젠 리고리하고 악수하세요. 아애는 택의 아들과 제일 친한 친구랍니다 …자, 안녕히!』
그들이 나간다. 서기가 묻는다.
『국고금은 어떻게 합니까, 판사님?』
『그건 공판에서 보기로 합시다. 마르씨알 부인은 과부고 …자식이 다섯 있어요….
원칙을 살리기 위해서 부인에게 매달 5백프랑을 매기고, 나머지는 국고에서 내는 걸로 합시다…』
부인 가정 방문원은 전화로 「쌩모리쓰」를 부른다.
『두 자리요! 열 여섯살하고 열 일곱살입니다… 보름후에요? 알겠읍니다!』
서기는 서류들을 챙기고 타자기를 덮고 서류함을 닫는다.
『판사님, 안녕히 계십시오.』
일곱시다. 라미씨는 둔하게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눈을 가은채 숨을 들이쉰다.
재판소의 창문은 대부분 캄캄하고 어떤 창문 뒤에는 불이 켜졌다. 라미씨는 자기가 맡은 소년들을 모두 다시 생각해 본다.
『네, 판사님… 네… 그 둘은 나를 기쁘게 하려고 네, 네, 하지만 이 시간에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너무도 외로워, 너무도 괴롭단 말이야…』
그는 오늘 오후에 한 일을 죽 생각해본다.
그는 너무 빨리 희망을 가지지 않기로 한다. 15년 이래로 얼마나 많은 누범이 있었던가! 다른 어떤 재판관들은 그만큼 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소년심판을 아직도 「유치한 재판관」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 말이다 …누가 문을 두드린다.
『방해가 안되겠읍니까?』
『두블레! 원, 천만에 창문을 닫을테니 기다리시요.』
『내일 우리 공판서류를 검토한 길인데요. 상당히 많더군요.』
하고 검사대리가 말했다.
『너무 많소! 아이들의 반수는 출두한다는게 재난이요…』
『그럴까요? 어떤 아이들은 그들의 범죄를 신이 나서 늘어놓고 있는걸 보십시요. 안 지은 죄를 보태기까지 하는 것은…』
『그렇소, 어떤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단지 구경만 하는 영화가 아니란 말이요 그렇게 되면 배우노릇을 하는 것이지… 그애들이 「영화소년」 「라디오소년」이라는걸 결코 잊어서는 안돼요! …하지만, 대부분의 소년에게는, 저 간수들 하며, 그들이 기다려야 하는 지하실 하며, (신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치욕의 걸상」하며, 또 장엄하고 알아볼 수 없이 된 우리들 자신하며, 이 모든 호사가 얼마나 쓸데없는 충격이 되느냐 말이요!…』
『알아볼 수 없다!』
두블레씨는 아버지의 사진과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생각하며 그들에게 용서를 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겁을 집어먹게 하려면 그러게 할 수 밖에 없는걸요, 판사님, 그들과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하게…』
『두블레 당신은 「모범의 가치」를 믿고 있오? 나도 믿기는 해요 - 허지만 같은 의미로서는 아니지… 내 말을 들어봐요! 당신이 소년 한명을 「프렌」으로 보낸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애가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며 거기에 도착한다고 합시다. 그 소년은 거기서 아주 잘 조직되고, 그들의 규범, 그들의 명예, 그들의 영웅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사회를 발견하게 돼요.
그것은 꽉 짜여지고 전염성이 몹시 강한 사회이고 그 소년은 자전거 도둑질 한 것 가지고는 거기서 보잘것 없는 쪼무라기꼴이 된단 말이요! 그래서 그는 이내 결심하는거요, 여기서 나가서 「멋진일」을 저질러 가지고 고개를 번쩍 쳐들고 - 패짝들과 어울리는 몸으로 - 다시 돌아온다는 결심이요… 이게 모범의 가치요! …두블레, 그들 나이 때에는 영웅적 행위도 파렴치한 해우이나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할 용의가 있는거요. 그건 사물의 안팎과 마찬가지요!』
『그러니까 더군다나 사회를 그 적에게서 보호해야 하는 거지요. 그 적들의 나이가 어떻든지간에 말입니다!』
『성채를 만든단 말이군?』
라미씨는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그러나 별안간 위엄있는 옆 얼굴을 검사대리에게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의 성채를 결사적으로 방위하기 전에, 양반들은 적어도 그에게 딸린 사람들을 전부 성채 안으로 들여보내서 보호했단 말이요. 우리도 그와 같이 합시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그 소년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도록 합시다!』
『그러나 사회야말로 얼마만큼의 기초위에 놓여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정의거던요』
『사법기구를 말하는 거지요?』
『그리고 사법기구라는 것도 역시 몇세기나 걸려서야 발견해 낸 어떤 원칙에 기초를 둔 것인데, 그것은 책임, 판결한 일의 권위 따윕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소년재판소에서 위태롭게 하고 있단 말입니다!』
『책임, 책임…』
하고 라미씨는 한손가락으로 흰머리춤을 죽따라 훑으며 뇌까렸다.
『우리 소년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어요. 그것은 옳소! 허지만 그들의 범죄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단 말이요? 범죄자와 그렇지 않는자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거요? 「기회」, 즉 사회, 즉 우리 모두에게서 오는 거란 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