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8) M지부장 ④
발행일1965-11-07 [제493호, 4면]
구원을 애원은 하면서도 이제는 희망을 잃은 병든 가축의 눈과 같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난 한창 운이 좋은 꿈을 꿨어요』
금요일 아침에는 「종합(綜合)」 연구회가 있다. 끌레랑 의사와 그 부하들이 「당페르」의 부인 가정방문원들과 소년반 감독과 소녀반 여감독과 함께 이번주간에 진찰한 고아들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들을 어떤 가정에 맡겨야 할 것인가 혹은 보수 받는 직업을 얻어 주어야 할 것인가? 재교육기숙사로 보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견습공 훈련소로 보낼 것인가? 혹은 정 어찌할 수 없어 수용소로 보내야 할 것인가? 혹은 치료와 관찰을 계속할 것인가? 각자가 자기가 맡은 일건서류들을 가져오고 금요일마다 그러는 것처럼 끌레망은 탄식을 한다.
『참말이지…』
『일건서류 마다 아동의 사진이 있어야 하겠다는 말이다. 그야 그렇지! 그러나 무슨 예산으로 무슨 예산? 무슨 예산?』
『무니에로베르뜨, 세번이나 자살을 기도한 처녀말이요…』
『뭐! 아주 적은 분량이었읍니다. 그 지능수준은 어떻습니까?』
『「비네 시몽」으로는 정상, 「코스」와 「포르토이스」로는 수준이하요』
(이것은 모두 「테스트」 방식이다)
『그 처녀는 좀 게으르고 좀 허영이겠읍니다. 뜨개질을 스무코쯤하고는 공상을 하지요. 쌩떼 「쥐빼리를 읽고 남들보다 잘난체 하구요…』
『요컨데 그 애는 얌전한 「가정적 처녀」가 될 수 있을텐데-끌레랑이 말한다- 하지만 가족이 없단 말이요. 그러니 패잔의 몸이지… 그 애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오?』
『제가 그걸 물어보았을 적에 그 처녀는 이렇게 대답했읍니다. 「나는 직업지도를 열번이나 받았는데도 아무도 그걸 알아내지 못했어요. 그러니 내가 어떻게 그걸 알겠어요?」』
제각기 생각해 보고 제의하고 이의(異議)를 말하고 해서 무니에 로베르뜨를 놓고 뱅뱅 돈다.
의사가 단안을 내린다.
『다음 주에 그 처녀를 다시 종합연구에 걸도록 하고 그동안 「빠리」지소에 알아보도록 하시오. 약간 성질이 괴짜인 늙은 부인의 이야기 동무하는 처녀, 이것이 그에게 적합할텐데, 불행히도…』
『무르쓸랭 아드리앤은 어제 「아니뇽」에서 탈출했답니다.』
『그 애가 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것중 제일 큰 봉사로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틀안으로 우리들한데 도루 데려온답니다. -부인 가정방문원은 한숨을 쉰다- 그리고 그 애를 보호하지 않으면 두달안에 임신을 합니다』
『저는 볼레 프랑씬하고 알마 꼴랫드는 이 이상 못맡겠어요 -소년반 여감독이 말한다- 24시간만 더 두어 보세요. 제 반을 아주 뒤죽박죽을 만들어놓고 말거예요-.』
『그 애들은 화요일에 떠납니다. 한 아이는 아르쟝뙤이 수녀원으로 가고 또 한 아이는 베르빌의 기숙사로 갑니다.』
『좋소. 그러나 그 애들에게는 그걸 따로따로 알리도록 하시요. 그렇지 않으면 그 안에 둘이 함께 탈출할테니까!』
『스띠를랜 마리, 그 커다란 금발처녀 말입니다….』
『알고 있오. 지금 그 애의 상태로는 「수용소」감 밖에는 안되는데 가슴아픈 일이요. 그 애를 위해서 유일한 「챤스」는 진열장에서 물건을 훔치는 거요! 소년심판원은 우리보다 설비가 낮게 돼 있으니까』
『로뱅 에르네스뜨, 열네살, 도주 스물두번 자전거 도둑…』
『천만에, 천만에! 그 도주가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던거요. 대모(代母) 한테로 간다는 것이었오. 그 애는 대모의 소식이 끓어졌기 때문에(문제의 자전거를 타고) 나흘 동안에 「미르세이으」에서 「빠리」까지 올라왔오. 누군가 편지를 모두 가로챘던 거요, 그러니 미친 거지… 그 애가 마음이 잘 변한다고 비난들 하지만, 전혀 그 반대요!』
『그 애를 맡아 줄려는지 알아보려고 그 계모에게 편지를 보내고 회답을 기다리는 중이요.』
『마르셀 쟝, 허약한 어린이, 입양(入養) 실패…』
『그럴테지! 그 애는 줄곧 거짓말만 들어온 아이란 말이요! 그런 아이가 또 하나 는 셈이요! 사람들은 그들에게 「싼타클로스」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애기들의 출산에 대해서, 소녀들의 경도(經度)에 대해서, 그들의 혈통(血統)에 대해서 거짓말을 해요… 「신중을 기해서」 그들을 망쳐가지고는 우리한테 데려오는 거요… 나는 지난주에 마르쎌쟝의 양부모를 보았오. 만일 그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입양에 반대했을 거요. 그 애를 받아들인 것은 자기 자신들을 위해서였지 조금도 그 애를 위해서는 아니었단 말이요!』
『그러면요?』
『그러면 가정기탁을 해봅시다. 지소장에게 내가 직접 편지를 내겠오.』
『그리고 알랭 로베르는요? 새로 기탁을 또 해봅니까?』
『아니요 그 애는 난관을 돌파하지 못할거요. 이 지방 전체에서 신용을 잃었고 또 나쁜 습관이 박혔단 말이요. 그 애는 뜨내기가 됐으니… 안됩니다. 나는 그 애를 「떼르느레」에 보내고 싶소. 거기서는 그 애도 「챤스」를 얻을 거요.』
『거기는 라미 판사가 아이들을 많이 보내는 훈련소지요.』
『그리고 그 애들을 자주 보러 가오. 오늘 저녁에 그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알랭 로베르 이야기를 하겠오』
끌레랑 의사가 그의 백색왕국에서 나왔을 적에는 이미 하오가 시작되었었다. 그래서 구호병원을 지나가며 그가 만난 사람들은 벌써 점심식사를 마친 사람들뿐이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이것은 눈길과 걸음 거리로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그는 약간 외국에서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느꼈다.
그는 소년들의 큰 운동장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 아침의 그의 「일건서류」들이 뛰는 것이 보이고 소리지르는 것이 들렸다… 늦가을의 태양이 호화롭고 체념한 가을을 비추고 있었다.
죽음을 조용히 기다리기 위해서 온몸을 꾸민 여왕처럼 호사스러운 자연이 쓸쓸히 거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아직은 제세상을 호사하게 지내고 있으나 오래지 않아 고삐를 잡아당길 것이고 겨울이 이빨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소년부와 소녀부라는 두 큰 건물사이에 휴식운동장 한가운데에 어떤 허풍장이 관리와 균제(均齊)에 열광한 어떤 건축가가 불란서를 위해서 죽은 고아들을 위한 기념탑을 세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기념탑이 특히 숨박꼭질과 그 둘레를 뺑뺑도는 놀이에 소용되었다.(혜택을 받지 못한 도시에서 공동묘지가 소풍길이 되는 것과 같이)이 기념탑 뒷면에 쓸데없는 비문(碑文)들이(그들 역시 이미 죽었다.) 그 기념탑의 낙성식을 거해했다는 것을 회상(回想)시키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분필과 숯이 훨씬 더 잘 읽을 수 있게 「쥐스땡은 바보」라느니 「바르쎌은 알베르를 좋아했다」느니 하는 것 따위를 단언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흰 조약돌과 검은 조약돌을 방안지(方眼紙)에 적은 전언(傳言)에 싸가지고 여름밤에 소녀공동침실의 열린 창문으로 던져 넣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회색 담에도 불구하고, 「체크」무늬가 있는 앞치마와 단이 닳아빠진 층층대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일건서류와 죽은 사람들에게 바친 기념탑에도 불구하고 고독과 버림받은 것에도 불구하고 인생, 인생이 승리의 개가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이 기념탑은 다만 버림받은 어린이들이 불란서를 위해서 죽기 전에 누군가를 위해서 살고 또 살고 싶어 했다는 것을 회상시키기 위해서 거기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