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59) 불리한 처치 ⑨ // 「오늘함, 정자시에 …」 ①
발행일1966-11-20 [제544호, 4면]
금빛 속눈썹이 차디찬 시선 앞에서 더 빨리 깜박인다. 두블레씨는 당황한다.
『어떻든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정신병 의사의 할일입니다…』
『무라구? 정신병의사들은 마치 의사들이 사고로 인한 부상자의 노동불능 정도를 정확히 말해주듯 피의자의 책임의 정도를 정확히 말해주니까 그렇단 말이지? 두블레, 희극이요, 희극이야! 구식 정신병 의사들은 사람들을 식물모집에 분류해 놓은 식물학자들이요! 그들은 자기들이 의사라는걸 잊어버리고 있어요. 찾아낼줄은 알지만 낫게 해줄줄은 모르게 되었단 말이요!』
『어쨌든, 판결된 이의 권위는…』
『…아주 편리한 것이지! 사건을 그냥 두고 문을 닫아버리고 거기서 손을 떼거던 「진리란 무엇이오?」…불행히도 어떤 가엾은 소년이 문에 끼어 있을 수도 있단 말이요… 소년들에게는 다행한 일은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결정을 재심할 수가 있다는 거요』
『그래서 그렇게 밤낮 뜯어고치고 일이 끝나는 적이 없는거지요!』
『그렇소, 그것이 「사격을 수정한다」는 거요』하고 라미씨는 부드럽게 말한다.
『판사님은 언제나 조금씩 뜯어고치는 일만 하시지요!』
『그래 가정교사들은 어떻게 하오? 그리고 학교 선생들은 어떻게 하고?』
『그러나 우리는 재판관입니다!』
두블레씨는 책상을 치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건 또 무슨 권한으로 되는거요?』
검사대리는 어이없이 라미씨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그는 라미씨가 이렇게까지 격한 어조로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없었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미소가 깊이 파인 주름사이에 나타났다.
『당신은 우리가 얻어 쓰는 꽤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머리에 얹고 지나가는 우리 동료 하나를 보고 한 소년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지요. 「아! 판사 임금이로구나!」 했단 말이요… 사실 그건 왕관이 아니고 우리는 또 왕으로 축성되지도 않았단 말이요. 우리의 유일한 정당화는 죄있는 사람들을 구해준다는 것이요. 죄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겸손되이 구해보려는 것이란 말이요.…』
『그렇지만 판사님도 전에 제가 하고있는 역할을 하셨는데요…』하고 두블레씨는 약간 간계를 써서 말한다.
『당신도 얹젠가 내 역할을 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공화국 검사자격으로 사형을 구형하신 일이 있니죠 - 맞습니까?』
라미씨는 그의 흰손을 자기 눈 앞으로 가져간다. 거기에 반지 두개가 반짝이는 것을 잠시 본다.
『그렇소 한번 있었오. 그리고 그 사람은 형이 집행되었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스스로 물어봐요… 참말이지 내가 어떤 소년 하나를 구해줄 때마다 저울대를 조금 더 평형으로 만드는 것 같소』
『우리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은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많은 질문을 하지는 않았읍니다!』
『그분들은 분할없고 겸양없는 생활을 했오.』
하고 라미씨는 천천히 말한다.
『그분들이 그 직업을 가지기 시작했을 적에 그분들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요. 이 단어가 그 경우에 쓰이는 용어요. 그래요, 그분들은 자리를 잡게되고 나머지 세상은 저쪽에 있었단 말이요. 「불리한 처지에」 말이요… 이것은 교수나 대폿집 주인이나 은행가나 관리나 상인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요, 우리한 처지와 불리한 처지가 있는 법이니까!… 얼머나 서글픈 사회냐 말이오!』
『그래도 세상에는 재판관이 필요합니다!』
『그렇소, 허지만 자애로운 재판관이 필요하고 겸소한 재판관이 필요해요. 그 권위를 그들의 직무에서 끌어내지 않고 어느 정도의 사랑에서 끌어내는 재판관이 필요하단 말이오! 사실을 살펴보지 않고 사람을 살펴보는 재판관 말이요! 나는 소년 심판소가 재판소 구내에 있지 않게 돼야 한다고 가끔 말해요. 사실 소년들에게는 그 편이 훨씬 나을거란 말이요. 허지만 오늘 저녁은 역시 그대로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재판관들을 위해서」 그래야 우리가 당신들 가운데 남아 있어서 실험실 노릇을 하고 새롭고 더 인도적인 사법의 씨앗노릇을 하게 될거니까 말이요…』
『우리 몸속의 가시 모양으로 말씀이지요!』
검사대리는 억지로 웃으며 말한다.
갑자기 전등이 동이트는 것처럼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매일저녁 그렇듯이 「생뜨샤뻴」성당에 「일루미네이션」을 켜놓은 길이었다.
『봐요!』
라미씨는 이렇게 말하며 동료의 팔을 밭잡고 창문까지 끌고갔다. 금빛 첨탑은 반투명체가 되어 어두컴컴한 담 밖으로 솟아오르며 죽은 하늘을 꿰뚫었다.
『성 루이가 왜 「쌩뜨샤뻴」을 지었는지 아오?』
판사가 물었다.
『나는 수계를 안합니다.』
하고 검사대리는 약간 매정하게 대답한다.
『진짜 가시관을 모시기 위해서였오. 두불레, 그리스도를 보아요. 그분이야 말로 판결된 사물의 권위의 훌륭한 본보기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다시 라미씨는 「쌩뜨샤뻴」을 쳐다보았다.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저 성당은 우리네 검은 돌, 원한을 간직한 우리네 서류, 우리네 거창스런 말들 속에 갇혀있다. 잠든 육체를 지키는 심장 같이 재판소 한가운데에서 홀로 빛을 받으며… 저것은 하나의 볼모다. 저 성당은 사랑없는 정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외치기 위해 저기 있는 것이다!』
■ 오늘함, 정자시에 ①
알랭 로베르가 간수를 따라 들어갈 적에 지난 시월에나 마찬가지로 양로병원 문지방에 서있는 흰 작업복 입은 사람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보도도 벽도 하늘도 국기의 흰빛까지도 - 회국투성이었다.
그 사람은 소년에게 웃어보이며 다정한 손짓을 보냈다.
『나를 알아보는군』
하고 소년은 비통하게 생각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나는 결코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거야…』
『다 왔다.』
간수는 소년을 소년부에 넘겨주며 이렇게만 말했다.
간수 가방을 열고서류를 꺼내서 소포를 갖다주는 우체부 모양으로 서명을 받아 가방을 다시 닫고 인사를 한 후 떠나갔다. 유치장을 떠난 뒤로 간수는 소년을 한번 내려다 본 일도 「다 왔다!」하는 소리를 하기전에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었다. 어린이에게 구역질을 나게 하던 그 고약한 가죽냄새는 그와 함께 멀어져갔으나 알랭 로베르는 다시 「쟈벨수」와 공동 식당과 더러운 빨래냄새 속으로 즉 타락한 소년들의 세계로 들어갔다.
「팡페르 로슈로」에서 소년은 공동침실, 교실, 휴식시간을 다시 만났다.
「떼르느레」를 우습게 모방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면서 죽은 나무와 양회로 된 잔디밭과 사방에 시계가 있는 것이 달랐다. 왜냐하면 이런 곳에서 소년 각자가 나날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시간은 어디에나 현존해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알랭 로베르는 그래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는 옷깃을 치켜세우고 양손을 포켓트에 지르고 눈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는 정문으로 향한채 가운데 길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