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8) 폐허 위서의 오페라 · 쿼 바디스 · 「카타콤브」라는 곳
오늘도 세계도처에선 「쿼 바디스」
「암흑」 그 안에 신앙의 등불 지켜 나온 「카타콤브」시대 신자들
현대문명안에 찬연한 빛…로마의 고전문명
발행일1965-11-14 [제494호, 3면]
<폐허 위서의 오페라>
「오페라」 구경을 할려면 며칠전부터 예매권을 사놓지 않으면 안된다.
신상우씨는 그 귀한 예매권을 구했노라면서 「오페라」 구경을 가자고 한다.
『「카라칼라」 대욕장 아세요?』
「오페라」 연주장이(야외극장)된 고적지였다. 우리는 「오페라」 구경을 갔다.
저녁때가 되니 좀 초가을에 접어든 한국땅처럼 느껴지던 쌀쌀한 바람이 인다.
카라칼라 황제가 212년에 그러니까 약1천7백50년전에 세운 큰 목욕탕집이다. 근 2천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목욕할 수 있었다는 이 대규모의 욕장은 5세기 중반까지 사용했다던가-.
이집의 둘레는 1.6「킬로미터」나 된다니 근 5리나되는 거리다.
아직도 그 옛날 로마전성시대의 화려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빨강과 「오랜지」빛깔의 벽돌로 세워진 이 건물엔 온탕 냉탕의 목욕실 자리가 있고 「모자이크」 바닥으로 되어있다.
관객들은 계단식 노천극장 의자에 앉게 되어있다.
「리고레또」가 연주되는 날이었다.
그 웅장한 무대며 화려한 조명이며 음량의 폭 넓은 노래며 모두가 나를 황홀경에 빠뜨렸다.
『바람에 불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릴때 마다 나는 손에 땀을 쥐고 숨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저 저배우들은 「마이크」를 사용하는가요.』
천정없는 벌판같은 관객석을 향하여 부르는 노래 소리가 얼마나 쟁쟁하고 탁트인 목소리인지 나는 「마이크」를 이용하는 줄 알았다.
『천만에요』
이태리의 유명한 「오페라」 구경을 할 수 있은 것도 큰 나의 수확중의 하나였다.
<쿼 바디스>
로마 박해시대 때 베드루 종도는 「로마」를 빠져나가려 했었다.
그때 예수님이 나타나셨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도미네, 쿼 바디스)
하고 물으셨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나 또다시 십자가에 매달리기 위해 「로마」로 가련다』하고 대답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베드루 종도는 자기 자신의 마음약함을 뉘우치고 또 다시 박해의 칼날이 번득이는 「로마」로 들어가 마침내 순교를 하였다.
이같은 내용은 성경에도 기록되어있고 영화로도 소개가 된 내용이다. 바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하고 예수님께 말한 그 자리에 조그마한 성당이 서 있다.
길도 자동차도 오가고 할 정도의 조그마한 길이다. 그때 당시의 돌로 깔았다는 도로도 그냥 보존되어 있다.
예수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은 이같은 산증거물만봐도 풀려질 것만 같았다.
우리 일행은 여기서 잠시 차를 멈추고 『도미네, 쿼 바디스』하고 예수님께 묻고 나서 순교의 길로 되돌아간 베드루 종도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었다.
「로마」에 와서 2천년전의 사적을 더듬어 본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주에 가서 천년전 신라시대의 유물을 직접 목격하기가 수월하듯이
<「카타콤브」라는 곳>
대욕장에서 남동쪽 성밖에 유명한 「아피아」 가도가 있다. 여기에 「쿼 바디스」성당이 있고 「아피아」 가도를 따라 남쪽으로 쭉 나가면 시 교외에 이른바 「싼·카리스토」의 「카타콤버」가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박해가 대단했던 2·3세기때 교우들이 숨어서 집회를 하던 지하묘지인 것이다.
안내하는 수사가 촛불을 들고 뒤따라 들어오라 한다.
나도 촛불을 밝히고 조그맣게 뚫린 구멍으로 지하실 계단 내려가듯 내려갔다.
기계문명이 발달된 지금 2천년 전을 추억하기 위해 전기 시설도 안한 것일까.
광산속의 갱도 모양으로 길이 거미줄처럼 뚫리고 지하로 더 내려가는 길도 있었다.
여기에도 별의별 유물이 다 있었고 그 옛날 박해시절 교우들의 오랜 동안의 암흑 생활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여기 저기 묘가 보이기도 하고 교황성하의 묘자리도 있었다.
『이 굴속을 다 걸으려면 65리나 된답니다.』
나는 작년엔가 어떤 어린이들이 이속에 들어가 길을 잃고 행방불명이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길이 있대나 봐요』
이태리 유학생은 보충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암흑 속에서 진리의 광명을 찾으며 살아온 이들의 신앙을 생각하는 동안 어둠속에 벌렁대는 촛불은 닳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