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우리교회는 일반신자나 예비자가정에 초상이 나면 본당회장을 비롯해서 교우들이 찾아가 헌신적으로 돕고 기구하여 일반에게 표양이 됨으로써 전교에 성과를 거둠은 사실이다. 오래동안 이 일에 종사한 나로서 우리는 좀더 질서있고 표양다운 일을 하기 위해 그간 보고 느낀바를 적어볼까 한다.
첫째가 문장문제다. 교우 여럿이 단체로 갈 때 그많은 사람들이 개개인이 다 성수를 뿌리는데 여기엔 시간 문제도 있고 또 그 많은 사람의 숭수로 관보나 명정이 다 젖어버릴테니 이런땐 대표 한 사람이 성수를 뿌리고 망자 평안함에 쉬어지이다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아멘으로 응하고 연도가 끝나면 대표로 한 사람이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고 합동으로 상주에게 인사하면 되지 않을가 싶다. 혼자나 둘이 갔을땐 시체앞에 가서 성수를 뿌리고 천주경 성모경을 외우고 분향하고 상주에게 인사하고 연도를 다음 기회에 다같이 바쳐도 좋을 것이다.
고위층이나 유명인사의 상가에 가면 저명한 외인조객이 많이 와서 연도 끝날때를 기다리지만 교우들은 아랑곳 없이 연속적으로 몇시간씩 연도를 바치는 경우 조객은 실증을 내고 조바심을 친다. 이런 경우 장소가 넉넉하면 한쪽에선 연도를 바치고 안쪽에선 조객을 받도록 하는 것도 좋을 줄 안다. 그리고 어떤 교우는 연도 끝날때 마다 무조건 곡을 하라고 권유한다. 곡이란 스스로 슬픔이 복바쳐 울어나는 것인데 이런 일에 형식적인 울음을 강요하느니 보다 상주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것이 원칙이니만큼 몸을 돌봐 진정을 시키고 고인의 명복을 빌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상가에선 조객에게 술이나 음식을 대접하는데 흔히 과음하여 횡설수설 떠들며 또는 꼬박꼬박 졸아가며 연도하는 풍경은 누가 보아도 좋게는 안보일 것이다.
또 다른 본당의 연도에 갔을땐 그곳 교우들의 지도에 따를 것이지 이러면 안되니 저러면 못쓰느니 간섭을 하는 것은 실례다. 예를 들자면 어떤 이는 십자고상을 바쳐 모셔야 한다거니 어떤이는 시체 중심에 모셔야 된다느니 또는 하관시에 횡대(橫帶)를 덥고 하관예절을 봐야 한다거니 어떤이는 덥기 전에 한다거니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청을 돋우고 종래는 언쟁까지 벌이는 일조차 종종 본다. 설사 잘못되는 일이 있더라도 주관자에게 맡기고 그대로 따르면 좋을 줄로 안다.
십자고상을 모시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할 때는 시체중심에 모시는 것이 좋겠다. 왜냐면 교우나 일반외인이나 망인이 중심인 만큼 망인 중심에 상을 놓고 상위에 고상을 모시고 초에 불을 켜고 성수기를 놓는 것이 원측이다. 그리고 왼교인은 그곳에 와서 절을 하고 분향도 하고 교우들은 성수를 뿌리고 분향을 한다. 교우들은 물론 상가에 가서 궂은 일을 열심히 보아주고 좋은 표양으로 전교하지만 대세자 집에 가면 전부 외인인 만큼 받음 새울 때 화토나 잡감으로만 밤을 지낼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재료로 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본당에선 연미사와 사도예절이 끝나면 관을 성당밖에 내 모시고 행상예절을 보는데 이땐 외인들이 상당히 지루하게 생각하며 겨울같은땐 눈보라가 치면 모두 초조하고 괴로운 일이다.
행상예절은 그전에 상려로 모시고 도보로 갈 때 하거나 영구차에 타고 가면서의 우는게 좋을 줄 안다. 그리고 신부님께 바라고 싶은 건 알아듣지 못하는 라띤어로 사도예절만 바치고 말 때 강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이 교회연결식에 와서 조사 한마디 없고 강론조차 없으면 너무 무미한 것이 사실이다.
삼모날(三慕日) 상가의 초청을 받으면 가서 연도를 바치고 청하지 않는데 여럿이 몰려가면 상가에선 당황한다. 그냥 보낼 수는 없고 대접할 형편이 못되면 걱정한다. 이상 여러가지 점을 잘 참작해서 상사(喪事)를 통해서 교회발전과 전교사업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자.
김재환(국제장의센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