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60)「오늘함, 정자시에 …」 ②
발행일1966-11-27 [제545호, 4면]
그 문은 어린이들만 집어삼키고 어른들만 돌려보내는 엄청나게 큰 함정같이 생각되었다! 파란 머리 수건에 젖먹이들을 싸서 안은 간호부를, 빨래를 실어 뒤뚱거리는 손수레, 한 망또 속에 둘씩 숨은 소년들(그들의 여윈 다리 네개가 종종걸음을 치는 것이 옷밑으로 보였다)
자기들보다 더 넓은 쓰레기통과 씨름을 하는 노동자들, 손 하나가 밖으로 축 늘어져 있는 담뇨 무더기를 호송하는 들것 드는 사람들 - 알랭 로베르는 이런 것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정문 저쪽 행길에 있는 저 나무, 저 「자우로운」 플라타나스를 보고, 버스 하나하나가 가까이 와서는 재롱을 하고 - 땡! 하고는 다시 떠나는 소리를 들으며 그것들이 잠간씩 지나가는 것을 엿보고 있었다. 그것은 「떼르느레」로 가는 길이었다…
「떼르느레」와 그의 사이에는 하도 많은 거리가 가로놓여 있어 어떤 때에는 「떼르느레」가 세상 저끝에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또 어떤 때에는 바로 그 순간에 거기서 몇시간 안걸리는 거리에서 여대장 프랑쏘아즈가 말하고 걷고 또 어쩌면 자기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이기도 했다.
이튿날 아침 끌레랑 의사가 그를 불렀다.
『그 사람도 내게 말을 물어보려는거지!』
소년은 이렇게 생각했으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가 한 일을 어떻게 진술해야 할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아름답게 꾸미고 마침내는 그러니라고 믿게 되었었다.
의사의 조수 알리쓰 양은 그에게 눈을 찡긋하며 웃어보이고 반짝이는 그의 흩어진 머리에 손을 갖다대고는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선생님은 지금 바쁘셔, 그러니까 기다리는 동안 그림이나 그려라…』
이것은 그들이 무척 좋아하는 일이로구나! 알랭 로베르는 종이를 집어다가 옆모습의 여인을 그렸다.
연필, 머리칼은 노랑색연필… 그가 여대장 프랑쏘아즈를 그렸다는 것을 알게되자 소년은 밤색, 갈색, 까만색 연필들을 집어 가지고 젊은 얼굴에 개칠을 해서 심술장이 여편네의 얼굴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굉장히 큰 가슴을 덧붙였다.
『선생님이 들어오라신다…』
소년은 그림을 손에 든 채 들어갔다. 방안은 칠을 새로하고 벽에는 보트레쓰를 그린 매우 명랑한 그림 한폭이 걸려 있었다. 알랭 로베르는 의사를 다시 만나는 것이 기뻤다. 개의 눈 같은 그의 눈, 고양이 같이 엄숙한 모습, 이 사람이 그를 「떼르느레」로 보냈던 것이다.
『잘 있었나, 이 사람아! 네가 우리 집에 와 있다는 말을 듣고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이 그지 없이 조용한 말투, 어디를 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별안간 - 언젠진 모르겠지마는 - 소년의 눈에 와서 붙박이게 될 이 시선이 모든 것이 소년으로 하여금 신뢰를 가지게 함과 동시에 거북하게 만들었다.
『그가 말을 물어보면 모두 이야기해 버리고 말게 될거야… 리따니… 제르맨이니… 그래선 안되지!』
알랭 로베르는 자기 이야기를 뺄 건 빼고 하기 시작했다. 의사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눈섭을 높이 치키고 있다가 별안간 소경이 눈을 뜨듯 무자비한 눈을 다시 번쩍 떴다.
『너는 꾸며낸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는거지, 응? …차라리 네 그림이나 보자…』
그는 그림을 말없이 들여다 보다가 비쳐보려고 햇볕에 대고 쳐들었다.
『너 가끔 프랑쏘아즈 여대장 생각을 하니?』
『네』
하고 소년이 대답했다. 그러나 곧 이어 툭명한 목소리로 『아니요』했다.
『너… 프랑쏘아즈 여대장과 비슷한 사람을 만났지?』
알랭 로베르는 아무 대답도 안했으나 얼굴이 샛발게졌다. 그래서 의사는 말을 이었다.
『그게 「빠리」였었냐 …혹은 다른데였었냐? (그는 「보배에서」라고 말할번 했다. 라미 판사의 전화를 받았었으니까…)』
『「빠리」요』하고 소년은 중얼거렸다.
『길에서냐? 카페에서냐? …야시에서냐? 야시에서지, 그렇지? …그래, 다른 여자들이 프랑쏘아즈 여대장을 닮았어도 그게 프랑쏘아즈의 잘못은 아니지, 응? 이 여자들까지도…그런데 어딜 가는거냐? 얘야 앉아있거라! …이봐라, 방이 지난번하고 달라졌다. 저 그점이 맘에 드니?…그런데 너도 변한 것 같은데… 내가 틀렸니?… 너 「빠리」나 다른데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니?…이거 봐라!(그러면서 그는 종이에 그린 여자의 가슴을 가리켰다) 지난 시월에는 이런거 그리지 않았었는데…왜 그렸지?』
『난 그 여자가 뵈기 싫어요』
소년은 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구 말이냐? …갈색머리 한 여자?』
『네, 제르맨이요.』
『내 말을 들어봐라 너는 혹 제르맨을 보기 싫어하거나 너 자신을 미워할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프랑쏘아즈 여대장을 원망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는 몸을 소년쪽으로 굽히고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네 어머니를 원망하는 건 더구나 그렇다!…네 어머니도 계시긴 계시다. 어머니가 너를 배고, 너를 낳고 너를 사랑하셨어…그러나 네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처럼 너를 데리고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을만한 운이 없었다…아마 네 어머니는 아주 가난했거나 변이들렸었거나 혼자 몸이었는지도 모른다…집이 없었는지도 모르고…그건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판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지만 언제고 네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우선」 이걸 생각해야 된다. 너를 데리고 있을 수 없어 얼마나 슬퍼했는지를 말이다…이건 야시나 제르맨의 이야기는 아니란 말이다!…손을 좀 내밀어라…(소년의 작은 심장은 가냘픈 팔목에서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내 말을 들어라, 뭐니 뭐니 해도 분별이 있어야 하는 거다. 아빠 엄마가 애기를 가지려면 어떻게 하는지 누군가 네게 말해줬지, 응?』
『그래요, 제르맨이요 그런데 그건 더러워요.』하고 소년은 중얼됐다.
『네가 제르맨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걸 「더럽다」 생각하는거다. 네가 어른이 돼서 한 여자를 정말 사랑하게 되는 날에는 너희들 둘의 아이가 되는 얘기를 가지고 싶어할거다. 그때에는 그걸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거다…』
그는 소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오랫동안 눈을 깜박거리지 않고 쳐다보았다.
『내가 말해준걸 잘 생각해봐라, 그리고 내 생각과 같이 생각하지 않거던 나를 다시보러 오너라…아! 가만히 생각하니까 네가 자는 침실에 다리를 저는 아이가 하나 있구나.』
『아드리앵이요?』
『그래. 그애는 여기서 아주 어리둥절해 한다. 다른 애들이 그애에게 야단을 칠까바 걱정이다. 너는 이 집을 잘 알고 내 몸을 지킬 줄도 알고 하니까 네가 그애를 좀 봐 주렴… 너를 믿어오 되지?』
『그렇지만…전 「떼르느레」로 돌아가게 되나요?』
『이건 내게 달린게 아니다, 이번에는』
『라미 판사님이 그러시는데…』
『그럼 돌아가게 되겠지, 허지만 누가 어디로 도로 가기가 그렇게 원이라면 그곳을 떠나느 걸로 일을 시작한다는 건 좀 어리석은 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네가 여기를 떠날 때까지 아드리앵을 보살펴 줘라. 이렇게 하는게 늘 네 생각과 또…똑같은 일을 생각하는 것보다 약은 짓인 것 같지 않으냐?… 또 만나자, 응!』
알링쓰양이 문께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누가 나한테 전화했는지 알아 맞춰봐라.』
『프랑쏘아즈 여대장이지요.』
그는 서슴치 않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