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61)「오늘함, 정자시에 …」 ③
발행일1966-12-04 [제546호, 4면]
『맞았다! 내일은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노는 날이다, 그래서 널 만나러 이리 오겠단다. 좋으냐?…어, 난 네가 웃는걸 여지껏 본 일이 없는 것 같은데!…그리고 복은 하나만 오는 법이 없으니, 여기 너 주려고 사준 그림 잡지를 받아 가라…』
『아, 고맙습니다.』
『천만에, 이렇게 하면 늘 하던대로 「떼르느레」로 너한테 보내지 않아도 될거다.』
『인제 뭐라고 그랬지오?』
알랭 로베르가 하도 얼굴이 하얗게 되는 바람에 그 여자는 본능적으로 그에게로 팔을 내밀었다. 그는 한걸음 물러났다.
『뭐라고 했어요?』
『사실을 그대로 말했지. 선생님이나 내가 매주 「떼르느레」로 네게 보내 주는 잡지 말이다… 그 잡지 집어라 애! 왜 땅에다 대던지니?』
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심장 옆 포켓에서 그 귀중한 대봉을 끄냈다. 그의 파선에서 남아 있는 전부가 그것이었다.
『이 주소를 쓴게 아…아가씹니까?』
『선생님하고 나하고 썼지.』
어째서 소년이 그 종이들을 찢어 그의 얼굴에 내던지며 눈물을 흘리면서 갈린 목소리로 외쳤는지 그 여자는 이해하지 못했고 끝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프랑쏘아즈 여대장 보고 내일 오지 말라고 해요! 오면 난 숨을테야요! 모당칠테요! 그 여자 보고싶지 않아요! 안보겠어요!』
재판소 지하실에서 알랭 로베르는 등과 목덜미를 돌벽에 기대고 돌벤취에 앉아 있고, 체념과 공포와 고독의 상 같은 팔구명의 - 알랭 로베르까지 끼어서 - 소년이 기다리고 있다. 간수들은 말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들이 『잘 있었오?』하는 말 밖에 아무말도 서로 주고 받을 것이 없게 된지가 십오년이 된다. 창문도 없고 말소리도 통하지 않는 벽 저쪽에는 그만한 수의 소녀들이 기다리고 있고, 좀 더 가면 어른 남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사람들이 걷고 이야기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만일 재판소를 땅과 가지런히 깎아 버린다면 그 임시감방에서는 자기네 자식을 죽인 부모에서 식구를 도로 찾으려고 도망친 어린 소년에 이르기까지 - 알랭 로베르에 이르기까지 - 모든 죄악의 화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 라미씨는 알랭 로베르를 다시 불었었다.
『이거 봐라 나는 너를 내 마음대로는 「떼르느레」로 도루 보낼 수가 없다.
너는 그래도 개를 한마리 훔쳤으니까 말이다. 너는 법정에 출두해야 된다. 법이 그러니까 - 법은 내가 만든게 아니다… 허지만 법정에서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내가 법복을 입고 있을게고 내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일어설게다 - 허지만 역시 너와 친한 나일거다… 그래서 내가 너를 오게 한 건 우선 너를 보는게 언제나 즐거워 그랬고 다음으로는 이걸 말해주려고 한거다. 즉 그 광경, 간수, 변호사, 검사대리를 보고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것은 하나의 형식이고, 오늘하고 조금도 다를게 없고, 우리가 조용히 말하고 있는 이 사무실과 틀릴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라 - 내 말 알겠니?… 그리고 네가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네가 재판 받은 것을 아무도 절대로 비난할 권리가 없는거다. 그 사실은 아무데도 기록이 되지 않을거니까!… 그럼 내일 또 만나자. 알랭 로베르야 그리고 아무 걱정 마라!』
「그는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 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소년들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중 하나는 하얗고 퍼렇게 질려서 손톱을 씹고, 한 소년은 차거운 벽에 뺨을 대고 돌아앉아 울고, 또 그중 제일 큰 아이는 세번째 변소엘 다녀온다.
『그 광경을 보고 겁을 집어먹지마라…』하고 알랭 로베르는 뇌인다. 그러나 그의 머리 위에서 바로 공판이 시작되기 전에 순서에는 들어 있지 않은 한 장면이 벌어진다…
『판사님, 미리 말씀합니다마는, 알랭 로베르 사건에 있어서는 더 엄한 다른 재교육원에 보낼 것을 요청하겠읍니다.』
『두블레』
라미씨는 법복 단추를 끼며 말한다.
『나는 「떼르느레」를 잘 아는데 그렇게 하면 당신은 오류를 범하는게 될거요. 한편 끄레랑 의사가 나한테 편지를 보내 왔는데, 그의 생각에도 역시…』
『저번날 밤에 벌써 제 생각을 말씀 드렸지만 이동재판소에서 가장 주요한 사법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을 보게 되니 참말로 유감스럽습니다…』
라미씨는 웃으며 그의 말을 맏는다. 그러나 그의 불안스러운 눈은 그 웃음과 대조적이다.
『두블레, 우리는 거기서 적어도 합의재판은 존중해요! 성인의 중한 범죄라든지 유혈사건 같은 것을 위해서는 내 동료들이 아직 단독으로 개정할 수가 있오. 허지만 부모를 찾아 헤메던 어린 소년, 즉 집 잃은 개들을 다룰 적에는 배석판사 두명과 같이 개정하오!』
『제 말씀은 벌의점진을 뜻하는 것입니다.』
검사대리는 지지 않고 말을 잇는다.
『알랭 로베르는 새로운 잘못을 저질렀으니 그런센터에 그대로 둔다는 것은 이치에 안맞습니다!』
『새로운 잘못이라고? 그건 아니요, 「그의 첫번째…」 바보짓이요! 그애를 「떼르느레」로 보낸건 우리가 아니고 「당페르로슈로」의 끌레랑 의사였오.』
『그애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으니까 그랬던겁니다. 저는 그애 일건서류를 알고 있어요.』
두블레씨는 법복 옷소매를 날리며 말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애를 알고 있어요』
하고 라미씨는 부드럽게 대답한다.
『손을 댈 수 없었다고요? 그렇소, 그건 그애의 「부모」를 끊임없이 갈아주었기 때문이요…』
『판사님은 원인을 결과로 보시는군요! 판사님은 훌륭한 변호사가 되였을겁니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 무것도 얻어내지 못할것이다. 법복이 이사람 대신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라미씨는 갑자기 묻는다.
『어머님께서 아직 살아계시요?』
『살아 계시긴 합니다만…』(한순간 그의 얼굴이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밝아진다.)
『그러면 당신은 어머니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는게 어떤건지 아직 알 수는 없오. 그러나 어머니가 없다는 것, 어머니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은 - 우리중의 아무도 알 수가 없오! 그건 소경이 빛에 대해서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우리가 알아보려는 거나 거의 같은 거요…』
『그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야 간단하지, 이 소년은 평생을 두고 불구자란 말이요. 그애가 부모를 찾고싶어 한걸 어떻게 처벌한단 말이요? 그리고 그것에 실패해서 낙심천만에 있는 바로 그 순간에 그애를 「떼르느레」에서 떼어내서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애정을 뺏어버리는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이요?』
『공판정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읍니다.』
검사대리는 쌀쌀하게 말한다.
지하실에서 간수가
『알랭 로베르!』하고 부르자 소년은 일어났으나 도로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빠진 것이다.
『무서워하지 말아라… 그건 형식에 지나지 않는거다…』
소년은 이를 악물고 제복을 따라 나섰다. 그에게는 돌층계가 끝이 없어 보였다. 숨이 탁탁 막히고 산을 올라가기나 하는 것 처럼 가슴이 점점 더 세게 뛰었다.
사람이 가득찬 대기실로 들어서자, 소년은 호기심 가득하거나 염치 없거나 동정하는 그 모든 시선을 한꺼번에 받았다.
변호사들이 무관심한 눈길, 증인들의 고집스러운 눈길, 부모친척들의 조심스러운 눈길들이었다. 그러자 별안간 소년은 그의 친부모가 그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그가 간수들에게 호위되어 판사들 앞에 서 있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될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많은 시선의 화살에 거기 붙박힌 것처럼 어안이 벙벙해 서있었다. 간수가 가만히 그의 팔을 붙잡아 문을 밀고 앞장세워 들여보냈다. 법정은 굉장히 커보였다. (거의 비어 있었다) - 황소가 투우장에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도 이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