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0) 아빠는 왕대포 ②
발행일1965-11-21 [제495호, 4면]
『찾지 마세요! 18개월 전의 구타·상해사건… 그 애를 무섭게 하려고 판사님은 법정심문을 받게 하셨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바로 그것 때문에 사람들 눈에는 그 애가 아주 못된놈으로 확정이 되고 말았읍니다.(라미씨는 맥이 풀리는 것 같은 몸짓을 했다.) 제가 「까이드」만 멀리 보낼 수 있으면 마르끄는 구제될 텐데요!』 변호사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맺았다.
『아닐쎄, 다리에군!』
판사가 하도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에 젊은이는 그의 얼굴을 흝어 보았다.
이마에 주름살이 석줄 새로 파져 있고 반쯤감긴 오른쪽 눈은 화살같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보통때는 그렇지 않은 분이 어떻게 저렇게도 엄격해 보일 수 있을까?」
『그건 절대로 안되네! 「까리애르」에서는 「그룹」이 선택한 대장을 그대로 두고 그와 함께 행동해야 되네. 그리고 마르끄도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자네 쪽으로 와서는 안되네. 그렇게 되면 자네가 그 애를 낙오자로 만드는 것이 된단 말이야. 그건 이중의 실패니까 조심해야 하네!』
『하지만 제가 그들과 접촉을 가지게 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더 중대한 실패겠읍니까?』 젊은이는 일어서며 말했다.(거의 부르짖다시피 했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집이 있고 음식이 있고 사랑을 받는 저희들, 괴로움을 당해보지 않은 저희들이 말입니다.
어떻게 그 애들하고 우애적인 접촉을 가질 수 있겠읍니까?』
라미씨는 손짓으로 그의 말을 막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괴로움은 그런 것만이 아니라네.』
그 흰 손에서 다리에는 반지 두개를 보았다. 판사 반지와 2년전에 죽은 그의 아내와의 결혼반지였다.
『그런 괴로움만이 아니라!』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판사는 그것을 미리 알아차렸는지 이내 말을 이었다.
『자네가 자신에 대해서 회의(懷疑)를 하고 나를 만나러 오고, 바로 이 순간에 자네의 미소가 떨리고 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매는 어떻든 간에 자네가 성공하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하네. 중요한건 이것 뿐이야, 사랑, 동고동락(同苦同樂), 가책을 느끼는 양심….』
『그것을 확신하시는 건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입니까, 소년판사로서 입니까?』
『하나가 딴것을 잡아먹었네. 다리에군』
그는 손을 눈 앞으로 가져갔다. 그러니까 안광(眼光)을 뺏긴 그 지쳐빠진 얼굴은 거의 노인의 얼굴과도 같았다.
「눈이 또 나머지부분을 잡아먹었구나』하고 다리에는 생각했다. 타자기가 마침내 멈추었다.
무거운 종소리가 황량한 건물안에 한번 울렸다. 변호사는 몸을 일으켰다.
『자네와 같은 사간에 사법경찰 「버스」들이 떠나네. 그 차들은 아마 거리를 방황하는 애들을 일제 검거해서 이밤의 나머지 시간을 경찰에서 지내게 하며 그들의 신분을 조사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고 할걸세… 얼마나 교훈적인 행동인가! 그렇지만 자네는 그보다 더 나은 일을 하려가는 길일세… 잘해보게!』
눈을 가렸던 그 손을 젊은이에게 갑자기 내미는데 미소와 눈길이 그의 얼굴에 이상스러운 젊음을 되살려 놓았다.
다리에는 사무실을 나와 작은 전등이 차디차게 매달려 있고 벽은 불안으로 촉촉히 땀이 배인 손으로 더러워진 대기실복도를 지나갔다. 그는 「예심판사실」…
「제2경죄부(輕罪部)」…라는 무서운 문앞을 지나쳤다. 그가 변호사가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그는 아직 피의자 편의고 허리띠를 졸라맨 배의 편이었지 법복(法服)의 편의 아니었다. 그에게는 상대자들이 갇힌 사람들이고 근심하는 사람들이지 「손님들」이 아니었다….
『이렇기 때문에 나는 성공할거라고 라미씨는 말할테지…』
「쌩뜨샤벨」성당의 첨탑(尖塔)은 벌써 조명이되어 있었다. 지하실에는 이 시간에 몇몇 죄수밖에 갇혀 있지 않고, 그 우중충한 가구들에 서류가 넘쳐흐르고 그 창문이 닫힌 방안에서는 오늘도 많은 거짓말과 의협이 들렸고, 그렇게도 많은 미움과 두려움을 감추었던 이 검은 건물들 밖에서, 첨탑은 찬란한 빛을 내며 마치 움직이지 않는 병자의 신음 소리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다리에는 걸음을 재촉했다. 빨리 나가서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은 마음…
그는 창살문을 지나다가 인사를 하는 라미씨의 아들 제라르를 만났다.
『아버지를 모시러오는군? 사실 늦었지…』
『아니예요』
제라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