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人間(인간)] 겸손
발행일1965-11-28 [제496호, 4면]
겸손은 내용으로 보아 흠숭과 다를 것이 없읍니다. 이는 흠숭하는 사람의 의지이며 할 수 있는 대로 적게 되기를 원하고 무릎을 꿇는 원의인 것입니다. 사람은 그 누구나 흠숭과 설독, 숭배와 멸시, 거만과 자학, 또는 실망 사이를 방황하는 위험에 항상 처해 있읍니다.
사람과 그 업적 또는 그 재조에 대해서 호언장담도 많이들 해놓았지만 그 반면에는 사람의 약점이나 그 비참에 대해 더 어마어마하고 무서운 말들을 써 놓았읍니다. 이 모든 말마디는 일방적으로만 알아듣는다면 어디까지나 거짓말이 아닐 수 없읍니다. 사람은 이렇듯이 적을 수 없으며 더구나 무의미 할 수는 없읍니다. 무한하신 천주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이 어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읍니까?
그러나 이 무한하신 천주님 앞에서는 아무리 위대한 인간의 업적이라도 적을 수밖엔 없읍니다. 천주님과 비교할 때 사람은 적은 것이며 그 업적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못됩니다. 이는 마치 태양 광선이 세기 때문에 그의 위성들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어떻게 내 자신이나 힘이나 그 위대함을 하늘 전체를 덮고 계시는 그분의 힘에 견줄 수 있겠읍니까?
그러나 반면 천주님과 우정을 맺고 있는 나 자신이 어찌 비참할 수 있읍니까? 우리 각자는 천주께로 부터 와서 그를 통해 그 안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위대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천주님이 나를 돌보시지 않으시다면 나는 나 자신일수도 없고 따라서 존속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를 바라보시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어둡게 될 것이며 우리를 사랑하시지 않는다면 우리 안에 사랑이 고갈될 뿐더러 누구의 사랑도 받기에 부당한 자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천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어디로 보내시고 사명을 주시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아무데도 갈 수 없을 뿐더러 아무런 사명도 갖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실 우리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우리의 원의이고 사랑이신 그분에게서 한시라도 떠나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를 그분께 연결하는 연결선이 끊어진다면 우리는 당장에 허무로, 그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면 우리는 소경이며 그를 듣지 않는다면 귀머거리이고 그를 잊어버린다면 무가치하게 되어버릴 것입니다. 인간에게 운명이 있다면 이는 절대이신 천주님과 언제나 같이 있고 그를 통해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인간 조건이 하나있다면 이는 천주님을 떠나는데 인간의 모든 비극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있읍니다. 그런데 천주님께서는 「말씀」이신 당신 아드님을 통해 모든 선을 우리에게 주시고 계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그리스도를 바라보기만 한다면 우리가 바라고 찾는 것보다 훨씬 더한 것을 그 안에서 찾아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천주님은 그 안에서 당신 자신을 전적으로 우리에게 주시고 계시며 우리를 속속들이 밝히고 깨끗이 씻어 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지혜와 성덕으로 채워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