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부족은 모든 전교지방이 겪어온 아쉬움이다. 이번에 서품되는 35명이란 숫자가 결코 많은 편이 못되기는 하나 그래도 자치교구로서의 면목이 서는 것만 같아 그 경사로운 심정을 다 말할 길 없다. 새 사제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드리고 싶은 말도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소원 한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인간의 힘 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부탁이다. 그러나 그 지향(志向)과 노력이 있으면 주의 성총이 자기의 대리자를 버려둘 리 없을 것으로 믿는다.
당신 성자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심과 같이 새 사제를 보내신다.
신품권은 사제권 중에서도 가장 존귀한 권리이다. 인간이 신의 대리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심히 외람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신품권으로 인하여 사제가 인간성을 초탈(超脫)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인간계를 향배(向背)하면 사제가 될 수 없다. 그러기에 주님이 세상에 오실 때에도 어머니를 택하여 인간 속에 나셨고 굶주림과 아픔을 당하셨고 우리 앞에서 산원의 기도를 올리셨다. 그리스도를 죽인 가이파와 빌라도의 권위는 그 죽음과 함께 사라졌건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스스로 영원한 권위로서 남아 인류를 구원하고 있다.
사제는 사제이기 때문에 가장 성실한 인간이 되어야 하겠다. 부모를 존경할 줄 알고 어른에게 순명할 줄 알고 연장자(특히 선배인 사제)에게 예를 바칠 줄 아는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윤리와 도덕은 천주께서 인간에게 명하신 기본적인 계명이기 때문이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기에 또한 그 사랑의 대리자이다.
내적생활에 있어서는 물론이거니와 외적생활에 있어서도 사랑의 사자(使者)로서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사제직이 그 사랑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복음(福音)은 들을 귀 있는 자에게만 들린다. 그러기에 특히 전교신부는 세상의 귀를 열어 주는데 힘써야 한다.
공산주의자가 산상수훈(山上垂訓)을 가리켜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조아지」에 반항하지 않도록 꾀우는 꾀임수로 알아듣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李太載(慶大 敎授 · 法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