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正元 副祭 (전주교구 順天本堂)
잃는 자 오히려 얻을 것이란 사랑의 「파라독스」 실천코자
오늘 비록 사랑의 「靑盲(청맹)과니」일지라도
인생은 짧다. 「생명의 길」은 협착 · 험난하다. 이제 자신을 다시 한번 반추해본다. 7년동안 사랑의 전당에서 사랑을 배워 왔다. 그러나 사랑을 터득하지 못한 채 사랑의 「청맹과니」 그대로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기」라는 굳은 아성 속에 실천적 자신의 차원(次元)이 아집(我執)에 고착된 채 자신의 「베일」을 벗기지 못하고, 따라서 「자기타협」 속에 헤맸던 까닭이다.
인간의 종교성(宗敎性)을 「자기 초월성」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기세계」가 아닌 세계로 자신을 던지는 것』이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를 발견하며 나아가서는 이 「위대한 아(我)」의 저쪽 한 구석에 집유하고 있는 「아(我)」까지 버리는데 있다. 즉 「자기세계」 「자기소유」의 방기(放棄)를 말한다.
「자기세계」가 아닌 세계, 이것을 「종교세계」라고 한다.
『제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그 생명을 잃어버릴 것이요 나를 위하여 생명을 버리는 자는 그 생명을 얻으리라』는 세계, 즉 사랑의 최고 「파라독스」인 세계다.
인간이 이 「종교세계」의 차원에로 비약함은 그것은 사랑으로 가능하다. 사랑은 「종교세계」로 비상하기 위한 신(神)이 인간에게 준 「나래」다. 인간은 이 나래를 타고 신(神)과 접촉하게 된다. 말하자면 「사랑의 비약」이다. 이 사랑의 비약은 한마디로 정작 「님」이라 부를 수 있는 관꼐가 적어도 습성적인 것이 아니면 그 열매를 맺지 못한다.
「종교세계」의 좌표는 수직과 평행이 교차되는 점, 거기에 있다. 신(神)과 「나」와의 관계를 수직이라 한다면 「나」와 「이웃」의 관계를 평행이라 하겠다. 사랑의 완성은 이 교차점에 있다.
이제 나는 그 좌표에 과녁을 두고 사랑의 광활한 광장으로 나서게 된다.
그 광장에서 「실명의 눈」을 비비며 안간힘을 다 하여 사랑을 배우고, 실천할 것이다. 적어도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에 빠진다』는 명제가 두려워서도 그러나 위선이 될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인간의 나략성이다. 그러기에 나약한 자기를 믿지 않는다는 것, 「자기가 자기 아닌 것」처럼 겸허와 위로부터 오는 말씀에 대한 「종순」 그것이 생활의 밑바탕이 돼야 함을 다시 한번 깨치게 된다.
「자신이 자신의 것이 아니 되는 것」 거기에 성(聖)이 이루어진다. 지면상 각필한다.
■ 金錫佐 副祭 (마산교구)
내 어깨에 메어진 이 멍에
도우심 믿고 성실히 질뿐
동면하던 개구리마냥 어리둥절 하지만
울고 웃는 동안에 벌써 근 10개 서상의 신학교 생활도 끝이나는 모양이다.
뜻한 바 있어 이 주님의 못자리인 신학교란 곳을 찾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신부가 된다니 세월의 빠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동안 즐거운 일도 많았고! 마치 온 세상을 구해보겠다는 듯이 커다란 포부도 가져보았으며 달콤한 세속의 유혹 때문에 고민도 많더니 -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이 체찍질하여 이제 신부가 되어 이 신학교 문을 나서게 되니, 나에게는 또 다시 새로운 「멍에」가 두 어깨를 짖누른다.
새로운 천지!
마치 동면했던 개구리가 이른 봄에 다시 세상에 나와서 느끼는 양,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참으로 신기하다.
목자를 기다리는 수많은 양떼들을 눈앞에 바라보며 나 자신을 돌이켜 볼 때 어딘지 모르게 위촉감이 들고 자신을 잃게된다. 남들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나는 신학교 생활 10년에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심된다. 아니 달라지기 전에 애초의 바탕이 신부되기에 적합한 인간이었는지?
주님의 살과 피를 이루는 이 거룩한 성직. 하늘의 천사들도 머리 숙인다는 이 거룩한 사계절을 맡기에 합당함을 느낀다. 다만 힘대로 노력하면 도와주시는 주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이 가련한 하나의 겨자씨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천지, 새로운 시대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리스도께서 생명을 다해 이루어 놓으신 구원의 희망. 비록 부족한 내 자신일 망정 이 무거운 짐을 즐겨 받아 들이면서 앞날의 설계도를 홀로 세워보기도 한다.
보다 훌륭한 사제, 새 세대가 요구하는 충실한 사제가 되어 보자고 -
다만 한가지 내 어깨에 메어진 이 멍에를 현세 생활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메고 가도록 간절한 기도를 청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