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1) 아빠는 왕대포 ③
발행일1965-11-28 [제496호, 4면]
『아빠… 아버지가 늦게까지 일이 있으신걸 알고 있어요.(다리에는 제라르도 오른쪽 눈을 반쯤 감고 머리를 어깨 위에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르끄는 어떻게 지내요?』 소년이 벼란간 물었다.
『잘 있지! 그런데 그 애를 알고 있었나?』
『아버지는 그 애들 전부에 대해서 이야길 해주셔요… 저는 형제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소년이 너무나 야릇한 말투로 덧붙였기 때문에 변호사는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바람에 나부끼는 잠든 나무가지 그림자가 그들의 발치에서 춤추고 있었다.)
『선생님 안녕!』
버스는 다리에를 「빠리」의 변두리 전광간판(電光看板)들과 보도에까지 넘쳐나오는 「까페」와 돌로 지은 높은 집들이 끊어지는 곳에 내려놓았다.
그는 어두운 지역으로, 거주형태(居住形態) 지도와 공중보건(公衆保健) 지도에 검정으로 표시된 지역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것은 움막과 결액과 범죄의 왕궁이었다. 밤보다는 낮에 더 더럽고 어쩔수 없는 이 길을 「그룹」이 시작되던 날부터 몇번이나 왕래했던가! 마르끄를 찾아 나섰다가 용도(用途)가 변경된 공장 지하실에 모여 있는 그 열세명을 우연히 만났던 저 겨울밤 뒤로 말이다. 소년들은 금속설(金屬說)이 산더미같이 쌓인 가운데 녹이 쓴 커다란 톱니바퀴에 앉아 있고 한가운데는 여윈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다. 그가 들어가니 얼마나 조용해졌던가!
『「빠리」의 짝패야…』 하고 마르끄가 얼마나 어색해하며 다른 소년들에게 그를 소개했던가! 그뒤로 우정 「그룹」의 다른 「간사(幹事)」 끌르드(인쇄공)와 프랑쏘아(자물쇠직공)의 덕택으로 이패거리를 거의 길들였었다…
그러나 천만에! 무엇때문에 환상을 가진단 말인가? 그리고 가령 「오스떼를릿즈」의 패거리나 「아랜」의 패거리와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인가? 거기서는 시작이 훨씬 쉽고 솔직했었다.
모리쓰(또 다른 짝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랜」의 논팽이들과 축구를 하기 시작했었다. 매번 자기편에 승리를 가져다주고는 젖은 「샤쓰」위에 저고리를 다시입고 악수를 나누고는 다시 사라지는 것이었다. -여전히 아무말도 없이 어떤 토요일 소년들이 자진해서 「팀」이니 경기장이니 연습이니 하는 이야기를 꺼냈었다…
지금은 패거리가 산산이 흩어졌다. 열한명의 「팀」에서 구원된 것이 여덟명, 갱이 세명(열, 한명의 부랑자 대신에) 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승리였다.
「오스떼를릿즈」에서는 한 소년이 「아코대온」을 연주하며 구걸하고 있었다. 쟈끄가 그의 손에서 「아코데온」을 뺏아가지고 「뮈제뜨」조(調)로 「수정(水晶) 구슬」을 연주했더니 돈이 비오듯 쏟아져 들어왔다… 소년은(줄곧 말이없이) 쟈끄를 제 패거리들에게로 인도했었다.
오래지 않아 그들은 합창단을 만들고 부활절에는 「캠핑」을 떠나고 「바락크」를 짓고 했다- 왕대포야 안녕! 그러나 「까리애르」에서는 다리에와 끌로드와 프랑쏘아가 안개 속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열 두살에서 열 일곱살까지의 소년이 열댓명 있었는데 그중에는 힘에 겨운 일을 해서 피로로 정신이 멍해있는 아이들도 있었고 벌써 실직한 애들과 아직 학교에 다니지마는(마르끄가 이 축에 끼어 있었다.)
밤이되면 대폿집을 이리 저리 헤매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소년은 자기 어머니의 손님을 끄는 「팸프」 노릇을 하고 있었다. 또 한 소년은 독일군 점령(占領) 기간 중 여러밤 동안 할아버지의 시체 곁에서 자야만했다.
그때부터 그 소년은 「히스테리」의 발작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짝패들은 「포켓」에 손을 꽂고 꽤 흥미있게 구경하곤 했다- 다른 무슨 일을 할 것이 있어야 말이지… 또 한 아이는 형과 누나가 같은 방에서 자는 다른 네사람이 잠이 들었다고 믿기가 무섭게 성행위를 하는 흉내를 내서 웬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패거리의 대장 「까이드」의 위대한 자랑거리는 법정에 출두했다는 것 외에 위에 말한 지하실에 끌어다 놓았던 독일사병의 시체를 천원에(물론 그 사병의 옷을 벗길 권리도 끼어서) 팔아먹었다는 것이었다. 다리에와 그가 오늘 저녁에 「상인장(商人莊) 까페」로 찾아가려고 하는 끌로드와 프랑쏘아가 구해 주려고 하는 아이들은 이런 자들이었고 쳐부수려고 싸우는 것이 이런 것이었다. 아아! 다른 소년들이 늘 모이는 장소에 있기나 하다면! 그들을 찾아 헤매고 모으고 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말이다!
『잊어버렸었지… 형들은 참 우습구먼, 할일이 이것밖엔 없는 줄 알아!…』 아아! 오늘 저녁만은 적어도… 다리에는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검은 대리석 같은 하늘이 낮은 집들과 철늦은 나무들이 서 있는 이 변두리 동내를 무겁게 찍어누르고 있었다. 너무도 사이가 큰 가로등들은 서서 자고 있는것 같았다. 자동차 한대가 쓸쓸한 거리를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그 붉은 불과 폭음이 사라지자 그 뒤를 따른 것은 조심성 있는 적막과 암흑과 거만하게 도사리고 꼼짝않는 무방비도시(無防備都市)였다.
『이건 혼수상태야!』
다리에는 아무 이유없이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혼수상태… 혼수상태…하고 뇌까렸다.
-그러니까 절망이 섞인 공포심이 그의 속을 텅 비게 해 놓는 것이었다. 그는 길을 되돌아 갈번 했다.
『바로 이 순간에 자네의 미소가 떨리기 때문에 자네는 성공할 걸세!』
바로 이 순간에 라미씨는 그의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발길을 옮겼다.
다리에는 왕대폿집 문을 밀고 들어서다가 어리둥절해서 발을 딱 멈추었다. 끌로드와 프랑쏘아 둘만이 있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지도 않군! 열두살짜리 어린 마뉘엘이 더러운 식탁에 한팔을 구부리고 뺨을 그 팔에 얹고 파리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에서 자고 있었다.
『애들은?』
『애들?(프랑쏘아는 어깨를 들썩했다) 영화구경도 가고 야시(夜市) 구경도 가고 「단스홀」에도 가고 산보도 하고…』
『그것도 아니야! 이애 집 저애 집으로 밀려다니는 거지. 「너 오늘밤에 뭘해?… 데레네 집에 샤를로가 있는지 가보자… 야, 마르쎌 누나가 새 짝패가 생겼단다…」 이런 말들을 하는거야』
다리에는 안경을 벗으며 말한다.
『여보게들, 오늘밤으로 꼭 결판을 내야하네. 한가지 묻겠는데, 열둘 중에 세명을 구한다는게 해볼만한 일인가?』
『해볼만한 일이냐구?』
끌로드가 식탁을 탕치며 말한다.
(어린 마뉘엘이 눈을 떳다가는 팔을 바꿔 괴고 다른쪽 빰을 얹고 다시 잠들어 버린다…)
『우리가 「바락크」만 하나 있어봐 어떻게 되나! 뤼씨앵이 굉장한 「아이디아」를 나한테 일러 주었어, 국영철도(國營鐵道)의 헌찻간 말이야… 거저 얻을 수 있다는 거야』
『이것 봐』
프랑쏘아가 말한다.
그는 좀 지나칠 정도로 조심조심 「동부(東部) 빠리변두리」지도를 펼친다. 굵은 손가락이 분홍색칠한 삼각형을 가리킨다.
『여기!… 이건 시유지(市有地)야, 토목과(土木課). 교섭여하로는…』
『그건 내게 맡겨. 「바락크」만으로는 부족해. 무엇이 필요하나 하면… 그래 이런게 필요할거야 구인(救人) 「카아드」상자. 구인광고가 우리 턱밑으로 늘 지나가고 있단 말이야, 저번날 모리쓰가 세가지나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걸 이용하지 못했어. 이 동안에도 베니또, 알프레드, 샤를로는 이거리를 못구했고.
뤼씨앵은 일자리에 가는데 한시간이나 걸린단 말이야.
「카아드」상자… 그리고 시내에 방 서너개를 얻어서 갈데없는 애들을 구해주고.
칭계참에서 자는 애가 둘이 있거든…』 『셋이야! 그리구 이번주부터는 키다리 쟈끄가 대폿집 식탁에서 잔다네. 걔네 집에는 새로 「의붓아버지가」 또 와서 기분이 나쁘다는 거야!』 『「센타」하나, 「센타」하나하고 「카아드」 상자가 필요해…』
다리에가 다시 하는 말이다.
『자넨 좀 지나치게 조직적이야.』
절대로 웃지를 않는 프랑쏘아가 천천히 말한다.
『가령 자네가 말하는 「센타」만 하더라도 그 애들 동네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애들한테 쓸데없는 거란 말이야.』
『애들에게 잠자리를 주고 옷을 주고 한다고 다 되는게 아냐』
끌로드가 말을 이어 받는다.(그리고 자기가 하려는 말에 하도 자신만만해서 벌써 떠듬거린다.)
『그건 말이야 그건… 그건 미국식 유혹이란 말이야… 필요한 건 -이봐, 프랑쏘아- 애들이… 뭐라구할까? -애들이 함께 따뜻하게 있는 거야, 같이 있는 걸 좋아해야 된단 말이야!
그러면 조직이니 하는 건 모두 저절로 된단 말이야, 그건 쉬운 일이야!』
다리에는 생각한다.
『옳아! 프랑쏘아는 신앙이고, 끌로드는 희망이고- 그리고 나는 질서가 잘 잡힌 박애밖에는 믿지 않는다… 참말이지 나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
다리애가 말한다.
『자네들이 옳아, 하지만 오늘밤은…』
『애들이 올거야』 프랑쏘아는 커다란 「파이프」에 담배를 담으면서 침착하게 말한다.
『저봐! 뭐랬어?… 야, 샤를로! 야, 키다리 쟈끄!… 아! 뤼씨앵도 왔구나 기분이다!』
샤를모는 관자놀이가 좁고 앞니 둘이 썩었다. 쟈끄는 결핵이 다달이 사정없는 엄지손가락으로 새겨 놓는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이다. 뤼씨앵은 흰「머플러」를 두르고 금발 머리춤 몇가닥을 설탕물로 굽실거리게 했다. 셋이다 손을 「포켙」에 찌르고 있다.
『여! 다른 애들은 없어?』
벌써 그들은 달아날 차비다. 다리에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끌로드는 「포켙」에서 봉투하나를 꺼낸다.
『야들아 그거 보라우! (이것은 그의 독특한 말투고 「알사스」 사투리의 최후수단이다.) 이리 좀 오란 말이다.』
그는 「우정 그룹」이라는 서두(緖頭)가 인쇄되어 있는 신분증을 꺼내서 나누어 준다. 당장에 모든 소년들이 진짜 나이를 도로 찾았다. 열살…
『모두다 받을 수 있어? 빌어먹을 사진이 한장 있었는데, 어저께 누구한테 줘버렸지!… 이름을 모진 글자로 써야되나?… 「볼펜」으로써도 되나?… 「사무국장」이라, 누가 기야, 사무국장이라는거?…』
『바로 그거야, 난… 조용해요, 야들아 이거 보라우!… 난 샤를로가 어떨까 생각했는데…』
『네 생각엔 어때, 샤를로…』
『뭐, 난…』
그는 얼굴이 샛빨게 진다.
『사무국장이라, 제에기!…』
알프레드와 베니또와 또한 짝패가 그동안에 들어와서는 사뭇 놀란 눈으로 샤를로를 바라본다.
노라리꾼이고 야비한 샤를로가(바보샤를로, 뭐 말이야 바른대로 해야지!) 사무국장이라니… 야 이거 참! 어린 마뉘엘이 눈을 뜨고 몇시나 됐나 무슨 일이 있는 건가하고 생각한다. -안녕!
『내 형 데려다가 신분증 쓰게 하지. 글씨 잘 쓰거든』
데레가 제안한다.
『이봐』 샤를로가 떠듬거리며 말한다.
『네 형 피… 필요없어, 나도 글씨 쓸줄 안단 말이야, 진짜야!』
『안돼』 프랑쏘아가 일곱번째나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말한다.
『이젠 아무도 나가지 못해, 오늘밤에는 너무도 중한 일을 결정해야 되니까. …안온 애들은 할수 없지!.』
다리에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니야! 「까이드」가 없으면 실속있는 결정을 조금도 할수 없어…』
『그앤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가서 찾아보지, 자네들은 신분증에 「싸인」이나 시키고 찻간 대지 이야기나 하게… 난 맹서코 그 앨 데려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