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62)「오늘함, 정자시에 …」 ④
발행일1966-12-11 [제547호, 4면]
알랭 로베르는 마르끄가 설명해 준대로의 장소를 알아보았다. 그런데도…그것은 마치 악몽 속에서와 같이 그것이기도 하고 아주 그것과 꼭같지 않기도 했다. 알랭 로베르는 피고석 칸막기 벽까지 걸어가서 소매로 덮인 두 손으로 그것을 꽊 붙잡았다. 배난간에 기대서서 토하지 앟고 견딜 수 있겠는지 어떤지를 모르는 선객과도 같았다. …이마를 찡그린 채 그에게 웃어 주는 라미씨가 까마득하니 멀리 보였다. 전등불 때문에 법복의 가슴장식이 잘 보이지 않아 그는 신부같이 보였다. 그의 오른편에는 노인 한분이 손을 펴서 귀에 대고 있었고 왼편에는 수염난 사람이 안경을 닦고 있었다. 피고석 바로 맞은 편에는 검사대리가 마치 밤세모양으로 꼼짝않고 한군데만 바라보고 있었다. 알랭 로베르는 입을 반쯤 벌리고 눈썹을 찡그린 채 그의 푸른 눈에 흘려 있었다.
『자! 주소 성명은?』 하고 서기가 되물었다.
소년은 그것을 벌써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단숨에 죽 외워버렸다.
『바보로구나!』
하고 두블레씨는 생각했다.
『좀더 천천히 말해요, 원!』
하고 서기가 말했다.
알랭 로베르는 말을 하면 구역질이 난다는 것을 알고는 칸막이 벽을 다시 손가락으로 꽉붙잡았다.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안쪽 문은 거의 끊임없이 여닫혔다. 변호사들이 획 들어와 동료들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이고 시간을 들여다 보고는 도로 나가고 했다. 라미씨는 배석판사들에게 사건을 설명했다.
『여기 아동보호소생으로 열 한살 먹은 착한 소년이 하나 있는데 이 소년은 이런 생각을 했었읍니다. 운운… 「떼르느레」에서는 모두가 이때를 사랑했읍니다… 그리고 또 불쌍한 개 이야기, 아니 그보다도 불쌍한 개의 이야기도 있읍니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듣지않고 있었다.
그의 눈길은 친척석(바로 재판석 맞은편)에서 홀에 드나들듯 사람이 쉬지않고 출입하는 그 문쪽으로 끊임없이 왔다갔다 했다.
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들어올거다. 들어와서 여기 앉을 것이다… 아아! 게울것 같다! …게우면 벌을 받을테지…』
『그래, 내 말이 들리냐, 알랭 로베르?』
판사가 큰 소시로 말했다.
『저쪽에 뭘 살피는 서냐? 뭘 무서워하는 거냐? 저 문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아무도, 얘야 우릴 봐라!』
조용해졌다. 소년은 눈을 천천히 라미씨의 눈쪽으로 돌리다가 깜짝 놀랬다. 그 눈들이 다른 어떤 눈길을 생각케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시선일까? 그렇게도 믿음과 우정과 또 간원이 깃든 시선…아 그렇다! 「까디」의 눈길…
이번에는 판사가 검찰관쪽으로 몸을 돌리니 침묵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나는 어린 피의자에게 꼭 한가지만 묻겠읍니다.』
하고 두불레씨가 말했다.
『알랭 로베르, 검사님을 쳐다봐라!』
라미씨는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피의자는 「떼르느레」로 꼭 돌아가고 싶은가?』
『천만에1』
소년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라미씨가 그 말을 물었다면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눈이 푸른 저 작자는 그를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대답하는 것이 더 신중한 일일 것이다)
『그러믄요!』
「어린 피의자」는 대답했다.
『재판관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고 두불레씨는 중얼거렸다.
그는 소매짓으로 아무 말도 더 물어볼 것이 없다는 것과 재판의 계속에 대해서 흥미를 잃었다는 것을 알렸다. 라미씨는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그는 검사대리가 말하기 시작한 뒤로 죽이고 있던 숨을 겨우 되찾은 것이었다…
노인과 수염난 사람은 보좌관과 같은 존경하는 태도로 라미씨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그들이 속삭이며 의논하는 모양은 세 장난꾸러기가 무슨 장난을 꾸미는, 모양과 같았다.
법정 안쪽에서는 방청객 속에 꼬마가 하나 있었는데 진력이 나서 안절부절하며 고양이 우는 것 소리로 자꾸
『가아!… 가아!…』 했다.
라미씨에게는 그것이 방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으나 검사대리는 커다랗게
『쯧… 쯧… 쯧…』
했고 서기는 간수장을 향해서 비극배우같은 몸짓을 해보였다. 간수장이 일어나 애기 어머니에게 가서 귀에다 대고 뭐라고 말하니 엄마는 아이를 법정 밖으로 안고 나갔다.
그러자 라미씨는 침통하고 억양없는 목소리로 어떤 문장을 읽었는데, 알랭 로베르는 그 뜻을 하나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마당위를 날아다니는 회색과 흰색, 그리고 파란색 비둘기들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이건 말이다』
하고 라미씨는 다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말 듣니! (『저애는 틀림없이 바보다!』하고 검사대리는 생각했다.) 이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너를 「떼르느레」로 도로 보낸다는 말이다. 법정은 네가 믿을 수 있는 아이고 또 이것을 이용해서 패짝들에게 되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런짓을 다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자, 또 만나자 알랭 로베르!』
「떼르느레」!… 무서운 바람이 휙 불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마르끄, 마미, 이빨, 비로드, 「기만해」, 「레이다」, 끌레망쏘, 「도끼」가 모두 한꺼번에 방금 열린 문으로 우우 몰려들어왔다! 그리고 검사대리의 좁다란 푸른 시선이 마치 강물이 대양으로 흘러들어가듯, 프랑쏘아즈 여대장의 넓은 푸른 시선 속으로 흘러갔다… 알랭 로베르는 바로 전에 그와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자문하지도 않았다 - 어린이들의 세계에서 그렇듯이 「그 순간」이 압도하는 것이었다…
「떼르느레」! 비둘기들은 앉았는데 소년은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라미 판사에게 웃어 보이고 간수 앞을 뛰어갔다. 대기실로 들어서며 그는 말썽꾸러기 어린애를 보고 그에게도 웃어 주고 속삭였다. 『가아… 가아』
그 전날밤 여대장 프랑쏘아즈는 트렁크를 손에 들고 마미의 방문을 두드린다.
『들어와요!』
마미는 새로운 눈으로 그 넓직한 어깨, 바람에 나부끼는 그 긴머리, 사슴의 눈같은 그 눈을 바라본다 - 그 여자는 프랑쏘아즈가 떠난 뒤에는 이 모든 것이 슬픈 추억이 되리라는 것을 벌써부터 알고 있다.
『「떼르느레」에서 지내는 내 마지막 십오분간을 마미곁에서 지내려고 왔어요…』
『마지막이 아니지요, 프랑쏘아즈! 다행히도 일주일 후엔 우릴보러 돌아올거니까』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결정적으로 약혼을 할거예요』
하고 프랑쏘아즈는 거의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모두가 결과는 다를거에요!(침묵, 견디기 어려운 침묵이 흐른다…) 뷔팔로는 걱정할게 없을겁니다. 제3동은 모든 것을 정리해 놓았으니까요』
『파릉쏘아즈를 빼놓고는 모두지! 당신은 불쌍해…』
『불쌍하다는 건 틀려요. 마음이 무겁다면 맞겠지만. 그리고 이게 약이 올라요! 나는 떠나야 할 이유가 얼마든지 많이 있어요…』
『프랑쏘아즈는 오직 한가지 이유만, 그렇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지요』
마미는 쓸쓸히 웃으며 묻는다.
『어린 알랭 로베르가…』
『알랭 로베르는 모르는 사이에 그릇을 넘치게 하는 물방울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그 물방울이 절대로 다른 물방울 보다 더 무겁지는 않아요. 그것이 마지막 물방울이었다는 것 뿐이지요! 그런데 그건 그애의 탓이 아니에요…』
프랑쏘아즈가 너무나 세게 깍지를 끼는 통에 손이 아주 하이얗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