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
①나날이 인간관계가 친밀해지고 민족간의 유대도 두터워지는 오늘날 교회는 비(非)그리스도교 종교와의 관계가 더욱 가까와 지도록 힘쓰고 있다. 이간과 국가간의 일치와 사랑을 증진하려는 교회는 인간에게 공통적인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인간을 우정으로 이끄는 지를 이 선언문에서 고려하였다.
모든 백성은 하나의 공동사회를 이루고 그 기원도 같다. 대저 천주께서 전 인류로 하여금 이 지구상에서 같이 살게 섭리하셨기 때문이다. (註 1) 또한 인류의 최종목적도 같고 이는 곧 천주님이다. 천주님의 섭리, 그의 선(善)의 현시(顯示), 그의 구속계획은 전인류에게 미치고 (註 2) 이는 선민(選民)들의 성도(聖都)에서 하나가 되는 날까지 이를 것이며 이 성도는 주의 영광으로 빛날것이요, 만백성은 천주의 빛속에 걸을 것이다. (註 3)
■ 인생 문제
인간은 예나 다름없이 오늘날도 종교로부터 인간을 고민케하는 인생의 수수께끼의 해답을 기대한다. 즉 사람은 무엇인가? 인생의 의의는? 도덕선(道德善)은 무엇이며 죄는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고 이것은 무엇에 기여하는가? 참된 행복에의 길은 어느 것이며? 죽음은 무엇이고 심판과 사후(死後) 보상은 무엇인가? 끝으로 우리의 존재를 둘러싼 종국적인 불가해(不可解)한 신비 즉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②원시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동안 인류역사의 제사상(諸事象)과 사물의 추이(推移)에 영향을 주는 숨은 힘이 있다는 것을 지각(知覺)해왔음을 여러 종족들 사이에 볼 수 있다. 때로 어떤 민족은 최고 존재 혹은 만물을 낳은 아버지를 인식하게도 되었다.
이와같은 지각과 인식은 그들의 생활을 심오한 종교적 의식(意識)에 젖게 하였다.
어떻든 고도의 문화와 결부된 종교들은 세련된 개념들과 발달한 언어로써 상기와 같은 의문에 답하려 힘썼다. 그리하여 「힌두」교에서는 인간은 신비를 묵상하고 이를 한없이 풍부한 신뢰와 철학적 탐구로써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이 고통으로부터의 탈피를 금욕생활, 심오한 묵상 또는 사랑과 신뢰로 신에게로 비약함으로써 이룩하려한다. 또한 그 형태에 있어서 다양한 불교는 이 무상(無常)의 세계의 근본적 결함을 의식한다. 그것은 열심하고 신심 깊은 인간들이 혹은 완전한 해탈(解脫) 상태에 도달하고 혹은 스스로의 노력이나 더 높은 힘의 도움으로 열반(涅槃=達觀·道通)에 달할 수 있는 길을 가르친다. 그와같이 다른 종교들 역시 각각 교유한 방법으로 교리와 생활규범, 의식(儀式)들로된 방법을 제시함으로 인간의 고민을 해소시키려 했다.
■ 타 종교를 존중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의 진실하고도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비록 가톨릭교회가 견지하고 제시하는 것과는 여러면에서 다르다할지라도 그러나 만인을 밝히는 진리의 빛을 가끔 반영시키는 그들의 행위와 생활의 규범, 그 계명과 가르침을 교회는 성실한 존경으로 대한다.
물론 교회는 모든 인간이 풍성한 종교생활을 발견하는 그리스도, 천주께서 만물을 그이안에 화해시키시는 그리스도, (註 4)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왕 14장 6절) 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선포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신자들이 심중과 사랑으로써 또한 그리스도신자로서의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는 가운데 타종교 신자들과의 대화와 협조를 통해 이 사람들이 가진 선행과 영성적, 도덕적 가치를 비롯하여 사회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여 증진하기를 권장한다.
③교회는 역시 「모스렘」교를 존경한다. 그들은 생활하고 스스로 존재하는 인자하고 전능하며 하늘과 땅의 창조자이시며 (註 5) 인간에게 말씀해 오신 신을 숭배한다. 그들은 이스람의 신앙을 즐거이 아브라함과 관련지우며 아브라함이 천주께 복종하였듯이 천주의 헤아릴 수 없는 섭리에 진심으로 복종하려고 힘을 쓴다. 그들은 비록 예수를 신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예언자로 존경한다. 그들은 또한 그리스도의 동정성모를 공경하며 때로는 신심 깊게 마리아의 전구(傳求)를 빈다. 나아가서 그들은 죽음에서 부활한 인간들이 천주의 보상(報償)을 받는 심판의 날을 기다린다. 그들은 도덕적 생활을 갑지게 보고 특히 기도와 희사와 단식으로 천주를 숭배한다.
■ 상호이해 노력
수세기에 걸쳐 그리스도교도와 「모스렘」 교도간에는 분쟁과 반목·질시가 적지 않았다. 그러므로 공의회는 과거를 잊고 진지한 상호이해를 위해 힘쓰며 함께 전인류의 이익을 위해 사회정의, 정신적 복지를 비롯하여 평화와 자유를 보존하고 증진시키기를 모두에게 권고한다.
④교회의 신비를 탐구하는 공의회는 아브라함의 후손인 신약의 백성들과 영신적으로 맺는 유대를 명심한다.
이리하여 그리스도의 교회는 천주님의 구속계획에 의하여 (이스라엘) 선조(先朝)들, 모세와 예언자들안에 교회의 신앙과 창립이 시작돼 있었음을 인정한다. 교회는 또 신앙에 의하여 아브라함의 후손들인 그리스도를 믿는 (註 6) 모든 사람은 이같은 선조들의 소명(召命)에 이미 포함돼 있었고 동시에 교회의 구원이 노예의 땅으로 부터 선민들이 구출됨으로 신비롭게 예시(豫示)되었음을 천명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구약의 계시를 천주께서 그 무한한 자비로 첫 계약을 맺은 이 백성으로부터 받았음을 잊지 않는다. 또한 교회는 자양분을 잘 가꾸어진 「오리브」나무뿌리로부터 섭취하며 야생의 가지와도 같은 이교백성들이 (註 7) 이나무에 접목돼있음을 잊지 않는다. 교회는 실로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 십자가로 유태인과 이방인을 화해시키고 당신안에 하나로 일치시켰음을 (註 8) 믿는다.
교회는 (바오로) 종도께서 그의 동족을 가리켜 『저들은 천주의 자녀의 지위와 영광과 여러 계약과 입법과 경신례(敬神禮)와 허락을 차지 하였나니라. 선조들과 종족이며 -동정 마리아의 아들- 그리스도 인성으로는 저들 중에서 나셨나니라』(로마서 9장 4·5절)라고 한말을 언제나 명심한다. 교회는 또한 교회의 기둥이며 대들보인 종도들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세상에 선포한 초기의 모든 제자들이 유태백성에서 배출되었음을 상기한다.
■ 유태민족에 대한 천주의 사랑의 불변
성경이 증거하는 바와 같이 「예루살렘」은 구세주의 방문의 때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註 9) 많은 유태인들은 복음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고 이의 전파를 방해한자도 사실 적지 않았다. (註 10)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주께서는 그들 선조들을 생각하여 그들을 가장 사랑하신다. 천주께서는 (바오로) 종도가 그렇게 증거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신이 유태인들에게 주신 은혜와 그들을 부르신 것을 후회하시지 않으신다. (註 11) 예언자들과 그같은 종도와 함께 교회는 천주 홀로 아시는 날이겠으나 만백성이 한소리로 주로 찬미하고 『모두 함께 그를 섬기는』(소포니아 3장 9절) 그날을 기다린다. (註 12)
크리스챤과 유태인에게의 공통적인 영신적 유산이 그토록 크기에 공의회는 이들 상호간의 이해와 존경을 함양하고 권고하기를 바라며 이것은 무엇보다도 형제적 대화를 비롯하여 성서적, 신학적 연구로써 결실될 것이다.
사실, 유태인 지도자와 그들을 따르던 자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강요했다. (註 13) 그러나 그리스도 수난에 닥쳐온 일은 그 당시의 유태인들에게도 무차별하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더우기 오늘의 유태인에게 전가시킬 수 없다. 비록 교회는 천주의 새로운 백성이나 성경에서 추론(推論)된 것처럼 유태인들을 천주로부터 버림받은 혹은 벌받은 백성으로 표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교리교수에 있어서나 주의말씀을 설교하는데 있어 그들이 성경의 진리와 그리스도의 정신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가르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아가서 어느 누구에게 대한 어떠한 박해도 거부하면서 교회는 유태인들과 나누는 유산을 명심하여 동시에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고 복음의 정신에 의거하여 언제, 누구의 손에 의해서든 유태인들을 거스려 행하는 반유태주의적 증오와 박해와 표현일절을 배격한다.
■ 구원의 십자가
더우기 교회는 과거에서와 같이 현재에도 그리스도는 수난과 죽음을 온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진해서 받으셨고 그것은 인간의 죄와 또한 당신의 무한한 사랑에 기인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주의 십자가는 만민을 감싸는 천주의 사랑의 표적이며 모든 은총이 흘러나오는 샘으로 설교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이다.
⑤천주의 표상으로 창조된 인간이면 어떤 누구이든지 이를 형제적으로 대해야 하며 아니면 우리는 만인의 아버지이신 천주님께 의지할 수는 없다. 인간의 천주성부께 대한 관계와 인간대 인간관계는 성경말씀같이 서로 깊이 맺어져있으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천주를 알지 못한다.』(요안전서 4장 8절)
■ 천주앞에 만인은 평등
그러므로 여기에 입각한 인간존엄성과 기본권에 관하 한인간과 인간, 민족과 민족을 차별하는 이론이나 관습의 근거는 없다.
교회는 또한 인간을 인종이나 피부색 혹은 생활환경과 종교의 이유로 차별하고 억압함은 그리스도의 뜻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공의회는 종도 성 베드루, 성 바오로를 따라 (模倣) 그리스도교신자들이 『이교백성들 중에서 우애를 지키고』(베드루전서 2장 12절) 가능한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살아서 (註 14) 하늘에 계신 천주성부의 참된 자녀되기를 (註 15) 열렬히 희망해 마지않는다.
-註-
①종도행전 17장 26절 참조.
②저서 8장 1절, 종도행전 14장 17절, 로마서 2장 6·7절, 디모테오 전서 2장 4절 참조.
③묵시록 21장 23절 참조.
④코린토후서 5장 18~19절 참조.
⑤성 그레고리오 7세의 아우리타니아왕 안시르(나시르)에게의 서한 21(성영 148, 콜로세서 450) 참조.
⑥가라타서 3장 7절 참조.
⑦로마서 11장 17~24절 참조.
⑧에페소서 2장 14~16절 참조.
⑨루가복음 19장 44절 참조.
⑩로마서 11장 28절 참조.
⑪로마서 11장 28·29절, 교리헌장의 「루멘·젠티움」(만민의 빛), 교황청문서(AAS) (1965년판) 57의 20「페이지」 참조.
⑫이사야서 66장 23절, 이사야서 65장 4절, 로마서 11장 11~32절 참조.
⑬요왕복음 19장 6절 참조.
⑭로마서 12장 18절 참조.
⑮마태오복음 5장 45절 참조. 【NC 特信】
★ 이상은 10월 28일 발표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