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언을 하면 틀림없이 가족들에게 전달이 됩니까?』
『전달이 되든 안되든 있으면 말하라』
눈물머린 눈으로 깊은 한숨을 한번 몰아 내귄 고는 띄엄띄엄 말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말이 없읍니다. 다만 우리가족에게 죄를 많이 짓고 간다고 전해주십시요』
그의 음성은 새파랗게 질려 사뭇 떨리고 있었다.
이젠 마지막 기회다. 내 맘은 초조하였다.
『김석관씨! 천주교 교리에 대해서는 지난날 윤형중 신부님이나 저를 통하여 많이 들었으니 잘 알겠지요?』
그는 얼굴을 약간 돌려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꺼덕였다.
『그럼 우리 천주교에서 주는 대세를 받겠읍니까?』
『나 같은 죄인이 어떻게 대새를 받을 수 있겠읍니까?』
내 맘은 더욱 초조했다.
『그럼 간단히 설명하지요. 저 십자가를 보십시요!』
나는 그에게 한 발자국에 다가서며 형장 앞에 있는 십자고상을 가리켰다.
그는 십자가를 바라 보았다.
『저분이 바로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이십니다. 저분만 믿고 세를 받으면 완전한 죄사함을 받을 수 있읍니다. 그러니 믿고 세를 받겠읍니까?』
일초 이초… 무정한 시간은 자꾸만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그의 영혼에 있어선 가장 중대한 총결산이 아닌가.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몸서리치는 침묵이 흘렀다. 약 10분이나 지났다.
다는 다급해졌다.
『속히 답변해 주시지요. 믿고 세를 받겠읍니까?』
역시 대답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집행관이
『종교에 귀의할 의향이 없는가?』
그러나 눈은 감은채 입은 꼭 다물고 얼굴은 정면으로 향하고 마치 그대로 굳어버린 석마을과도 같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10시 40분. 이윽고 집행관이
『집행!』
하는 호령과 함께 세 사람의 죽음의 사자는 달려들어 그에게 한 사람은 흰 보자기를 머리에 씌우고 한 사람은 밧줄을 목에 걸고 또 한 사람은 양팔을 뒤로 묶었다.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밖으로 뛰어 나갔다. 미처 문을 나오기도 전에
『덜커덩-』
하는 소리는 그만 온통 나의 심장을 뒤흘어 놓고 말았다. 소름이 쭉 끼침과 동시에 나의 내부에서 무엇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 이순간의 고뇌! 온몸에 식은 땀이 주루룩 흘렀다. 나는 성호를 그었다.
『주여! 나의 무능한 탓이 옵나이까? 아니면 이것도 천주님의 뜻이옵나이까?』
끝까지 천주님을 인정하지 않던 그의 마지막 유언은 윤리도덕에서 우러나온 뉘우침이 있었던가?
그날 오후 근무는 영 잡치고 말았다.
심적인 고통이 쉽사리 가시지를 않았다.
그외 뒤를 이어 얼마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具正奎는 심지어 만세까지 부르며 몸부림을 치고 발악을 하더라는 것이다.
『오 주여! 나에게 좀더 용기와 능력을 주시옵소서.』
고중열 作 奉相均 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