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37) 유행복
분중에서도 「코티」가 제일 싼 것
「빠리」서는 「쇼걸」이나 입는 것을 한국서는 가정부인들이 앞다퉈
발행일1966-12-18 [제548호, 3면]
「빠리」를 유행의 도시라고들 한다. 「횃숀」계에서도 세계적으로 유행을 퍼뜨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의 양장 「스타일」은 으례 「빠리」에서 새 멋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되어있다. 과연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 상 싶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횃숀」계에서 그만큼 세계를 움직일 정도로 새로운 본을 보여주고 세계의 유행을 지도하는 것은 사실이라 한다. 그런데 「빠리」의 「디자이너」로 공부온 어떤 한국여성은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우리 한국에서 생각하듯 여기 「빠리」의 여성들은 옷에 있어 그리 화려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내 눈에 비치는 「빠리장」들의 옷도 유난히 검소하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빠리」의 유행을 바로 본뜨는 서울 명동의 화려한 유행족들을 생각해 본다. 「빠리」에서도 화려한 유행을 본뜨는 족속이 있다.
그것은 유흥가 아가씨나 연예계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가정부인까지 그 유행을 뒤쫓으려고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빠리」가정주부나 아가씨들은 수수한 옷들을 입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빠리」에 온 사람은 그 사실에 놀란다.
『신부님 「빠리」까지 와가지고 무슨 선물이라도 하나 사가야겠는데 돈의 여유는 없고 하니 값깐것으로 한국에서 환영받을게 뭐 없겠어요?』
신부님은 곰곰이 생각하는듯 하더니
『글쎄 딴사람들 보니까 불란서 「코티」 분을 한국에서는 꽤 쳐준다던데 그거나 사가시죠』
나는 이 리노 신부님의 권고를 듣기로 했다. 왜 그런고 하니 「코티」분이 상당히 비쌀줄 알았더니 분중에 제일 싼것이 「코티」분이란다. 그런데 안내하시는 신부님이 몹시 난처해 하신다. 글쎄 신부 복장을 입고 「코티」분을 사야하니 그럴 수 밖에 없을상 싶었다.
『신부님 「코티」분 파는 집을 가리켜만 주세요. 그럼 제가 사죠 뭐!』
글쎄 그래도 신부님은 직접 참견을 해가지고 싸게 사주시려는 생각이셨던 모양이다. 그것은 백화점엘 가면 관광객이 여권만 보이면 무조건 값을 할인해 주기로 되어있다. 그런데 신부님께는 관광객 할인보다 더 할인해 주는 율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 내 가난한 주머니 사정을 눈치차린 신부님은 한푼이라도 싼값으로 사주실양으로 직접 「코티」분 파는 백화점엘 함께 가자고 한다.
이렇게 해서 불란서에서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값싼 불란서 「코티」븐을 나는 더 싸게 선물로 살 수 있었다. 그 옆에 진열된 가지가지 이름모를 화장품 값을 물으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비싼 것들 뿐이다.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불란서 「코티」분이 좋다더라』하면 바로 유행심이 발동되어 그것을 따르는 때문일까? 그런데 이렇게 양장의 「스타일」이라든가 빛깔이라든가 화장품의 이름이라든가 등이 현지 사정과 다른 것 같다.
그네들의 검소한 생활면 같은 것도 우리나라에서 본따서 유행이 될 수는 없는지? 그들의 집을 봐도 그렇다. 바깥 모양은 아주 오래된 집들이고 시커멓다. 볼품이 없는 집 같다. 그러나 일단 집안에 들어서면 실속있게 꾸며놓고 살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집 바깥면 벽 「페인트」칠부터 하거나 벽돌담을 하거나 하는데 돈의 낭비를 안한다. 겉치레보다 실내장식에 더욱 머리를 쓰는 그들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