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전세게가 경축 일색으로 하나되고 축제 「무드」는 최고조에 달한다. 「징글벨」의 경쾌한 「리듬」을 타고 수없이 오고가는 「크리스마스 · 카드」와 선물들, 거리마다 골목마다 넘쳐 흐르는 사람의 물결, 화려한 궁전으로부터 초라한 빈민굴에 이르기까지 「메리 크리스마스」의 기쁜 환성은 메아리친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빨레스띠나」의 「베틀레헴」이라는 조그만 촌락 근처에 있던 마굿간에서 태어나서 30년동안 가난한 목공으로 지내다가 동족의 모함과 시기로 십자가형틀에 처형된 사람이다.
그가 처형되기전 3년동안 수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각처로 돌아다니며 불구자를 고쳐주고 가난한자들과 버림을 받은 자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주었고 모든 사람은 하느님이신 공동의 아버지의 형제자매임을 가르치고 서로 사랑할 것을 역설하였다. 그는 온갖 불의와 위선과 죄악을 규탄하면서도 회개하는 죄인은 언제나 너그럽게 용서해주었다. 그의 사명은 전인류를 그 죄악과 영원한 죽음에서 건져내어 새로운 생명과 평화를 회복시키는데 있었다.
그가 탄생하던 밤에 천사들이 목동들에게 나타나서 『오늘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노니 「베틀레헴」 초막에 세상을 구속하실 구세주가 탄생하였도다』(루까 2 · 10-11)라고 하였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의 탄생은 확실히 전 인 류에게 내려진 참된 평화와 구원의 희소식(福音)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의 인류 구속사업은 그의 십자가 위에서의 피의 제사로 완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모든 행사와 예배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거룩한 제사의 재연(再演)인 「미사성제」에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란 말의 뜻이 본시 그리스도의 미사란 것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날밤 그의 제자들과 마지막 저녁을 든 자리에서 빵을 들고 『너희는 받아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고 하였고 이어서 포도주 잔을 들고 『너희는 받아 마시라, 이것은 너희와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흘릴 내 피의 잔이니라』고 하면서 『너희는 나를 기념하기로 이 예식(미사)를 행하라』고 언명하였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거룩한 피의 제사를 새롭게 하는 미사성제의 유래인 것이다. 십자가 위에서 흘린 그리스도의 한없이 고귀하고 거룩한 피의 댓가로써 모든 인간은 현세적인 불행과 빈곤과 고통가운데서도 죄악과 영원한 죽음에서이 구원과 새로운 생명에 대한 소망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는 현대에도 그리스도의 이 구원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그 어느때 보다도 인간 지능의 과시(誇示)와 과학기술의 고도의 발전으로 자신의 구원적인 가치마저 잘못 인식하고 한없는 정신적 불안과 공포속에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공사눚의는 인간정신의 구원을 완전히 부인하고 다만 물질적인 불균형과 빈곤에서의 구원을 내걸고 이른바 계급이 없는 사회건설을 위한 혁명적인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세계를 공포와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사상면으로 또는 무력(武力)이나 과학면으로 공산주의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민주진영에서는 하느님과 인간 영성(靈性)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리스도의 구원의 진리를 수긍하고는 있지만 지나친 자립경제와 과학만능에 치중한 나머지 권력과 금력(金力)의 지배자로 행세가여 인류가족의 진정한 복지와 세계평화에 암영(暗影)을 던져주고 있다. 1965년 10월 4일 교종 바오로 6세는 전 인류의 이름으로 행한 역사적인 「유엔」 총회 방문 연설에서 평화는 전인류의 소망이며 인류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천명하고 모든 국가에 대하여 공격적 무기를 버리고 무력(武力)에 호소하지 않는 국제적 안전보장의 길을 발견하도록 촉구하였다.
교종은 인간의 윤리적 양심에 호소해야 할 필요를 역설하면서 『세계를 위협하는 위험은 발전이나 과학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발전과 과학은 오히려 정당히 사용하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많은 중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참된 위험은 더욱 더 강력한 무력을 휘두르는 바로 인간 자신에서 오는 것이다.』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최근에 교종은 월남의 항구적인 평화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호소하고 모든 나라는 군비를 축소하고 가공할 현대무기 생산의 막대한 자원(資源)을 동원하여 저개발국의 원조와 세게 빈곤 극복에 이바지함으로써 인류 공동복지와 세계평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사도 바오로가 말한대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고 진리에 의해 의화(義化)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써 구속된 새로운 인간임을 자각해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서로 사랑하는 참된 인간애와 선의(善意) 및 도덕생활 개선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인류사회의 온갖 부조리(不條理)와 모순, 그리고 불행과 고통과 죽음의 피치 못할 운명 속에서 몸부림 치는 인간에게 참된 위로와 기쁨을 다시 깨우쳐 주고 영원한 생명과 평화를 확약해 주는 크리스마스야 말로 진정 전인류의 축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께로부터 받은 정신적인 위안과 기쁨, 그리고 평화와 생명은 그를 「믿는 자」들에게만 부여된다. 그리스도를 신앙한다는 것은 그의 모든 교훈을 실천함이다. 그리스도가 탄생하신 날 밤 하늘에서 천사드의 황홀한 함창이 울려펴졌다.
『지극히 높은데서는 하느님께 영광이요, 당에서는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함이로다!』
尹炳熙 神父(哲博 · 서울 祭基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