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10) 「카푸리」섬에 가다
바다 한가운데 펼쳐진 푸른 동굴의 세계
유기적 조직으로 관광「서비스」만점
발행일1965-12-05 [제497호, 3면]
『언제나 언제나 그리운 「카푸리」
그대와 사랑을 속삭이던 밤
야자수 그늘 파도치는 그 섬
언제나 그리운 「카푸리」』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이런 노래를 곧잘 하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즐겨 부르는 노래의 고장이 어디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모르고 있을 정도가 아니고 노래의 곡풍으로 보아 「하와이」 근방의 어떤 섬으로 알고 있었다.
노래의 곡도 「하와이」 풍인데다가 가사도 『야자수 그늘 파도치는 소리…』가 있어 더욱 나의 무식한 지리(地理)의 착각을 짙게 하고 있었다.
이태리에 와서야 비로소 「나포리」에서 한 백리 가량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햇살의 조그마한(15「킬로」평방) 절경의 관광섬이란 것을 알았다.
「쏘렌토」에 도착한 뒤 우선 「호텔」을 잡았다. 「푸론트」에서 숙박계를 쓰고 있으려니까 「호텔」한 종업원이 다가와 말을 건다.
『보다 세라 식뇨레』「안녕하십니까 선생님(저녁인사)」 이태리말도 잘 모르면서 나는 몇마디 익힌 이태리말 연습을 위해 대담하게 익숙한 사람처럼 댔구 했다.
『보나 세로 식뇨레』 그리고 나서는 간신히 외워둔 이태리 말을 한번 써 먹어 볼 양으로 인사와는 관계없는 말을 건네었다.
『페르파 볼레 도베 카푸리』(「카푸리」섬이 어딘지 말씀해 주시요) 했더니 무어라고 한참 이태리말로 씨부리는데 「카푸리」란 낱말 이외는 알아들을 리가 없다. 그러나 내가 「카푸리」의 위치를 몰라 물은 것이 아니니 알아들을 필요가 없다. 다만 내말이 이태리 사람한테 통한 것만 신통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는 얼떨떨해 하는 나를 보면서 『까삐세?』(아시겠어요?)하고 묻는다. 그래 나는 대뜸 『노까삐토』(이해가 안됩니다)하고 응답을 했다.
『아 정망 이태리말 잘 하십니다』하고 영어로 칭찬을 해준다. 이쪽에서 몇마디 주어배운 이태리 말을 좀 엉뚱하게 말 했을때 제나라 말 잘하는 줄 알고 이태리 말을 마구 나한테 해낼때는 편리한 「노까삐또」란 한 말만쓰면 위기를 모면 한다는 비결을 배워놨던 터였다.
나는 바로 이태리 말을 못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카푸리」섬 가는 안내를 영어로 받기로 했다.
『아 그렇다면 그 섬까지 가는 배 삯을 여기에 내십시요?』
『여기서도 취급합니까?』
『관광회사하고 다 연결이 돼있으니 여기서 예약하시면 내일 아침 관광회사에서 차가 나와서 손님을 모시고 부두까지 모시고, 부두에서가면 자동적으로 배를 태워 「카푸리」 구경을 다시켜줍니다.
그리고 관광 안내원도 붙어 설명도 잘해준답니다.』
나는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적어도 이정도로 유기적인 조직이 되어야 하겠고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쏘렌토」시가를 돌아보았다.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품으로 즐비하다. 담배곽의 뚜껑을 열었더니 그 순간 거기서 귀에 익은 「카푸리 섬」노래의 가락이 나온다.
이렇게 이태리는 도처에 외국손님이 돈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별의별 수법을 다쓰면서 살쪄가고 있는것 같았다.
고대 로마제국 어거스티우스 황제나 폭군 티베리우스의 이궁(離宮)이 있었던 경암(硬岩)이 있었던 경암(硬岩)의 섬「카푸리」는 파란 물결위에 그림처럼 솟아 있었다.
「카푸리」 노래 가사처럼 야자수는 그리 눈에 안 띄고 「올리브」 나무만이 남국의 정열처럼 우거지고 있었다.
내가 탄 날씬한 관광선이 「카푸리」 섬에 가까와 지자 부두처럼 보이는 곳으로 가질 않고 인가도 없는 곳으로 뱃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섬을 한둘레 돌고 섬에 배를 대려나」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으로 관광선은 가면서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서울 한강의 낚시 배 같은 것이 10여척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었다. 가까이 가 보니 낚시배가 아니고 「보트」였다. 「보트」의 노를 젓고 있는 사람이 관광선 가까이 다가온다.
안내원은 이렇게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여기는 「그로타 아쯔라」(파란 동굴)입니다. 한 「보트」에 두사람씩 갈아타십시요』하고 무슨 수수께끼 같은 소릴 한다.
「우리들에게 도대체 이 바다위에서 뭣을 보여줄 셈일까」하고 호기심을 일게 하였다.
노젓는 사람도 아무말도 않고 노만 저으며 바위밖에 없는 섬가로 다가간다.
한강에서 「보트」 놀이 할때처럼 나는 뱃머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를 수그리시오』 사공이 허리를 깊숙이 앞으로 꺾어 수그리고 있으라는 형용을 한다.
가만히 보니 바위와 바닷물과 맞닿은 부분에 「보트」 하나가 간신히 들어 갈만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속으로 들어간다.
『자 머리를 드십시요』 주위가 깜깜하다. 넓은 바다의 동굴속이다.
『자 지금 들오온 구멍쪽을 향해 바라다 보십시요』
놀랍게도 광선의 반사로 바다속이 들여다보이고 고기떼들이 은빛광채를 발산하며 노닐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가 들어온 동굴어구의 높이가 1·2「미터」라 하지만 밀물때는 구멍이 물에 잠겨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썰물때를 이용하여 하루 3시간 정도밖에 구경할 수 없는 곳이었다. 입장료 150「리라』(60원 꼴). 어쨌든 묘하게 돈들을 벌고 있다
「카푸리」에는 산중턱까지 왕래하는 「케이불」궤도 차가 있었고 「솔라로」 산꼭대기까지 자동차가 두대 간신히 스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아스팔트」길이 뻗어있었다. 이런 곳을 시속 40「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운전자들의 솜씨도 명물중의 하나였다.
과연 절정의 「카푸리」였으나 한국은 이에 못지않은 절경이 많으면서도 돈벌 생각만 했지, 돈을 벌기 위한 시설과 교통망 투자에는 인색하기 때문에 썩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