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겨울의 일요일 아침 나와 동생은 밥술을 놓자마자 곧장 흰미사수건을 옆에 끼고 계산동 성당으로 달려갔다. 가니까 벌써 시작을 했다. 나와 동생은 어느 한 구석자리에 끼어앉았다. 신부님께서 무어라고 말씀하시면 우리는 알아 듣질 못하여 입만 중얼중얼거렸다. 그때 옆에 있던 동생이 『언니야 발시렵다. 집에 가자.』했다.
나도 사실 집에 가고 싶지만 『이까지 왔는데 왜 벌써가?』하며 듣지 않았다. 나와 동생은 눈같은 미사수건을 푹 뒤집어 쓰고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동생의 미사수건을 살며시 들쳐보앗다. 동생의 눈에는 구슬같은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그러자 나도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무리 참아도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내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나는 마지 못하여 동생보고 『그럼 가자』했다. 그러나 동생은 일어서지 않았다. 나는 아까 동생이 가자고 할 때 왜 안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 동생을 일으켜서 미사수건을 옆에 끼고 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한참 오다가 깁앞에 이르니까 갑자기 미사수건 생각이 났다. 나는 얼른 내 손을 주머니에서 빼보았다. 그러나 있을리는 만무했다. 나는 거기서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문앞에서 어리둥절 하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께 말씀드리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동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언니 미사수건 잃어 버렸다』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별로 꾸중을 않으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꾸중을 하지않는게 한층 더 괴로왔다. 그로 얼마 지난 어느 일요일 오후 학이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나오라 하면서 자기 교회의 어느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천국을 보셨고 성당에 다니시던 어떤 아주머니는 지옥을 보셨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추억이 그냥 가실수야 있겠는가? 또 어머니께서는 교회에는 못나가게 하신다. 그래서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예수 둘레의 많은 소나무에 은빛 금빛 가루가 뿌려진 성당! 또 「디프테리아」로 조퇴를 맞고가서 이튿날 세상을 등진 안예! 안예가 수녀가 되겠다고 맹세하고 믿던 성당에 나는 동생과 손목잡고 나가기를 다짐했다.
대구 효성국민학교 5학년 오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