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가는 길가에 넓은 공지가 있었읍니다. 공지의 한 구석이 조그마한 「브록크」공장이 있었읍니다. 그리고 공장에는 주인 아저씨의 가족들이 사는 판잣집이 있었읍니다.
「부록크」를 쌓은 옆에 하얀 성모상이 서 있었읍니다. 외롭게 서 있었읍니다. 겨울 바람이 쌩 부는 공지에 홀로 서 있었읍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성모상은 등에 구멍까지 나고 있었읍니다.
이렇게 상처까지 입은 성모상을 바라볼 때마다 경자는 가슴이 아팠읍니다. - 왜 성모상이 저렇게 깨졌을까? 그리고 왜 이런 「부록크」 공장에 있을까? 그러나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읍니다.
그날은 겨울치고는 따스한 날씨었읍니다. 햇볕이 아물아물했읍니다. 그날로 경자는 성모상이 바라보이는 곳에 서 있었읍니다.
이때 저 쪽에서 일하던 공장 주인 아저씨가 경자를 발견했읍니다. 아저씨는 경자 앞으로 왔읍니다.
『너 언제나 한참씩 성모상을 바라보고 가는데 어디 성당에 나가느냐?』
웃으며 상냥하게 물었읍니다.
『예, 성당에 나가요. 아저씨도 성당에 나가셔요』
『응, 나도 성당에 나간다』
『그런데 아저씨 저 성모상이 왜 저렇게 깨졌죠?』
『나도 잘 모르겠지만… 몇달전 일이다. 저 언덕을 내려 오는데 웅덩이진 곳에 하얀게 눈에 띠었어. 그래 먼가하고 가까이 가보았지. 그랬더니 그게 성모상이 아냐! 놀랍기도 했고, 그런 곳에 성모상이 버려져 있는게 어떻게 마음 아팠는지 몰랐어. 그래 성모상을 집으로 가지고 왓었지. 아마 전쟁 때에 공산군들이 어느 성당이나 수도원에 있는 걸 거기 내버린 모양이다.』
공장 주인 아저씨는 이같이 설명했읍니다. 경장의 얼굴이 당장에 밝아졌읍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경자가 다니는 성당 주일학교에서는 며칠동안 김 알로이시아 선생님과 아이들이 성모님의 석고상을 말끔하게 손질하고 있었읍니다.
등에 뚫어졌던 구멍도 석고로 깨끗하게 메꾸어졌읍니다. 성모상은 새로 만든거나 다름없게 되었읍니다.
경자와 또 다른 아이들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밤입니다.
여름철에는 꽃밭이었던 주일학교 마당에 큰 성탄나무가 세워졌읍니다. 울긋불긋 오색등이 켜졌읍니다.
은종이 금종이로 만든 별이며 색종이 「테이프」가 바람에 나부끼고 또 빛났읍니다. 성탄 나무에는 하얀 솜 눈이 가득 앉았읍니다. 참 아름다운 성탄나무입니다.
그 아래 성모상을 모셨읍니다.
성모상을 둘러싸은 아이들의 얼굴은 모두가 즐거워 보였읍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은 성탄절을 앞두고 자기들의 성모상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이제 외롭지 않게 되었읍니다. 모셔질 곳에 모셔진 성모님이 얼굴에는 성스러움과 어지심이 밝은 빛처럼 살아나고 있었읍니다.
성모님을 바라보며 맑은 소리로 합송하는 아이들의 성모경이 노래같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어두움 속에 물처럼 번져나갔읍니다.
박홍근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