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 크리스마스 이브
무대 = 눈 내리는 들길. 배경에 멀리 성당이 보인다
나오는 이들 = 천사① 천사② 천사③ 바람천사, 마귀, 복남, 수돌, 순이, 숙이
- 막이 열리면 부슬부슬 눈이 내리고 「고요한 밤」 노래 은은히 들리며 천사 ①, ②, ③ 나온다 -
제1장
천사①=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또 왔네.
천사②=저것 봐. 송이 송이 눈꽃송이를…
천사③=세상의 더러운 걸 폭 덮어주는 하늘꽃 송이들이야.
천사①=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와야해.
천사②=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선물 나누어 주러 썰매를 달릴 적에도 눈이 와야지 잘 미끄러질게 아냐.
천사③=그래그래, 잘랑 잘랑 썰매의 바울소리 우렁차게 쌩쌩 달려야 온세상의 어린이들 한테로 다 돌아다닐 수 있을거야.
천사①=산타크로스는 크리스마스 밤마다 정말 바쁘겠어.
천사②=세상의 어린이들에게 빼놓지 않고 모조리 선물 주는게 아니래.
천사①③=그건 왜 그럴까?
천사②=마귀하고 친한 애에겐 못준대.
천사①=마귀하고 친한 애가 있을라구.
천사②=있구 말구. 심술통 · 욕심보 · 거짓말장이 · 쌈대장 - 이런애 말이야.
천사③=옳아, 맘뽀 비뚤어진 애 말이구나.
천사②=나쁜 애는 마귀편이니까, 그런 애에게 성탄선물을 줘봤자 이내 마귀가 빼앗아 가니까 주나 마나래.
천사①③=참으로 그렇겠구나.
- 눈이 멎고, 잔잔한 음악 -
천사②=어머! 어느새 눈이 멎었네.
천사①=저 하늘 좀 봐 오색별들이 총총한게 참 아름답구나.
천사③=오늘은 하늘아기의 생일날이니까 하늘의 모든 별들이 다 땅을 비추어 대낮같이 밝게 해줄거야.
천사②=산타 할아버지의 썰매길을 비추어 주고 또 성당에 가는 착한 어린이들의 길도 비추어 주고 말이지.
천사①=그런데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서 어떻허지?
천사②=왜 그래? 아까는 눈이 많이 와야 좋다더니…
천사①=좋긴하지만, 성당길을 폭 덮어버려서 밤중 미사에 가는 사람들이 푹푹 빠지고 길 잃을거야.
천사③=그건 문제없어. 바람천사한테 부탁하면 금새 길을 내줄걸 뭐.
천사②=(손뼉치며) 참 좋은 생각이야. 우리 바람천사를 부르자. 시이작.
천사①②③=바람천사야! 바람천사아…
- 막 뒤에서 왜 그래애? 소리 -
천사①②③=이리 좀 와봐아!
- 통통거리며 큰 바람주머니를 둘러멘 바람천사 나온다 -
바람천사=누군가 했더니 너네들이었구나.
천사①=부탁이 있어서 불렀어.
바람천사=부탁이라니 내게 무슨 부탁?
천사②=저길 봐, 눈이 너무 쌓여서 성당길이 메워져 버렸지 뭐야.
바람천사=옳지, 알겠어 알겠어. 바람을 일으켜서 길을 틔워달라는 거구나.
천사③=바로 그거야. 예수님 생일잔치에 성당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야.
바람천사=문제없어. 이 바람주머니를 들이대면 눈을 날려버릴 수 있어.
- 바람주머니를 들이대면서 전진 -
- 막 뒤에서 요란한 바람소리 난다 -
천사①②③=야아, 멋지게 길이 틔이네. 바람천사 만세.
천사①=우리도 바람천사 같은 좋은 일을 해야할게 아니냐?
천사②③=무슨 좋은 일?
천사①=나는 꽃천사, 너는 풀천사, 그리고 얘는 나무천사니까 우리 셋이서 이 하이얀 눈동산을 온통 하늘나라 닮은 봄동산, 꽃동산을 만들자구나.
천사②=거 멋진 생각이야, 그럼 내가 먼저 한다. (성호 긋고 두 팔 벌리면서-) 『이 눈벌판 위에 초록잔디, 금잔디가 쭉 깔려라』
- 막 뒤에서 여러명의 메아리 『초록잔디 · 금잔디가 쭉 깔려라』 -
- 무대 암전 - 여기서 잔디풀이 놓여진다 -
바람천사=야! 야아! 멋있다. 금새 초록세계가 되었네 -
천사①=다음엔 내 차례야. 나는 하늘이 좋아서 자꾸만 쳐다보다가 목이 길어진 코스모스하구, 햇님 따라 뱅뱅 도는 해바라기하구 향긋한 성모님의 꽃 장미하구, 기쁜 소식 전하는 나팔수인 나팔꽃을 가득 피게 할테야.
천사③=참좋은생각이야 어서 해봐.
천사①=코스모스 해바라기 장미꽃 나팔꽃 - 모두 나와라!(성호 긋고 두팔 편다)
- 아름다운 음악 함께 장미 · 해바라기 · 코스모스 · 나팔꽃 나온다.
일동=(손벽치며) 참 멋진 꽃동산이 되었다.
천사③=이번에는 내 차례지. 자는 여기에 과일이 주렁주렁 뎔린 나무를 세워서 성당에 오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성탄기념으로 따먹게 할테야.
천사③=사과나무 · 감나무 · 귤나무도 배나무도 나란히 나란히 뛰어왓!(성호 긋고, 두팔 벌린다)
- 열매 달린 사과나무 · 배나무 · 감나무 · 귤나무가 나와서 여기 저기에 선다 -
천사①=됐다, 됐어. 얼마나 멋지고 신나는 크리스마스 동산이냐.
천사②=우리 할 일을 다햇으니까 이제는 성당에 들어가서 아기 예수님이랑 성모님께랑 요셉 성인께량 축하인사 드리자꾸나.
천사①③=그래 그래, 어서 가자.
바람천사=너네들 다녀올 동안 나는 이 꽃동산을 지키고 있을게.
천사②=왜 지켜야 하니?
바람천사=심술통, 검은 맘뽀의 마귀란 놈이 몰래 숨어와서 이 꽃동산을 망가뜨릴 것 같아서 그래.
천사①=그래 맞았어. 그럴거야. 그럼 잘 부탁한다.
바람천사=걱정말고 다녀와.
- 천사①②③ 사라진다 -
- 사이 -
- 음악 소리 -
바람천사=왔다갔다 하면서 살펴보자.
- 발자국 소리 다가온다 -
바람천사=누가 오나? 아니! 저건 마귀란 놈이구나. 무슨 짓을 하나, 숨어서 망보자.
바람천사 나무 뒤에 숨고, 시커먼 마귀 나온다.
마귀=오오, 눈이 많이도 왔구나. 아니! 이건 뭐야? 한겨울에 꽃동산이란 웬일일까?
- 사이 -
마귀=알겠어 알만해. 크리스마스라고 천사들이 인심을 쓴게로구나. 그렇지만 내가 가만 둘 줄 알구? 훼방놓고 방해나는게 내 재미란 말이야. 마구 엉망으로 해주자.
- 마귀가 마구 풀을 뽑고 꽃과 나무를 쓰러뜨린다. -
- 바람천사 나온다 -
바람천사=이놈! 마귀야. 또 못된 짓 하는구나.
마귀=이크 들켰다… 허지만 겨울에 꽃피고 열매 나는건 잘못이 아니냐? 그래서 없애는 거다.
바람천사=닥쳐라! 심술통 꽈배기 맘뽀 같으니라구… 너 같은건 이걸로 해치운다.
- 바람주머니를 들이댄다. -
- 막 뒤에서 거센 바람소리 -
마귀=이크! 억센 바람이야. 나 살려! 엣취! 엣취!
- 마귀 쫓겨 달아난다 -
바람천사=너 따위 나쁜 놈은 지옥에 가서 다시는 나오지 말라!
- 사이 -
바람천사=이젠 다시는 못오겠지. 나도 성당에 들어가서 인사여쭤야지.
- 바람천사 들어간다 -
제2장
- 음악소리 함께 아이들의 합창소리 다가온다. 「징글벨」 노래소리 함께 이아들 나온다 -
복남=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렇게 함박눈도 푸지게 오고 참 좋은 명절이야.
수돌=오늘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멋진 선물을 가져다 주실거야.
순이=얘들아 저것 봐 한 겨울에 여름동산 꽃동산이 되었네.
숙이=야! 멋지다. 에덴동산 같으네.
복남=크리스마스라고 천사들이 기적을 행하였나봐. 그렇지?
수돌=그래 그래 맞았어. 우리 동산에서 성탄축하잔치를 열자.
일동=그렇게 하자. 기꺼운 노래잔치 춤잔치로 강강수월래도 하고…
순이=술래잡기랑 공치기랑도 하고…
숙이=그럼 손에 손잡어. 내가 술래할게 강강수월래를 시이작!
- 일동 손잡고 빙빙 돌며 합창한다 -
- 숙이 가운데 앉아 눈가림 한다 -
일동=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누구 먼저 보았니?
숙이=수돌이 먼저 보았다.
일동=누구 뒤에 숨었니?
숙이=순이 뒤에 숨었다.
일동=맞았다. 맞았다. 순이가 술래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 조용히 막이 내린다 -
이석현 글 · 송방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