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2) 아빠는 왕대포 ④
발행일1965-12-05 [제497호, 4면]
이제 다리에는 캄캄한 거리에 혼자 있다. -혼자서? 아니다. 그는 자기안에 누가 「살고」있다는 것을 느낀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꽉 물고 괄호 같은 괴상한 미소를 띠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그의 걸음을 멈추지는 못할 것이다.
『오늘 밤이 마지막이다!』…
이것은 바로 그가 한말이다. 아까는 절망에서 나온 말이었고 지금은 확신에 찬 단언이었다. 그는 냄새만 맡고서도 쓰레기 버리는 곳에 둘러친 담에 기대서 지은 마르끄의 부모가 사는 더러운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은 언젠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거긴 쓰레기를 버리는 데고 나는 쓰레기의 일부고…』 다리에의 귀에는 멀리서 아이나 짐승에게 욕을 하는 포르죠 부인의 쉰목소리가 들린다. 변호사를 보자 그 여자는 말투를 바꾸고 「순경목소리」를 낸다. 다리에는 그것이 기분 나쁘다.
『우리 아이가 집에 있을 텐데요… 아직 숙제도 다안했답니다!』
『그래 숙제는 어디서 한답니까?』
『그러니까 다른 집을 하나 구해 주세요… 아이 미안해라!』
그 여자는 다리에가 어리석은 질문을 한것을 후회하는 바로 그 순간에 사과를 한다…
하나 밖에 없는 방의 제일 어두운 구석에서 주정뱅이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아직 앓고 있어요!』
그 여자는 빨리빨리 말한다.
『포르죠 부인 안녕히 계십시오.』
그가 오늘 저녁에 그 여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그 여자의 이름. 파란눈에는 자존심 있는 반항을 간직한 나이를 알수 없는 면목 잃은 그 여인- 그렇다. 그가 그 여자에게 줄 수 있는 오직 한가지 선물은 『안녕히 계십시오, 포르죠 부인』 뿐이다.
그는 한거리를 돌고 또 한거리를 돈다. 퀴퀴한 냄새가 좀 가신다. 지금 그는 메를르랭(까이드)이 살고 있는 집 앞에 서 있다.
아니야, 그 애는 집에 없을 거야… 아니야, 그 애는 자정 전에는 집에 안돌아올 거야, 그 시간이 돼야 지금 자고 있는 그의 형이 중앙시장에 일하러 가고 침대를 내줄 수 있을 거니까…
다리에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쩍쩍 갈라진 문 앞에 서있는 어린소년이 그를 부른다.
『씨, 난 대장이야, 엄마는 나갔구나, 할머니는 누워 있구…』
조금 더 가다가 변호사는 싸우고 있는 두 소년을 뜯어 놓으려고 한다.
『아니야요, 선상님, 이혼 놀이하는 거야요…』
다리에는 들릴데는 다 들린다!
「미밀」에서 「삐에로」까지 왕대포란 왕대포는 샅샅이 뒤진다.
『「까이드」 못봤읍니까? 마르끄 못봤어요?…』
그는 저 집들과 같이 서로 똑 같아 보이는, 회색빛이 도는 북아프리카인들이 본척도 하지 않고 묵묵히 모여 있는 곳을 헤치고 지나간다. 그는 본능적으로 마침내 그 공장 지하실까지 가본다. 거기서 처음으로…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한바퀴 휘 둘러보니 소년 둘이 앉아 있고, 마르끄는 「까이드」앞에 서서 선서를 하는 것 모양으로 오른 손을 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나 하는대로 따라 해, 나는 죽음으로써 맹서한다!』하고 마르끄는 왼편으로 그리고 오른편으로- 마치 아니라고 그러는 것 같다… 이렇게 머리를 두번 젖혀 그 금발을 뒤로 넘기면서 『죽음으로써!』 하고 따라 한다. 다리에가 등장한다.
『안녕!』
『안녕하세요』
마르끄는 이렇게 말하며 그에게 등을 돌린다. 두 짝패는 이것인지 저것이지 알수 없는 몸짓을 한다.
『이거 보라구…(이것은 끌로드의 말투 그대로다!) 오늘밤 「상인장」에 「그룹」모임이 있는데…』
『그럴지도 모르지』 「까이드」가 대답한다.
『그렇지만 이거 봐요. 형은 형에게 편지할적에, 형에게 별지장이 없을 적에 불쑥 우릴 찾아온단 말이야… 그런데 그게 우리겐 지장이 있단 말이야!』
마르끄는 돌아섰고 다른 두 소년은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이제 결투가 시작되는 것이었는데 다리에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싸움상대를 위아래로 흝어 본다. 자기보다 키가 더 크고 가슴이 더 벌어졌으나 더 마른 편이다. 뼈가 가죽위로 알른거리고 손마디가 굻고 입술이 없다 시피하고 눈이 냉정하며 짧게 깎은 뻣뻣한 머리칼이 헝클어진 속에는 아주 하얀흉터가 하나, 다리에는 농치는 어조로 말을 잇는다.
『물론 너희들은 우리를 기다리느라고 한주일을 보낼 수는 없지. 우리 「클럽」 우리 「바락크」를 가지게 되는 날엔 좀더 편리할거야…』
『「바락크」? 그 얘기는 벌써 여섯달 전부터 하는 얘기야! 형은 그 「바락크」를 못가지게 될거야 생전!』
『생전』 마르끄가 메아리 처럼 뇌인다.
『천만에! 가지게 돼!… 그리고 베니또가 칠을 한거야! 알프레드는 거기서 비행기 모형을 만들거고… 책도 있고 판도 있을거야, 그리고 마르끄나 키다리 쟉그가 하게되고… 데레는 라디오를 한대 뜯어맞춰 놓을 거고… 그리고… 참! 너는 권투 「글러브」를 가져오고!(그는 방금 거의 신품인 「글러브」 두 켤레를 본 것이다. 「까이드」가 그것을 어디서 째볐을까?)』 『형네동네에서는 아직두 싼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믿고 있구먼!』
세 짝패들이 픽 픽 웃는다. 그들은 정구경기나 구경하는 것처럼 다리에가 불리하게된 「게임」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얼굴을 돌린다.
『너는 아마 대폿집이 더 좋겠지?』
『그래요.』
「까이드」는 그에게 다가서며 천천히 말한다.
『그것들이나 있으니 다행이야, 그것들은 언제나 저기 있거든!』
『그 훌륭한 「글러브」를 시험하는 데는 「바락크」도 대폿집도 필요없어!』 다리에는 잠간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마르끄, 너는 내 안경을 좀 가지고 있어.』
안경을 벗으니 그는 갑자기 아주 어려 보이고 아주 무력해 보인다… 마르끄는 머리칼을 뒤로 젖히느라고 「아니」라고 하는 머리짓을 한다. 혹은 또 싸움을 말리려고 그러는 지도 모를 일이다….
『저리 비켜!』
대장이 명령한다.
『그리구 너희들은 내 「글러브」끈을 매준다. 소년의 얼굴은 하이얗게 되었다. 너무 넙적한 광대뼈만 그대로 빛깔이 남아있다.
그의 파란 눈은 -메어머니의 눈이지 마는 깨끗한 눈- 벼란간 굉장히 커진것 같다.
몹시 곧고, 몹시 짧은 그의 콧날개에는 대번에 가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혔다. 그를 바라보는 다리에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자! 하자!』
처음부터 「까이드」는 마구 때린다. 여섯달! 그가 이 기회를 기다린 것이 여섯달이 된다. 변호사를 혼내줄 「경우있는」기회를 말이다… 그는 순경과 재판소 그리고 방 열한개가 달린 「아파아트」 미국제 자동차 하루에 두끼, 한끼에 두접시씩 먹는 자들 원수를 갚는 것이다.
그는 치고 또 친다. …그리고 다리에는 얻어맞는다. 위 간 턱 관자놀이… 고통으로 그의 몸이 변형된다. 그는 방어를 그리 잘 하지 못한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대 맞을 때마다 이를 악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데레를 위해서… 마뉘엘을 위해서…』
그는 각 소년을 대장 「까이드」에게서 「속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던 저 두 짝패 몫으로… 아야! 아야! 이젠 그만!』
다리에는 한걸음 물러선다. 마르끄는 그가 쓰러질가바 겁을 내고 다른 소년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아니다! 그는 다시 수비태세를 취하고 새로이 공격을 한다. 「까이드」는 어리둥절해서 숨을 헐떡이며 잘 막지 못한다. 상대자는 일찌기 권투를 배운 적이 없다. 그러나 방금 아픈 교훈을 받은 길이다. 그는 어디가 좋은 다린지를 알고 이번에는 제가 때린다! 그리고 그의 명단을 다시 외우기 시작한다.
『…이건 알프레드 몫! …베니또 몫!… 마르끄 몫!』
아! 마르끄 몫은 값이 두둑하다. 명치에 한대 그리고 눈두덩에! 피가 쫙 솟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까이드」네 몫으로, 가엽은 자식』 턱끝에 한데… 예상을 홱 뒤집고 대장이 비틀거리며 마치 「롤라스케이트」를 신은 것처럼 뒤뚱거리며 뒤로 물러가다가 철설(鐵屑) 무더기 위에 녹초가 되어 쓰러진다.
『연습…으로는 아마 이만하면 되겠지…』
마르끄가 침통한 목소리로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