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나 사회집단을 기초로 하여 살아나간다. 여러가지 집단과 서로 관련하면서 커다란 전체사회를 만든다.
교회도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사회성을 띤 공동체를 이룬다. 인간 행동의 교환으로 성립되고 있다. 여기에 정신적 조건과 물질적 조건을 겸비하고, 자연인 생활 위에 초자연적 생활로 촉진시키는 사명을 지닌 공동체로 생활해 나간다.
인간이 사회적이라 함은 창조주의 의지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질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각자가 주고 받는, 자기에게나 남에게 이익이 되는 사회적인 유익한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사회란 창조주의 의지에 의한 것이다. 고립된 개인으로가 아니고 집단에 의해서 비로소 실현되는 고차적인 가치는 인간을 위하여 인간의 자연과 초자연의 발전과 완성을 위한 창조주의 의지에 따른다.』(비오 12세 교황)
이 작용은 신자들이 교회안에서 여러가지 양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를 계기로 하여 교회는 더욱 젊어지려 하고 있다. 혁신하며 발전하여 나간다. 「천주의 백성」이라는 용어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반면에 교회의 세포로 책임과 의무를 공감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가는 시민을 가지고 있으며 시민은 국가 안에 또한 시민권을 행사함과 같이 교회도 천주의 백성을 가지고 있으며 신자들은 교회안에서 천주의 백성임을 자각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납세로 유지되는 것처럼 교회도 신자들의 교무금으로써 운영되고 있다. 교무금은 희생이 예물이라야 한다. 왜냐하면 세살의 것은 황금이며, 천주의 것은 제물로 봉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면과 시대의 변모함이 경제적 요소를 빌러 희생을 표현하고 있다. 교무금은 애긍이나 자선사업을 하듯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의 묶음을 헌금으로 한다. 거기엔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지 않으면 항시 무거운 짐이 된다. 한 본당은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내는 교무금으로 운영 유지된다. 그런데 현실은 이 제도를 벗어난 지나친 무관심과 냉대 속에 교회의 재정란에 매우 허덕이고 있다. 예산이 없는 농촌본당의 살림살이에 또한 결산이 없는 막연한 운영을 구걸식으로 끌어나가는 본당이 허다하니 어딘가 잘못되어 있지 않은가? 수다스럽게 논할 처지가 못된다.
의성본당엔 교우들이 납부하는 액수로는 단 1개월만 살 수 있을 따름이다. 무슨 공소냐? 아니다. 본당이다. 본당이냐? 아니다. 큰 공소만도 못하다. 어떻게 신부가 꾸려 나가겠지 하고 방관할 뿐이다. 신부는 위험한 곡마단의 요술사처럼 흔들리는 줄을 타야 한다. 이것은 참말이다. 이것은 현실의 비극이다. 우리는 신자들에게 형편대로의 동냥을 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천주의 명을 따라 교회사업을, 성직자의 생활을 힘대로 보조함인가? 묻고 싶다.
교우들은 「힘대로」을 말을 「적당하게」로 알아 듣는다면 관중이 없어도 여전히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과연 본당은 있어도 신자들은 없는 것일까? 과거로부터 너무 의존심 많은 습성에 굳어온 교회참여에의 소극적 면을 볼 것이다.
또한 인색하기 짝이 없다. 내 집이라는 관념이 서 있지 않다. 교회와 신자들은 서로 셋방살이 하는 격이다. 셋방살이는 방 하나 수리에도 돈들이는 것을 아까와 한다. 이런 처지라야 되겠는가?
교무금은 먹고 쓰고 남은 것으로는 안될 줄 안다. 덜 먹고 덜 쓰고 성심껏 양심껏 납부돼야만 하리라. 본당의 동력이기 때문에 이 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 막상 내주는 교무금은 교무금이 아니라 조의금이나 의연금 따위와 같다. 한달을 살면 더는 못사는 본당의 한 신부다. 먹지도 말며, 불도 켜지 말며 냉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무엇을 하란 말인가? 전교비며 공과금이며 운영비는 무엇으로 하여 본당을 지켜나가는가?
3백명의 교우에 나환자가 30명, 나녀노소를 합쳐 이 숫자다. 현재까지의 교무금 누계 1만5천원이올시다. 교우들이여, 일을 하게 하여주오. 그리고 젊은 투지에 넘치는 사제들로 하여금 이런 번민과 운영면의 가난을 맡아주오. 일을 해야겠다. 품삯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구대교구의 지방신부들은 거의가 젊은 사제들로 짜여 있다. 그리고 이 「엘리트」는 일하지 못해 답답해 하고 있다.
때문에 여러분들의 의무이행을 양심에 호소하고 있다. 또 제단에 올라 교무금 납부를 강조시키며 돈 타령을 하라 말인가? 천주의 시민 여러분이여.
鄭淳在 神父(경북 의성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