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致(일치)를 위한 祈禱週間(기도주간)에 즈음하여 우리의 態度(태도)
眞擊(진격)한 祈禱(기도) 先行(선행)
閉鎖的(폐쇄적) 태도 止揚(지양)
他敎會(타교회)의 長點(장점)은 본받아야
일치기도주간(18일-25일)을 당해 대대적인 기도회를 공동으로 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기상조인 것 같다.
얼마간의 대화나 공동 기도회에 참석해 본 나로서는 우리 가톨릭이 먼저 진실하고 열렬하게 기도할 필요성을 통감한다.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어떤 것이라야 하겠는지를 여기에 잠간 논해보기로 한다.
『주여! 우리 신앙 안에 돌아와 살기를 꺼리는 그들에게 벌을 내리소서. 그들은 우리를 들으려 하지 않을 뿐더러 유일한 교회를 중상모략하며 회개하려들지도 않습니다. 주여! 당신의 의로우심은 그들을 벌써 사오백여파로 갈라지게 하셨으며 그들은 이제 종교로서의 가치를 잃었나이다. 그들은 머지 않아 바른 길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며 일치는 급기야 이루어지겠나이다』
이러한 내용의 기도는 가톨릭 신자라면 절대로 바칠 수 없는 것임을 나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성신의 업적인 이번 공의회의 정신대로 말한다면 이런 종류의 기도는 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서나 또는 내 자신 안에 있는 악감에서 오는 것임을 단정할 수 있다. 자기자신 밖에서나 타인에게서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없는 그 사람이야 말로 발전을 모르는 막힌 사람이며 이기적인 사람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도는 사람들 안에 이룩하시는 천주님의 사업을 방해하며 모독하는 언사밖엔 되지 않는다. 이 따위 기도는 우리의 건전한 신앙생활을 위해 하루 바삐 근절되어야 하는 악이다.
일치를 위한 올바른 기도는 성경에 입각한 그것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것이어야 한다. 『주님이시여! 당신을 믿는 이들이 서로 갈라져 싸우는 비통을 안고 내 마음은 기진하나이다.
나는 세상을 정복하신 당신께 신뢰하나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께 끝까지 신뢰하겠나이다. 또 당신은 전능하시니 나는 당신께 무조건 신뢰하나이다. 내 신뢰심은 당신의 마음속으로 통할 것이오며 당신 마음 속에서 나는 당신의 기도를 외치리이다. 「성부여! 저들이 하나가 되게 하시어 당신이 나를 보내셨음을 세상에 알리소서! 성부여 저들을 하나로 이룩하소서」 이렇게 기도함으로 안타까운 내 심정은 진정하나이다. 언제 또 어떻게 일치가 이루어지겠나이까? 우리가 뛰어넘어야 하는 장애물은 무엇이겠읍니까? 이런 것은 다 당신께서 하실 일입니다. 내 신앙은 당신이 원하시는 일치가 이루어지도록 당신 안에서 진심으로 기도할 것을 내게 속삭이고 있읍니다. 우리 모두가 진실한 신앙 속에서 사랑을 바탕으로 기도한다면 또 당신이 내리시는 은총을 잘 받아들인다면 당신께서 열원하시고 준비하시고 추구하시는 일치는 머지 않아 이루어지겠나이다.』
이런 기도는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것이다. 이런 내용의 기도가 방방곡곡 어느 교회에서나 사랑의 「심볼」처럼 예수님께 솟아오른다면 비록 교회는 달리할지언정 참된 사랑의 아들들인 진정한 크리스챤들은 예수님의 마음으로 합류할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도라도 각 교 파의 경계선을 긋고 있는 많은 교리적 차이를 없이 하거나 흐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도하면서 각자 자신의 교회에 충실하며 타 교회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진지한 태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기도를 바침으로 우리는 예수님 마음 속에서 모든 경계선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각 교회 지도자들은 성신의 비추심 밑에서 이 경계선을 없이 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나이요 종도로부터 전해오는 가톨릭을 신봉하는 우리가 가톨릭에서 갈라져 나간 교회들의 멸망을 기도할 수는 절대로 없는 것이다. 비오 11세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금바위에서 떨어져 나간 돌들도 금돌임에는 틀림없다』 「올토독스」(正敎會)나 성공회나 프로테스탄들도 그 모체가 되는 가톨릭에서 받은 보화를 부분적으로나마 지니고 있을 뿐더러 그 중에 어떤 것은 가톨릭에서 보다도 더 빛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와 성경 중심의 종교생활, 신성에 대한 감회, 공적 기도이 장엄성, 「올토독스」의 우주론과 세말론, 성공회의 실제이고도 실천적인 그의 성격, 성직자들에 대한 존경, 각 교파의 영웅적인 전교활동 등이다. 우리가 만일 이런 교회들의 멸망을 기도한다면 이는 바로 그들 안에 성신의 은혜로 이룩된 성업이 무너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뿐더러 천주님을 모독하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정화하고 모아들이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완성으로 이끄는 것만이 올바른 가톨릭의 길이요 일치의 길인 것이다. 담벽을 쌓는 것은 가톨릭 신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 모든 교회의 어머니신 가톨릭 교회는 정복을 원하지 않으신다. 진정한 어머니는 아무리 못된 아들이라도 그를 힘으로 굴복시키는 일이 없으며 다만 끝까지 사랑하고 기다리며 고통을 당할 뿐티다. 성신의 은혜를 충만히 받아들여 자신을 먼저 정화하고 인간적인 갈등을 화해해서 그리스도께로 이끌고 있을 따름이다.
당신품에 안겨 있거나 박차고 떠났거나를 막론하고 모든 자녀들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피땀흘려 애쓰시는 어머니신 교회 앞에 우리는 정성되이 무릎 꿇고 그 의도하시는 바를 받들기 위해 성신께 열렬히 기도하자.
일치운동은 어머니신 교회가 흩어진 자녀들을 모으기 위해 필사적으로 전개하시는 바이다.
黃민성 主敎(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 대전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