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11) 베니스의 상인
물위의 도시「베니스」에는 낭만과 화려로 가득
라스킨도 즐긴 옹기종기 118섬에 4백개 다리
비둘기떼 손바닥에 날아들고 택시는 날씬한「보트」
발행일1965-12-19 [제499호, 3면]
그림이나 영화 장면에서만 보아온 「베니스」였다.
물위에 서 있는 아름다운 도시.
「곤드라」의 뱃노래.
상상만 해도 낭만이 가득차 있는 도시였다.
「베니스」「베니스」하고 이 동경의 도시 이름을 대도 이태리 사람은 도무지 알아듣질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듯 유명하지 못해 그런가? 하고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베니스」란 말은 영어이지 이태리 말이 아닌것 을 뒤늦게야 알았다. 이태리 사람들은 「베니지아」(VENIZIA)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베니스」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도시니까 비행기나 배같은 것을 타야만 갈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차가 이 「베니스」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하기는 33만명이나 되는 「베니스」인구의 먹을 물을 제공하기 위해 본토에서 수도관이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되어있는 도시였다.
기차에서 내린 나는 먼저 「내가 딛고서 있을 땅이다 있군」하고 놀랐다.
실상 나는 「베니스」의 집은 물에다 짓고 물로 다니는 길 이외에는 땅이라곤 하나도 없는 곳인줄로 알았을 정도로 「베니스」에 대해 무식했다.
알고보니 「베니스」는 1백18개의 조그마한 섬들이 옹기종기 어울려 묶어놓은 도시였다.
이 섬들을 1백60개의 운하와 4백개의 다리로 모두 연결시켜 놓아 아름다운 정서의 도시를 이룩한 것이었다.
『택시를 타시지 않으시겠어요』하고 묻는 이태리인이 있었다.
『아니 「베니스」에 또 웬 택시가 다 있담』하면서 『어디서 택실 탑니까』하고 물었더니 선창가의 한 패말을 가르킨다.
「택시타는 곳」이란 패말이 붙어있다.
나는 곧 날씬한 장식의 모타를 단 배가 여기서는 택시라고 불리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베니스」에서 가장 중심가가 되고 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광장이 있다는 「싼마르크」광장으로 가는 기선을 탔다. 버스에 해당하는 교통기관이었다. 「싼마르코」광정에 내려보니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마르코」대성당이었고 하늘을 찌를 듯한 성당의 종각이며 「모이서 석상」으로 유명한 시계탑들이었다.
라스킨이 『구라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감탄한 그 기분을 나도 잠간 맛보는 듯 했다.
마당에 펼쳐져있는 식당에서는 경쾌한 「오케스트라」가 울려 번지고 있었다.
잡상인들이 기념품을 파느라고 득실대고 수만 마리의 비둘기들은 사람들을 어려워 할 줄을 모른다.
『라이타 삽쇼』『기념품 샵쇼』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았다가는 속아 넘어가기 쉬운 「베니스의 상인」들의 상술이었다.
비둘기들이 사람 손바닥에까지 와 앉을 정도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을 무서워않고 접근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연약한 비둘기를 구박주지 않고 모이를 사서 주는 친선책이 먼저 강구된 때문이다.
나는 먼저 시가 지도를 한장샀다.
비싼 요금의 「곤드라」를 타고 유람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일 같기만 했기 때문에 나는 지도한장을 들고 다리와 운하를 거쳐 시가의 골목골목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14세기서부터 18세기에 만들어진 대리석의 궁전들과 귀족들의 화려한 저택을 이 물위에 둥실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베니스」가 중세기때 차지했던 세력과 영광과 예술의 황금시대를 회고하고 있었다.
자동차 다니는 길이 없으니 모두 좁은 길이고 50「미터」도 못가서 돌연 길이 까부러지기도 하고 다리가 나오기도 한다. 거미줄 같은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는 길을 잃기 쉬우나 지도한장으로 정확하게 찾고 싶은 곳을 다 걸어 다닐 수 있다.
차들이 없어 더욱 그렇기도 하지만 어쨌든 조용하기만 한 「베니스」는 물의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