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콤」이 현세계의 각가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윤리, 종교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매스콤」이 천주의 창조계획과 인간의 영원한 구원과 행복이라는 종국의 목적을 위해 선용되도록, 바른 지침을 제시해 주고 또 그것을 직접 교회의 사도직의 도구로 삼는 것은 매우 긴급히 요구되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 「매스콤」을 위해 우리 교회가 할 수 있고 또 급히 해야할 일은 「매스콤」에 종사하는 신자들로써 구성된 연구기구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판 라디오 텔레비 영화 등에 관계하고 있는 신자들이 상당한 수가 된다고 보는데 이들이 우선 지역별로 모이고 또 후에는 선국적인 기구로서 모여서 「매스콤」에 대한 가톨릭적 원리를 연구하고 「매스콤」의 정화운동 또는 현세 질서의 복음화와 포교를 위한 「매스콤」의 적극적인 이용에 대해서 실제적 방침을 세운다면 여러가지 크고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구기구가 설치되면 우선 「매스콤」에 대한 공의회 율령을 연구할 수 있다. 이 율령은 그 내용이 아직 빈약하고 폐쇄적이라고 비평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매스콤」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평가를 제시해 주고 있다. 또 최근 교황청에 설치된 「매스콤 사무국」으로부터 보다 더 자세하고 개방적인 「사목지침서」가 나올 것이며 이것은 좋은 연구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연구기구의 발족과 병행해서 요긴한 것은 신자와 성직자들 중에서 「매스콤」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미구에 서강대학에 「매스콤」연구기관이 생길 것으로 듣고 있으며 대북(臺北)에는 예수회 신부들이 경영하는 「광계사」(光啓社)라고 하는 「매스콤」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에는 영화 라디오 텔레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각가지 최신 기계설비가 돼 있고 또 전문가 신부들과 평신도들이 있어서 이 부문의 인재들을 양성해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AID나 「아시아 재단」을 통해서 「광계사」로 장학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들었다.
다음으로는 「매스콤」 이용자들의 비판력과 바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주는 계몽이 필요하다. 「매스콤」을 제작하고 공급하는 기업가들 자신이 윤리적인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첫째로 중요한 일이지만 이들은 자기들의 제작폼을 이용하는 대중에 의해서 견제를 받게된다. 현대의 「매스콤」은 상업적 성격을 무시할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이니만큼 자기들이 공급하는 제작품이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지느냐 하는 것을 제작자들은 항상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신자들은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써 「매스콤」에 대한 자신의 바른 평가와 선택을 행동에로 옮김으로써 그 제작자들을 후원하고 또는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회내에 「매스콤」위원회 같은 것이 있어서 영화나 라디오 텔레비 「프로그램」의 선택을 위한 일반의 교양을 높여주고 좋은 「프로」에 대한 추천과 표창같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직접 교회가 「매스 메디아」 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대단히 긴급한 일이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의 문제가 따른다.
이에 대한 해결은 한국 교회만으로서는 아직 어려울 것이고 전(全) 교회적인 각성과 협조의 방도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내의 출판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출판사들이 협동하여 좀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방안을 연구하여야 하겠다. 현재 발간되고 있는 네가지 정기간행물과 새로 간행되는 전례서, 교리서 등을 위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이 없지 않은데 이에 대해서는 당장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 보다도 우선 협조적인 「무드」와 교회가 추구하여야 할 공동선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끝으로 교회내에서 언론의 자유와 교권의 존중에 대해서 말하자면 교회내에서도 언론의 자유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나 이 자유가 교회의 사도직 수행을 목적으로 건설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자유는 언제나 진리와 정의 안에서의 건설을 위해서만 그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 목적에서 벗어난 권리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교회의 교도권은 현세적 권위와는 달리 신적(神的)인 근원에서 오는 것이므로 교회내의 언론이 교권에 대한 비판을 하는데 있어서 그 태도나 표현이 온전히 세속언론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요컨대 신앙적인 태도와 종교적인 경외심을 잃지 않은 표현이어야 할 것이며 그리스도교적인 애덕과 존경을 근거로 한 대화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국민이 주권자요 정부는 국민이 그에게 부여한 권한을 가지고 공동선 추구에 봉사하는 것이다.
천주의 나라인 교회에 있어서도 신자 전체가 그 백성이요, 그 나라의 추제임에는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그 머리는 그리스도시요, 교권은 이 머리이신 그리스도로 인하여 신적인 제정으로써 세워진 것이다.
따라서 성직계급은 천주의 백성중에서 간택된 이들로써 구성되기는 하지만 그 간택과 권위의 부여는 그리스도께로부터 오는 것이요 그들의 권위행사에는 천주성신의 가호가 보장되어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신적 제정과 보호가 그들의 인간성을 얼마나 완성시켜 주느냐 하는데는 그들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개입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점에서는 언제나 부족한 것이 있을 수 있고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언론이 충분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점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 태도나 표현에 있어서, 그리고 천주의 백성의 여론이 어떻게 방향지워질 것인지 미리 내다 보아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도와 평론에 있어서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처해있는 지역적, 역사적, 사회적 모든 환경조건을 통찰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자세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尹恭熙 주교(한국천주교협의회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