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人間(인간)] 성탄, 施與(시여)의 神秘(신비)
발행일1965-12-19 [제499호, 4면]
성탄은 시여(施與)의 신비입니다. 약속하셨고 고대했을 뿐더러 무조건 주셨고 맑은 즐거움을 모든 이의 마음속에 아로새기는 신비입니다. 천주님 당신 친히 우리 가운데 기거하시므로 낡은 인생은 새롭게 되었으며 영원한 젊음 즉 그리스도의 젊음으로 싱싱해졌을 뿐더러 인생이 그리스도화 즉 천주화했읍니다. 천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시여는 바로 당신자신의 생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막심한 시여를 신앙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 네게 말씀하신 바는 다 이룰 줄로 믿으셨기에 너 복되도소이다.』(누가 1·45)하신 말씀대로 마리아의 신앙으로 이 세상에 나리시는 그리스도는 극히 소수의 진실한 신앙을 가진 분들에게서만 환영을 받으십니다. 밤을 지세워가며 양떼를 지키던 순진한 목동들과 천주님을 두려워하며 의롭게만 생활하던 시메온과 순박한 동방의 삼왕들만이 나신 예수님을 찾아뵙는 특은을 받았던 것입니다. 한밤에 목동들을 둘러싼 휘황찬란한 빛, 삼왕을 인도한 별, 마리아의 손에 찬란히 빛나는 촛불 등은 순진한 마음에 천주님의 평화와 즐거움을 불러 일으켜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떠도는 초라한 그러나 거룩한 성모와 요셉의 품에 안긴 천주님을 알아보게 하였읍니다. 강생하신 천주님의 아드님은 나귀와 소들만이 바라보는 가운데 순수한 벗에 싸여 누워 계십니다. 성탄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한한 단순성을 맞보게 합니다. 무한한 천주님의 생명이 구유에 누워계신 초생아로 나타나실 줄이야! 그러나 그는 무한한 순수성과 사랑과 즐거움의 근원이십니다. 천주의 아드님은 사람이되시며 침묵하십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신 천주님의 생명을 간직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이제 그리스도의 보잘것없는 의형을 통해 그의 무궁무진한 신비속으로 안심하고 파고들 수 있게 되었읍니다. 우리는 영세성사로써 그의 순수성과 사랑과 즐거움을 속깊이 파고들어가 그리스도안에서 그와 한가지로 새로운 길을 성부께로 향해 걸어 가게되는 것입니다. 성부께 대한 그의 지극한 효성을 본따고 우리 마음속에서 성부께로 향해 「아빠 아버지」하고 소리치시는 성신의 추진력을 그와같이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보잘것 없던 인생의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사정 등은 그리스도와의 연락안에서 신성과 영원성을 띠게 되었읍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형이나 오빠로서 가장 친밀한 입장에서 우리 마음의 가장 섬세하고 미묘하고 깊은 감정까지를 정화해서 성부님의 양 아들·딸로 축성하시고 삼위일체의 품속에 모든 성도들을 모아 신성하고 화기애애한 한간정을 이룩하십니다. 천국이란 먼저 이러한 천주성과 인성의 결혼식장에서 이룩되는 것이며 신랑이신 그리스도는 당신 피로연에 초대된 모든 하례객들과 형제자매의 인연을 당신 성부대전에서 맺으십니다. 이때부터 우리 모든 이는 성부님을 아버지로 모시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모든 이의 영광은 예수성탄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읍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극히 빈곤한 요람에서는 이런 영광의 빛이 솟아나지는 않읍니다. 그리스도는 시메온의 예언대로 여인 중에 가장 총복을 받으신 성모님만을 의지해서 피눈물 나는 길을 걸었읍니다. 우리도 이 세상에 사는 한 『나를 따르기 위해 제십자가를 지지아니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않으니라』하시는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십자가를 통해서만 우리 마음속에 깃들이는 영광의 빛을 고이고이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