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4) 아빠는 왕대포 ⑥
발행일1965-12-19 [제499호, 4면]
끌로드는 가엾게도 『이거 보라우요!…』를 연발하지만 소용이 없다.
이제는 아무도 그의 연설을 듣지 않는다. 기가 막혀서 팔을 홰홰내 젓고는(『생전 처음으로 떠듬거리지 않았는데!』)
의자에서 내려오고 만다.
이내 「뤌뤼 경음악단」이 불안전하지만 결단성있게 한 곡으로 시작하니 쌍쌍이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더러는 두 「파아트너」가 각기 제 마음대로 춤들을 춘다. 곡이 끝날 때마다 악사들 자신이 박수를 한다. 밖에 나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연습하고 들어온 베니또는 『만약에 너까지 나를 버린다면…』을 시작한다.
좀 너무 낮게 시작했다 「하모니카」로 반주를 하는 알프레드는 「하모니카」 소리로 노래 소리를 눌러서 어떻게 해보려고 한다.- 베니또는 기막히게 달콤한 이 가사를 부르면서 그에게 성난 눈길을 보낸다.… 그러나 너무도 낮은 음을 만나게 되자 그렇게 까지는 내려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 음조(音調)를 바꾼다. 이번에는 알프레드가 그에게 욕을 퍼붓는다.
이럭 저럭하다가 끝나기 바로 전에 노래와 반주가 서로 맞아들어가게 되고, 청중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좀 지나치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 키다리 쟉그는 꽤 불안스러운 요술 한가지를 준비했다. 소용되는 돈은 프랑소아가 빌려주고 시계와 「머풀러」는 끌로드가 빌려주기로 되어 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런 위험한 일은 하려들지 않는다.
춤이 다시 시작된다. 데데는 「픽업」을 하나 뜯어 맞추었었고 케케묵은 판이 연주된다. 부모들에게 익숙한 곡이 나오는 때도 가끔 있다… 마뉘엘은 자기형의 뽀죽한 구두와 긴 바지를 빌렸었는데 바지가 자꾸 흘러내린다. 걱정거리가 태산 같다! 다른 소년들은 거의 모두가 자전거선수용 구두를 신었다. 그래서 토요일 밤에 신는 「하이힐」을 신은 계집애들은 사내아이들을 내려다보게 되고 「파아트너」에게 말을 건낼적에는 몸을 굽힌다. 제 취미대로 향수를 뿌린 아이도 여럿 있었다. 자극도 하지마는 약간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신호를 하니 모두들 서로 웃으며 떠다밀며 식탁쪽으로 간다.
식탁은 알프레드와 「까이드」가 입맛이 떨어질 것 같은 눈초리로 감시를 하고 있다. 『한 사람이 꼭 한개만!』 공짜 「샌드윗취」는 정말이지 맛이 있어 보인다.
샤를로는 제몫을 집다가 제 손으로 만든 것이 하나 있는 것을 알아보고는 접시에 내려놓는다.
『제가 매…맨든 과자 머… 먹으려고 모임에 올 필요는 없지 않나, 진짜야!…』
맥주가 있고 「레몬쥬스」가 있고 붉은 포도주가 있다.
그러나 모두들 할 수 있는 대로 오랫동안 목마른 것을 참는다. 왜냐하면 첫잔만 거저기 때문이다. -참으로 잘생각해 낸 제도다! 그런데 사과는? 사과가 있기로 돼 있었는데… 그걸 누가 가져 오기로 했던가?
마르끄야, 마르끄! 그러나 마르끄는 멀리서 도리질을 한다. 그는 숨이 턱에 닿아 가지고 빈손으로 맨 나중에 왔었다. 그는 춤도 추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도 않는다. 조금 전에 자기 동네로 돌아가던 베니또가 『나하고 같이 돌아가련?』
하고 그에게 물었더니 마르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아아니!』
하고 대답했었다. 프랑소아는 그를 살펴보다가 지칠 줄을 모르는 춤군들과 아무도 믿지 않는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인들 사이를 비집고 그에게까지 간다.
『이봐, 마르끄, 왜 그러고 있어?』
문이 열리며 순경들이 들어선다.
춤추던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선다. 마치 「그레뵝박물관」(역자 주=초로 만든 역사적 인물들을 전시한 박물관) 같다. 「레코오드」만이 여전히 계속한다.
『…네가 죽도록 좋아, 네가 죽도록 좋아…』 어떤 소년들은 연극의 한토막인 줄 안다. 진짜가 아니란 말이라! 그래서 픽픽 웃으려는 참이다. 그러나 순경들은 좀 지나치게 진짜를 닮았다, 데데가 음악을 멈춘다.
모두가 숨을 죽인다.
『포오르죠 마아르끄 너희들 그앨 알지?』
순경 하나가 감히 웃음이 나오지 못한 어조로 말한다.
『포르죠 마르끄?(모두들 그럴듯하게 서로마주 바라본다.)
애들아, 들은 것 같은 이름이냐? …뭐라고 그랬지요? 포르께요?』
『포르죠, 너희들은 그 애를 다들 알지…』 머리가 희끗희끗한 또 한 순경이 부드럽게 말한다.
『가만 있자.』
데데가 말을 받는다.
『포르조라… 예… 그렇지만 오늘밤은 여기 안왔어요!』
얼굴이 벽빛깔보다도 더 회색이 된 마르끄 쪽으로는 아무 시선도 돌려지지 않았다… 아니! 순경의 시선이 갔다.
『저기 있다.』 순경이 조용히 말한다.
그의 동료가 사정없이 그 소금상을 향해서 길을데고 나아간다.
『내빼!』
「까이드」는 소근 거리며 푸른 덩어리와 소년 사이를 가로막는다. 소용없는 짓이다! 그것은 아직 달아날 수 있는 짐승이 몸을 돌려 정면으로 서는 비장한 순간이다.
사냥군들의 힘을 빼놓아야 할 것인데 오히려 그들의 결심을 재촉하는 그런 순간이다.
끌로드와 프랑소아가 참견을 한다.
『아아니 얘가 뭘 했다는 겁니까? 무슨 권리로…?』
『그럼 너희들은 또 무슨 참견이야?』『이 애가 사과를 훔쳤어.』
다른 순경이 부드럽게 설명한다.
『그렇지 않아요!』 마르끄가 이상야릇한 목소리로 부르짖는다.
『한바구니 가득한 걸 들고 오긴 했어요. 그건 맞아요! 그렇지만 제 자리에 도루 갖다놨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아저씨들이 나를 쫓기 시작한 거얘요…』
『그렇구 말구!』
『그래두 그건 도둑질이란 말이야』
다른 순경이 서글픈 듯이 말한다.
『중하지는 않지, 그래도… 알겠나… 자 꼬마야 가자!』
이런 투로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친구들은 맥이 풀린다. 그들은 두 순경사이에 끼어 그렇게도 가냘프고 그렇게 외로워 보이는 마르끄 앞에서 비켜난다. 그들의 꽉 막힌 목구멍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글로드만이 중얼거린다. 『다리에가 있었더라면…』
그러나 마르끄는 이렇게 파선을 당한 가운데에서 다리에가 없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마르끄는 눈을 들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는 단 한번 뒤를 돌아본다. 창문마다 근심스러운 눈길만이 살아있는 표정이 굳어진 얼굴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는 것을 볼만한 동안만…
마르끄는 영화에서 처럼 경찰차가 생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순경중의 하나가 나무에 기대세워 놓았던 자전거를 끌고 일행은 걷기 시작한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너희 집으루』
『싫어요!』
그는 도망치려고 했다… 뚱뚱한 순경이 그를 홱잡아채 가지고는 팔을 비틀어 잡았다.
『도망 안갈거야. 꼬마야, 자전거가 있으니 알겠지… 응? 너희집에 들리는 걸루 말하면 규칙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난 제발… 제발 아저씨들 새에 껴서 걷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르끄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청한다.
『그것두 규우칙이다!』
이 때 부터, 울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순경들을 두드리고, 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짝패들이 돌아다볼 적에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마르끄는 영화의 한 장면에 출연한다고 작정했다…」 영화는 기분 좋고, 감격시키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끝머리는 좋다. 주인공이 죽는 때라도 그렇다. 왜냐하면 「클로즈업」되어 죽어서 캄캄한 속에 앉아 있는 수천명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울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마찬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멕시코의 하층사회」에서 모양으로 순경 둘 사이에 끼어 걸으며 거의 수갑을 찼으면하는 생각을 가지게까지 한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모두가 영화였고, 마르끄는 스스로 주인공임과 동시에 증인이고, 배우임과 동시에 관객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집이 보이는 데까지 왔을 때에는 그의 배가 죄여들었다.
변소에 가서 토하거나 또 다른 것을 할 생각이 몹시 난다… 그러나 아버지도 어머니도 집에 없는 것을 알게되자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왔고 영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어린 소년만이 자고 있었다. 처음으로 커다란 침대에서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