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67)「오늘함, 정자시에 …」 ⑨ / 내일 자거라! ①
발행일1967-01-29 [제553호, 4면]
이제는 「빠리」다… 성탄밤이라, 순경을 무서워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아무 지장 없이 「가리애르」에 도착해서 털털이차를 잘 아는 창고에 집어넣는다.
『그럼 내일 세시다! 바로 여기! …빠울로 안녕! …삐에르, 안녕!…』
마르끄는 유다스와 두번 악수를 한다.
이제는 머리를 쳐들고 입술에 웃음을 먹음고 「우리 집」 쪽으로 걸어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는 벌써 집에 가서 문을 밀고 들어가 모두를 놀라게 했으면 한다 - 그 순간이야 말로! 죠죠를 깨울까? 암! 아아, 죠죠! 내 죠죠… 그는 견디지 못하고 뛰어간다. 조금 운다. 그러면서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대들은 그의 아버지가 술군이고 어머니는 여기 저기로 잠자리를 옮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진정한 가정, 진정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인 가정이다!
그것이 자기 가정이니 그보다 나은 것을 어떻게 찾아내란 말인가? 그에게는 그것이 성가정인 것을. 그대가 그에게 아버지는 술군이고 어머니는 어떻고 하면 그의 주먹이 얼굴에 날아올 것인데 그것이 잘하는 짓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모든 가정이 다 마찬가지라고 가정이란 「이런 것」이라고 다른데서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또 얼음같이 찬 밤을 뚫고 털털이차를 몰아갈 권리가 있다고. 몇주일째 집안소식을 도무지 모르는데 주일날이면 가족면회를 받는 작자들을 따돌릴 수는 있는 거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아, 엄마, 죠죠, 내 어린 종생아! …아아! 왜 나를 모른체 하는 거야?…
마르끄야 뛰지말고 숨을 돌려라. 가슴을 진정해라… 집이 가까와 온다. 벌써 네가 자라고 죠죠가 자라고 있는 쓰레기더미의 시큼한 냄새가 풍겨온다.
네게는 그것이 바로 행복의 냄새다! 아아, 마르끄야 캄캄한 가운데 꼼짝말고 서서 실컷 울어라! 따우이에서 네 유일한 기쁨이 되는 저 닫힌 문, 밑으로 가느다란 불빛이 한줄기 새나오는 저 문 앞에서 실컷 울어라…
■ 내일 자거라! ①
동화에는 신데렐라가 자정에 무도회에서 돌아와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데 대한 이야기가 없다. 대번에 재와 누더기 옷을 도로 얻어 만났는가? - 아니다. 『신데렐라는 곯아 덜어져 잤다…』
신데렐라의 은혜를 마르끄도 받았다.
그날밤 그의 행복이 빛을 잃기 시작할 무렵 그는 아직 미소를 띠운채 잠이 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더 마르고 얼굴이 더 잿빛이 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더 점잖아졌었다. 마르끄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등을 돌리기가 무섭게 늙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아직도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지경이었다. 죠죠는 컸었다. 마르끄는 이따금 그 아이가 이 다음에 어떤 소년이 도리라는 것을 벌써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겁이 났다. 그는 동생을 포옹하며 간지러줄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그럼 변치 않는 건 나 뿐이로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식구들은 그를 잘 알아보지 못하고 흘금 흘금 훔쳐보는 것이었다. 왜 식구들이 그를 만나러 「떼르느레」로 오지 않았는가? 편지 한장 없는건 무슨 까닭인가? 그의 아버지는 참말로 병이 들었었다.
『이제는 집에 있는 때가 더 많단다…』
어머니가 그에게 속삭이는 말이었다.
그것은 술을 덜 먹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 엄마가 늘 집에 있다』고 속삭였는데 그것은 무슨 뜻이냐 하면…
다리에가 여러번 그들을 찾아왔었단다.
『그렇지만 「떼르느레」에는 한번도 안왔단 말이야!』
마르끄는 속이 상했다. 다리에는 마르끄를 위해서, 그리고 나중에는 죠죠를 위해서 그가 할 가장 유익한 일이 어디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르끄의 가족을 위해서 좀 더 크고 좀 더 위생적인 다른 집을 하나 거의 찾아낼 단계에 있었다.
『같은 동네에 말이야?』
하고 마르끄는 불안스럽게 물었다.
『야 이거 봐라!』
그들은 자기들의 피부, 그것이 시푸르둥둥 하거나 시뻘겋더라도 그리고 가렴증이 있는 경우라도 자기들의 피부에 집착하듯이 그들의 동네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세계라면 「빠리」를 말하는 것이고 「빠리」라면 「까리에르」를 뜻하는 것이다.
기갈을 면할 정도이상으로 먹고 마시고 난뒤, 그리고 식기들이 모두 더러워졌을 적에 죠죠는 오래전부터 식탁 위에(야생때의 소총모양으로) 팔을 횃자루처럼 내던지고 얼굴을 손바닥에 내던지고 얼굴을 파묻고 자고 있었다.
마르끄는 그를 손가락질 했지마는 그 자신도 머리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다른 식구들의 눈도 감겼다. 그리고 눈이 다시 떠져서 마르끄가 보일 적에 그들의 얼굴은 아직 환히 빛나고 있었다.
그 이튿날 아침 아귀다툼이 시작되었다. 죠죠는 빽빽 울고 아버지는 호통을 치고 어머니는 해묵은 원한을 무더기로 남편에게 쏟아부었다. 마르끄는 하나밖에 없는 방안을 백뱅 돌다가 마침내 집을 나가 대폿집에서 대폿집으로 옛날 패짝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마르끄! …어허, 아르끄다!…그래 너 왜 나왔니?』
『날 뭘루 아는거야! 탈출했단 말이야…』
『자아, 네 휴가 축하로 한잔 하자!』
「뻬르노」며 다른 술들이 그에게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앗다.
『아무래도 그전 술맛이 아니야…』
말할 것도 없이 그가 없는 동안에 모두가 달라지고 있었다. 그는 즉석수프를 주문할 생각조차 감히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세기가 다돼가는데!』
『그래서?』
『가야겠어…약속이 있어!』
그는 뛰어가서 죠죠와 부모에게 하직인사를 했다.
『편지 해주지요? 그리구 좀 와줘요. 진짜! …죠죠도 데리구요!』
지극히 만족해서 그는 창고를 찾아가 너덜거리는 문짝을 밀고 들어갔다. 차는 온데간데 없고 습기와 추위로 빳빳해진 종이가 한장 있었다.
『난 자동차가 소용됐다. 너희들은 생각이 있으면 돌아가라. 나는 내뺀다. 패짝들에게 안부 전해라. 빠울로』
마르끄는 빈터를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뭣보다도 이건 도둑질이다. 차는 뷔팔로건데!』
(이 명백한 사실이 어제저녁에는 그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오래 기다렸다. 무엇을 기다린 것인가? 빠울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까이드」가 오기를 기다렸다. 『자아식, 굉장히 늦어지는데!』 그는 화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영화」의 제2부에서는 그가 바보역할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자식도 내뺏으면 어떡한다!』
마르끄는 종이쪽지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까이드」를 찾으러 달렸다.
메를르랭의 부모는 밤새 마심 백포도주와 홍포도주를 삭이고 있었다.
『갤 못봤는데』하고 「까이드」의 형이 위선적인 입으로 대답했다.
『뭐?…엊저녁에? 거 무슨 소리냐?…갤 「따르느레」라든가 「떼르느레」라든가 하는데 있지! 여기 「있을 수가 없단 말야!」…아, 그리고 빌어먹을! 빨리 꺼져! 널 안본 걸로 하마!』
집으로 도로 간다? 그 가냘픈 추억을 새로운 말다툼으로 깨버려? 마르끄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밤이 이슥하도록 텅 빈 거리를 돌아다녔다. 「까리애르」는 명절이 지난 뒤의 허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가게만이 마치 얼음장 같은 잿빛 독크의 야경군처럼 불을 켜놓고 있었다. 그것은 마르끄가 사과 한바구니를 훔쳤다가 도로 갖다놓은 가게였다. 그는 진열된 물건들 앞에 발을 멈추었다. 투박스러운 구유속에서 애기 예수는 별장식을 붙인 140프랑짜리 거품나는 포도주병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었다.
마르끄는 프랑쏘아즈 여대장을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여대장과 같이 머리를 두번 적혀 금발머리를 뒤로 보냈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떠나지 않았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몇시나 됐지?…빌어먹을!…알랭 로베르! 자아식 분명히 초를 바치지 않았어. 그렇잖으면…』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것은 모두 뒤엎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타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