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의회는 교회현대화를 위해 가장 중대한 의의를 지닌 만큼 우리한국교우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을 줄 믿는다. 그래서 필자는 현장에서 공의회에 참석하여 특히 보고 듣고 느낀바를 여러 교우들에게 소개하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 교회현대화 대운동의 대열에 참여할 것이냐 하는 사견을 말하고자 한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제4회기는 9월 14일 십자가 광영첨례에 교종 성하의 장엄개회미사로 시작되었다. 이 장엄미사에는 교종께서 수십명 복사를 거느리고 공의회회장인 「베드루」대성전 중앙으로 행렬을 지어나와 중앙제단에 좌정하셨다.
그곳에서 먼저 세계주교대의원설정 교종령을 반포하고 공의회개회를 선언후 교종은 현대인을 어떻게 천주께로 인도할 것이냐는 중대한 의무가 주교들에게 있다고 훈시하셨다. 이어 10명의 추기경과 더불어 집전한 공동미사의 그 장엄한 광경이란 어찌 필설로다 할 수 있으랴. 그래서 후일 현지 촬영한 기록영화 「필름」을 구개 교우들에게 소개할까 한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로마」시내에 있는 십자가 성당에서부터 「라테란」대성전까지 십자가현양보속 행렬이 있었다.
「로마」시내엔 벌써 어둠이 깃들고 불과 5·6백「미터」밖에 안되는 두성당사이엔 한낮부터 모여든 교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붉은 옷입은 교부2천수백명은 십자가성당내외에 가득차서 교종께서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필자는 중앙제단 바로옆에 있었다. 성하께서 도착하자 성당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게 되고 행렬이 시작되었다.
교종 친히 십자가 나무를 제단에 내모시고 분향으로 그리스도 친히 지신 십자가나무에 공경을 표한다음 그 나무를 들고 제단에 서자 교부들의 행렬이 「라테란」성당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홀한 조명이 비치는 넓은 거리로 여섯줄씩 좌우편으로 행렬을 지어 천주님의 도움을 청하는 간절한 기도와 노래를 부르며 은은히 움직여 나아가는 이 장엄한 광경, 길옆으로 늘어선 수십만 군중은 타원의 기도를 올리고 십자가를 드신 성하께서는 시종들에 옹위되어 천천히 이편으로 걸어오신다. 조명은 성하를 따라 움직이고 은은한 전등빛아래 타오르는 횃불은 불타는 우리의 마음의 표시같기도 하다.
성하의 엄숙한 모습은 교회현대화는 단지 말로 토론하는 것만 아니라 모두 진정한 보속과 기구로 천주께 간구함에 있다고 가르친다.
이튿날부터 정식회의로 들어간 공의회는 매일 9시미사로 시작되고 「로마」시내 각처에 산재한 교부들은 아침 9시 10분전까지 회의장인 「베드루」대성당에 모인다. 일부전교지방주교들은 관비로 교황청이 지정한 여관에 살며, 배속된 특별「버스」로 출퇴근하며 그외 구미지구주교들은 자비로 원하는 여관에서 출퇴근 한다. 이래서 아침「베드루」성전광장엔 「공의회학교」에 등교하는 붉은옷 차림의 학생들의 모습이 또한 장관이다.
우리 한국주교들은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타야하며 개인미사는 여관에서 드려야 하므로 상당히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8시반쯤 대성당에 도착하면 대성당내 각처에 모셔있는 저마다 사모하는 성인들 제대나 무덤 앞에가 기구도 드리고 주교들과 만나 이야기도 한다.
미사는 보통 「라띤」전례로 드리지만 가끔 다른 전례로도 거행된다. 우리교회 내는 수집종의 전례가 있는데 가끔 그런 미사를 드림은 다양성 속에 통일성(UNITAS IN VARIETATE)의 아름다움의 표현이다. 미사가 끝나면 곧 토론이 시작된다. 토론은 원칙적으로 모든 교부가 누구든지 원하면 하게되어 있다. 그러나 조건은 어떤 문제를 토론하고 싶은 교부는 그 문제 즉 예컨데 신학교 문제면 신학교 문제의 토론이 시작되기 5일전 자기의 토론내용을 작성하여 비서실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토론하려면 교부가 많은 경우 비서실에서 정해논 기간동안(3일이면 3일 4일이면 4일) 토론을 시키다가 토론이 어느정도 진전되고 같은 토론이 자꾸나오면 사회하는 추기경이 문제토론을 계속할까 혹은 종결을 지을까 전체회중에 제안한다. 그러면 회중은 이미 오랜 토론에 지쳐 종결하자고 기립찬성 한다. 그러면 토론은 종결되나 그런데도 꼭 토론을 하고싶은 교부는 다른 교부 70명의 추천을 받아 다시 제의하면 토론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토론을 못하는 교부들은 자기제의를 서류로 제출하여 안건에 반영시킬 수 있다. 토론내용에 대해서 「가톨릭시보」에 많이 발표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이번회기중 「토픽」이 될만한 문제 한두가지를 말하겠다. 가장 큰 「토픽」은 교종께서 「유엔」에 가셔서 전체교부의 이름으로 평화호소를 하신 것이다. 이는 직접 공의회가 아니지 않느냐할지 모르나 이 사실을 공의회 회의록에 기록하도록 된 이상 공의회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교종은 「유엔」에서 돌아오는 길로 곧 교부들이 대기하고 있는 공의회장으로 들어와 「유엔」 방문보고를 한 후 전체인류는 한형제로 서로 협력하며 평화를 위해 진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수단의 한 대주교가 「현세계에 있어서의 교회」의안에 신자생활 토의때 부부중 한편이 무단히 결혼계약을 위반하고 도망가거나 타인과 동거할 때 혹은 불가피하게 결혼생활을 할 수 없을때 무죄한 편에게 재혼을 허락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토론을 했다가 좌절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38선 관계로 부득이 결혼생활을 계속못하는 교우가 많으므로 상당한 관심이 갔다. 이 주교는 이런 딱한 교우들을 위해 선의로한 발언인데 근본교리에 어긋나므로 많은 물의만 일으켰을뿐 오히려 공격대상이 되고 말았다. -계속- 「로마」서
池學淳 主敎(原州敎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