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말하기를 현대문명은 심야처럼 어둡고 현대인간은 난파선의 수부와도 같이 외롭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 인간생활에 반여가 되는 것이 「책」이라고 하면 어떠할까! 그런 의미에서 「책」이 지니는 값어치는 더 말할 나위없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책」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재보는 「바로메타」라 믿고 인간이 삶의 진가를 찾게 한다는 점에서 양서의 출판은 그 시대의 빛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을게다. 그러나 「베이컨」은 말하기를 「책」은 잘 살펴가지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며 어떤 「책」은 그 맛을 보는데 그치고 어떤 「책」은 모조리 삼키고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시말하면 한부분만 보면 되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끝까지 내려 읽어야 하지만 자세히 음미할 것까지는 없는 「책」이 있고 또 꾸준한 주의를 기울여서 읽어야만 될 「책」이 있다는 뜻일게다.
돌이켜 보면 우리 가톨릭 교우들을 위해서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그 「책」들이 얼마나 교우들에게 널리 보급되었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서운한 얘기지만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교우들이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데 귀결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필연적으로 재고되는 문제가 좋은 양서일수록 교우들에게 권면해서 많이 읽혀야 한다는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수반해서 우리가톨릭의 출판태도를 좀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가지의 외국서적을 가지고 세종류의 「책」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온다는 것은 출판이 하나의 난맥상을 이루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전교구에서는 재작년 12월부터 MBC 문화방송에 「5분 명상」이라는 「프로」를 마련했다.
1년이라는 시일이 흐르는 동안 청취율도 높아졌고 내용이 퍽이나 교양적이면서도 우리의 생활과 직결되는 얘기로서 누구나 좋다는 평과 함께 그것을 책자로 출판해 달라는 청취자들의 간청도 대단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기해 작년 1년동안 방송된 원고중에서 「百題」를 골라 출판을 했는데 현재 절찬리에 판매중에 있다.
필자가 여기에서 느낀 것은 첫째 교우들 보다도 외교인들이 도리어 이 「5분 명상」 책을 찾는다는 것이고 그 경향은 교리만을 파고드는 종교서적보다는 오히려 어슴푸레 하나마 문제만을 제시하는 즉 신앙의 길로 유도하는 듯한 내용의 서적을 요구하고 있다는 그것이었고.
둘째는 「책」이라니 엄연히 하나의 상품인 이상에는 우선 첫눈에 사고싶은 의욕이 생기도록 장정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되겠다는 그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가톨릭 중앙협의회」에 모든 출판물의 발간이나 또는 보금분제를 관리하는 「매스콤」과 같은 소위원회의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어떨까?
그 이유는 「책」만 홍수처럼 출판한들 실지로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는 막대한 출혈뿐이지 출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이고 무작정 보급에만 힘쓴다고 할 때 도리어 교우들로부터 혐오를 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쉬운만큼 출판의 권위와 「매스콤」의 획일성을 기하는데는 필요할 뿐더러 특히 교우들의 성향 등을 연구 · 검토 · 분석해서 적어도 가톨릭에서 출판되는 서적은 귀중한 보물처럼 교우들이 모두 간직하도록 해보자는 아쉬운 의욕에서이다.
杜峰 神父(大田교구 尙書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