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글벨」 부르며 버선 달아 놨어요 / 啓聖國民校 2年 임태훈
파월 장병 아저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추위에 이기는 씩씩한 어린이가 되려고 공차기 줄넘기 같은 놀이를 틈틈이 하면서 즐겁게 잘지내고 있읍니다.
참 그런데 저는 추위를 이기려고 애쓰지만 아저씨께서는 반대로 더위를 이기시느라고 애쓰시겠지요?
월남 더위는 32도가 넘는다면서요. 여기는 추워서 벌벌떨고 털옷으로 몸을 폭싸고 다니는데. 한국은 4계절이 있어서 좋은데 월남에도 4계절이 있나요?
「퀴논」 지방에 가계신 신부님으로부터 전해주신 이야기인데 「퀴논」 지방에는 인구가 6·7만명이고 피난민들이 2만여명이나 된다고요. 저는 피난을 가보지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아빠 엄마는 피난해보신 일이 있대요. 「바른생활」 시간에 많이 배워서 피난이라는 것이 굉장히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또 사회시간에는 자전거와 「오오토바이」를 배웠는데 「퀴논」지방에는 자전거와 「오오토바이」를 많이 쓴다면서요. 그럼 파월장병 아저씨께서도 자건거와 「오오토바이」를 타나요. 저는 월남을 생각하면 무성한 「장글」과 늪과 전쟁터가 제일먼저 떠오릅니다.
파월장병 아저씨들이 「베트·콩」을 많이 죽였다는 「라디오」를 듣고 저는 『파월장병 아저씨 만세』를 불렀답니다. 크리스마스날 저희들은 「징글벨」을 영어로 노래부르면서 선물교환, 상타기 잔치를 크게 열고 하루를 기쁘게 지내렵니다. 교실도 모두 「싼타」할아버지 성모님 아기예수님 그림으로 예쁘게 꾸미고 커다란 버선도 달아 놓았지요. 우리들은 착하기 때문에 모두 좋은 선물을 많이 받았읍니다.
아저씨들께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우리들이 정성껏 모아 보내드린 위문대를 받으셨는지요. 월남전쟁이 끝나면 몸 건강히 한국에 돌아오셔서 월남의 이야기 많이 들려 주셔요. 우리들은 용감하신 파월장병 아저씨들께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한 답니다.
눈이 하얗게 쌓이고 바둑이가 좋다고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대로 저도 함께 뛰어다닙니다. 방학동안 눈싸움 얼음지치기할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답니다.
파월장병 아저씨 다음에는 더 좋은 한국 소식 많이 들려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쓰겠읍니다. 부디 위험한 월남에서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 더운 곳서 성탄 맞기가 이상하겠어요… / 聖心女中 2年 박근혜(朴大統領令愛)
월남에 계신 아저씨 안녕하셔요? 저는 성심여중에 다니는 2학년 학생이예요. 그곳은 무척 덥다지요? 여기는 추운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저희는 요즘 시험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는 겨울방학을 합니다. 저희들은 크리스마스때 아저씨들께 적으나마 저의 성의로 모은 위문품을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것을 받으신 여러 아저씨께 기쁨이 되었으면 참 좋겠읍니다. 아저씨 그곳에서도 여기한국과 같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지요? 그곳은 국민들의 종교가 대개 여기와는 다르다지요? 아저씨 싸움이지만 기쁘게 지내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저씨 지금 한국에는 월남파병 아저씨들에 대한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신문이나 「라디오」등의 「뉴우스」를 볼때 아저씨들에 대한 소식이 있으면 저는 열심히 읽고 들어요. 언제나 훌륭하게 「베트콩」을 무찌르신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언제나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아저씨 우리 학교에는 중학교에 「알로이시오」회 고등학교에는 「천신」회가 있어 그 회원들은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있지요. 불쌍한 아이들을 모아 공부도 가르치고 그들에게 좋은 언니 누나의 사랑으로 돌봐주지요. 그외에 종교적 활동도 많이 하고 이번에 우리 「알로시오」회에서는 월남으로 위문품을 보냈어요.
아저씨 너무 우리학교의 자랑을 했나봅니다. 우리 조국의 명예로 갖은 일을 다하시는 아저씨, 아저씨들에게 천주님의 은총이 내리시어 항상 건강하시길 멀리 아저씨가 계신 곳을 향해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 이 아침에
東星高校 2年 / 宋容浩
당신의 성실한
使者 흰 눈은
그 옛날 그때같이
밤새 몰래 쌓이고
쌓였다오.
청아 한
하늘로엔
한없이 당신의 숨결이
미만(彌滿)해있고
초라한
나르시스트의
만상에 젖어있던
나까지도
당신과의 對話에
인색치않게된 이
아침입니다.
당신을 유리시켜 놓고
이름을 소유하고 있는
세상의 그 어느 것도
해체하고
형성할 수 없단걸
痛感한 이 아침입니다.
영광의 이 아침
복된 이 아침을 위해
주저없이
반공에
파원을 그리는
저 종소리도
무심히 들어오던
둔탁한 이 가슴을
때리고 가는 이 아침
이기도 합니다.
■ 울려 보내리다 평화의 종소리 / 曉星女大 佛文科 3年 李知映
서산마루에 뉘엿거리는 해를 붙들고 한해를 돌아다보고 또 한해를 계산속에 넣어 내어다 봅니다. 거리엔 밝고 풍성한 표정들이 「징글·벨」에 휩싸여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처음으로 당신들을 맞이하면 인사보다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어찌합니까?
야자수에 매달린 망고 열매를 음미할 겨를도 없이 작열하는 폭음과 포성속에서 전쟁의 진통을 앓아야하는 당신네들에게 진한 마음의 감사를 보내며 세모의 정을 함께 나누고 싶읍니다. 절실히 앓아야하는 생사의 신음, 폭풍애 지날때마다 헐떡이는 숨결을 쉬어야 함은 그 핏줄기마다에 애국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겠지요. 아직은 우리들 머리위에서 태양이 작열하고 있는 지금은 살아오르는 불길 앞에서의 한움큼 빛을 쥐고 힘찬 앞으로의 내디딤이 있어야 겠읍니다.
철조망에 널린 병사들의 내의와 유난에 쓰러진 피부림은 잘못된 역정(歷程)에 반납되어야 할 것이지만 당신네들은 젊음을, 참 인생을 덧있게 박차가는 한국의 젊은이들입니다.
천막생활에 까많게 그을은 얼굴들, 맹호청룡·비둘기의 「카키」색 작업복차림이 눈에 선하군요. 낮이면 여기 삼복더위와 같고 밤이면 초겨울을 생각하리만큼 기운의 차가 심하다는 우기(雨期)의 계속으로 질병이 많다는 거기 전지에서 얼마나들 고생이 크나요?
항상 이곳 동포들의 알뜰한 사랑은 불안과 걱정 속에 있읍니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카드」가 나붙고 「징글·벨」이 요란스럽게 도는, 무언가 아쉬움 속에서 이해도 저무는 지금. 즐거운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슬픔이 크지만 우린 뜨거운 축복을 바다멀리 보내고 있읍니다.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제야의 종소리를 멀리 당신네들 전지에까지 울려퍼지게 힘차게 종각을 두들기고 있는 겁니다. 한해를 결산하는 밤은 주고 받아야할 흥정이 서글프지만 계산에 남는건 그저 빈주먹뿐, 이 한해를 살아온 기록들을 말아쥐고 촛불 타오르는 앞에 나서면 무언가 가슴에 찔리우는 아픔은 어떡합니까?
다시맞는 새해엔 언제나 처럼 또 커다란(?) 기대를 걸고 그 궤도위를 걸으려지만 작심(作心) 사흘이 못가서란 진리에 넘어질까봐 두렵군요. 문풍지가 바람에 떨리우는, 여긴 겨울도 한창인데 부디이지 당신들 부모들이나 형제 아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고국의 품으로 잘들 싸우고 오십시오.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무한한 축복과 아울러 무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