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69) 내일 자거라! ③
발행일1967-02-12 [제555호, 4면]
제라르는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하며 별안간 몸을 돌이켰다.
마르끄는 라미씨가 결혼을 했는지, 아이들이 있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판사들과 혹은 순경들이 자기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내 방으로 와, 어머니 사진 보여줄께…』
마르끄는 그 얼굴이 아주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남의 어머니야 뭐!…)
그러나 이 친구를 기쁘게 해주려고 좀 오랫동안 들여다 보았다. 방이 훨씬 더 그의 흥미를 끌었다.
『이건 네 방이냐, 너 혼자 쓰는 방이야? 네 마음대로 꾸미고? 또 아무도 너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고?』
네 사람이 자는 더러운 공동침실, 스무명이 자는 깨끗한 공동침실 밖에 마르끄는 일찌기 다른 것을 알지 못했었다.
그는 벌써 그 방을 제 생각대로 꾸미고 있었다. 벽에는 권투 「글러브」를 쎄르당의 사진과 함께 걸고 비행기 모형, 사진, 「지블라타르의 무희」에 나오는 리타 헤이워즈의 사진을 붙이고 - 또 가죽안락의자,
이 사람아 여송연빛깔의 그 안락의자를 하나 말이야…
『얘』
하고 마르끄가 갑자기 물었다.
『넌 도둑질 할 마음이 든 적이 없니?』
『내가 가지려고 훔치는거 말야?』
『아니』
마르끄는 흠칫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말야!』
『돈을?』
『아니, 사…사과 같은 거 말야!』
『그야 있었지!』
제라르는 태평으로 대답했다.
『장삿군이 쫓아버린 작은 아이를 주려고 사탕을 두번 쌔빈 일이 있어』
『그래 잡혔더라면 어쨌겠니?』
제라르는 어깨를 들썩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빠가 무사히 만들었을거야!』
그러나 그 생각을 입밖에 내기는 부끄러웠을 것이다.
『운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
하고 마르끄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제라르를 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방이 있다는건 좋아, 그렇지만 어머니가 없다는건…』
자물쇠 속에 열쇠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그는 흠칫 놀랐다.
『아버지가 돌아오시는거야…』
『제라르』
하고 라미씨가 불렀다.
『너 거기 있니? 날 기다리지 않고 저녁 먹었겠지! 나는… 아니, 마르끄 아니냐! 너 여기서 뭘하고 있니 못된짓?… 중대한 건 아무것도 없겠지, 응?』
마르끄는 포켓에서 구겨진 종잇장을 꺼내 폈다.
『여기요』
그는 「어린 강도 세명이…』를 가리켰다.
라미씨는 침착하게 기사를 읽고 그 머리 사이로 구불거리고 있는 흰 머리춤에 손가락을 갖다댓다. 그의 주름 세갈래가 이마에 나타나 있었다.
『물론 네가 한게 아니지!』
라미쓰는 잘라 말했다.
마르끄는 머리를 쳐들고 숨을 내쉬었다.
『무죄하다는게 아무 소용 없다는 걸 너는 아직 모르느냐?…』
안다! 그러나 라미씨가 자기 편에 있으니까 그는 나머지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더 힘이 있는 것 같이 느꼈다….
『그럼 「까이드」냐?…』
라미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보다도 또 다른 녀석이지, 그 빠울로… 가엾은 녀석…』
『아빠, 아빠 저녁준비 해놨어요…』
제라르가 말했다.
『너희들은 먹었느냐?…그럼 먹어볼까? - 고맙다! - 그리고 너는 네가 아는걸 다 이야기해 다오.』
마르끄는 이야기를 주욱하고 창고에서 발견한 종이쪽지를 보였다. 라미씨는 그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고 그에게서 눈을 떼지도 않고 듣고 있었다.
『네가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건 내나 너나 다 잘 알고 있다』
라미씨는 마침내(그의 아들이 나간 틈에) 중얼거렸다.
『그 이야기는 다시 하기로 하자 - 허지만 제일 급한 것은 그게 아니다…제라르』하고 라미씨가 불렀다.
『「떼르느레」에서 아무도 전화 안했더냐?』
『했어요. 그렇지만 저한테는 아무 말도 하려들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고소를 했다.』
라미씨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그 사람을 원망하겠니?』
그러면서 갑자기 포크와 나이프를 거의 탁 소리가 나도록 접시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고 엄한 눈길을 마르끄에게 보냈다.
『그럼 어린 알랭 로베르는 어찌됐지?』
『우리하고 함께 떠나자고 했어요.』
소년은 떠듬 떠듬 말했다.
『그애가 바로 그날 돌아갔지, 아니냐? …가보니까 프랑쏘아즈 여대장도 없고 아무도 없었지, 그애한테는 너밖에 없었는데 네가 떠났단 말이지…』
『갠 뭐 제 생각 했나요, 그때…?』
『그앤 네 친구다. 마르끄야! 네가 그애를 보호해야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그런데 그애에게는 그때가 네 도움이 제일 필요한 때였어…….』
『메를르랭한테 약속을 했어요…』
『불량소년하고 네 친구 중에서 넌 참말로 잘못 골라잡았다! 어리석은 맹세와 형으로서의 네 의무와…』
마르끄는 반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기자신에 대한 반발이었다.
『근데 뭐 알랭 로베르는 거기 있지 않아요! 갠 아주 편안히 있단 말이에요!』
『편안히 있다구? 로베르 대장을 때려눕힌 것이 어쩌면 유일한 패짝인 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라미씨는 일어나 낲킨을 음식이 반쯤 들어 있는 접시 곁에 내려놓았다. 그때 제라르가 자기가 생각해 내 만들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후식을 가지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빠 나가요?』
제라르는 태연을 꾸민 목소리로 이내 물었다.
『성탄날 밤이니 너하고 같이 있었으면 더 좋겠다.』
라미씨는 천천히 말했다.
『허지만 일을 무사히 해놓고 싶구나…』
마르끄는 몸을 일으키며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자르, 나는 바보고 망할 자식이다!』
『오오! 그건 너무 지나친 말이다.』
라미씨는 여전히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허지만 너희들은 좀… 귀찮은 존재들이다 이 녀석들아!… 마르끄, 넌 여기서 자거라, 여기서는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떼르느레」로 간다. 돌아올 수 있게 되는대로… 오늘 밤으로 돌아오마. 제라르 키쓰해다오!』
라미씨는 지친듯이 외투를 다시 입었다. 제라르는 아버지가 갑자기 하도 늙어 보여서
『아빠!…』
하고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라미씨는 웃으며 왜 그러느냐는 뜻으로 눈섭을 치켜올리며 돌아섰다.
『판사님 하고 같이 「떼르느레」로 돌아갈 수 없어요?』
마르끄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지는 않으면서 물어보았다.
『그건 너무 간단한 이야길거다! 마르끄야, 사람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기계를 시동시키면 모든 것이 아주 복잡하고 아주 길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는 내가 사건제소를 받을 수 있는 「빠리」에 남아있어야 한다. 그게 네게는 가장 운이 좋은거다… 아무 걱정말고 여기 남아서 잠이나 자거라!』
『자지못하겠어요.』
『그건 정의다.』
라미씨는 약간 엄하게 말했다.
『알랭 로베르도 틀림없이 잠을 못자고 있다!』
그에게는 길이 끝이 없는 것 같이 보였다. 그의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받아 하나씩 하나씩 파란 암흑 속에서 나타나긴 하면서도 그 더만한 잠을 깨지 않는 얼어붙은 가로수를 지닌 연약한 도로, 밤과 겨울의 위장을 둘러쳐서 잘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적의를 품은 도로, 그가 지나간 다음에는 함정 모양으로 닫히는 도로… 「물룅」을 지나서 라미씨는 검사대리와 함께 이곳을 지난 것이 생각났다.
『이게 그 유명한 탈출로가 아닙니까?』
라미씨는 그렇지 않다고 확언햇었다. 그렇지만 - 타아잔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은 어린 소년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알랭 로베르, 마르끄, 빠울로, 메를르랭이다… 연쇄탈주, 「이빨」이 염려하던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전염병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판사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