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5) 아빠는 왕대포 ⑦
발행일1965-12-25 [제500호, 8면]
『깨우지 말…』
너무 늦었다. 뚱뚱한 순경이 벌써 그 애에게 말을 묻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어디 계시냐?』
『마르끄가 권총을 들고 있었다면(『구경(口徑) 64』라는 영화의 형처럼!) 순경을 쏘았을 것이다. 그는 겁에 질린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겁내지 마, 죠죠야!』
『뽀뽀!』
어린것은 겨우 말을 하게 되었다. 마르끄는 그에게 입을 맞춰주며 조금 간지렀다. 그러나 끝내 웃기지는 못하고 말았다. 손톱이 길게 자란 작은 손가락들이 그에게 매달렸다.
『형, 가지않지, 야?』
『얘 죠죠야, 나는 이 아저씨들 하고 처리할 일이 있다…(그는 녹음을 바꾸어 넣은 영화처럼 말했다) 아주 얌전하게 도루 자야 한다… 큰 침대에서, 야, 큰 침상에서 혼자 말이다! 넌 참 이쁘기도 하지!』
그것은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어린 것은 제 역을 아주 잘 해내고 있었다. 좀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마르끄 보다 잘했다…. 그래서 마르끄가 순경들에게로 돌아와
『이젠 준비가 다 됐읍니다!』하고 말했을 때, 뚱뚱한 순경은 『넌 참말이지 영화놀이를 하는 줄 아는구나!』하고 말했다.
『형!』
『왜 그러니, 죠죠야?』
『엄마가 저기 형 먹을 걸 채려 놨어!』
그는 돌아섰다. 식탁 한 구석에 접시 한 개가 놓여있고 빵 한 조각(그가 좋아하던 껍질 달린 빵!)과 큼직한 「치이즈」한 덩어리와 붉은 포도주 한잔이 있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더 볼 수가 없었다.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도 놀이도 고집도 모두 끝났다!
『엄마가… 내 저녁을… 채려 놓았다! 엄마가… 내 저녁을… 채려 놓았다.…』
그는 흐느끼며 이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어린 것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 매달리며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두 손을 떼려고 해보았다.
『형! 이거봐 형!』
자리옷에 구멍 뚫린 대로 그 조그만 엉덩이가 들여다보였다.
『엄마! 엄마! 엄마!』
이제 숨이 차서 마르끄는 이 한마디를 되뇌일 뿐이었다.
머리가 반백이된 순경이 살그머니 어린아이를 붙잡아 다시 누이고 담요를 다독거려 주고 귀에 대고 무엇인지 모를 소리를 했다. 조그만 목소리가
『진짜야?』하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내 약속 한다… 죠죠야!』
그리고는 마르끄에게로 도로와서
『이젠 가자, 꼬마야!… 네 동생을 생각해라, 그리고 빨리 가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마르끄가 소리쳤다.
『안가요!(죠죠는 침대에 다시 일어나 앉아 눈을 커다랗게 떳다) 안가요! 안가!… 엄마!』
그는 두 손으로 요리대의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었다. 그는 이제는 마구 울부짖었다.
『엄마아!… 엄마아!…』
어린아이는 울며 담요 밑에서 발버둥을 치고 귀를 틀어막았다.
『엄마아!…』
뚱뚱한 순경은 마르끄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러나 무지막지하게 다루지는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조금 전에는 이 녀석이 여길 오지 않겠다더니, 이제는 가질 않겠다니, 송아지처럼 끌고 갈수 밖에! 이 애가 엄마를 부르고 있지만 사흘전에는 아랍놈하고 놀아났다고 해서 제 엄마한테 팔을 둘러멨다던데! 아아니, 대관절 이 아이들 머리통 속에는 뭣이 들어 있다는 건가?…』
그는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반항을 하지 않은 몸둥이를 두 팔로 안고 갔다. 이 시간에는 내일 가져갈 책가방을 준비해 놓고 저 혼자쓰는 조그만 방에서 자고 있는 자기 아들과 같은 소년을 말이다….
『자아식 째째하게 그것두 못해!』하는 어느 아이나 다 그렇듯이, 동무들 하고 웃느라고 한번 그렇게 한것 외에는 사과를 훔쳐 본 일이 없는 자기 아들과 같은 소년을 말이다.
자기 아들과 같은 소년, 그러나 그의 머리에는 비교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다 「치이즈」 한쪼각 때문이란 말이야, 알겠나?』
그는 동료에게 단지 이렇게만 말했다.
『춥다 얘야 옷 입어라』 ①
출장에서 돌아오자 다리에는 곧 라미씨에게로 달려갔다. 똑같은 폭풍에 그의 머리를 헝클어 놓고 검은 제복을 펄럭이게 하는 것 같았다. 그의 감정이 그 얼굴에 나타나 보였던 모양이어서, 그가 오는 것을 아주 멀리서 바라본 판사가 소리를 쳤다.
『낙심하지 말게! 자네네 「그룹」은 그대로 해 나가네… 마르끄가 빠졌다, 그뿐이지~』
『그 사건을… 판사님 안녕하세요! 사건을 깔아뭉갤 수는 없읍니까? 결국 범죄는 없었으니….』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범죄가 있구 없구가 문제가 아니야! 허지만…(주름 석 줄이 그의 이마에 나타났다)
나는 마르끄도 보고 그 애 부모도 보았네… 다리애군, 그 애를 격리시켜야 했어. 그래서 아주 빨리 행동했네.』
『그럼 판사님은 저희들 「그룹」의 일에 아무 희망도 걸지 않으시는 겁니까?』
『천만에, 허지만 자넨 동네 의사구 나는 외과의사란 말이야… 우리 서로 서로 믿기로 하세!』
변호사는 약간 은은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마르끄는 제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가 필요합니다… 판사님은 모자를 모두 벌하시는 셈입니다!』
급작스런 몸짓으로 라미씨는 그의 왼쪽 옆모습(양반의 옆모습)을 변호사에게로 돌렸다.
『벌한다구? 그건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얼세!… 그들은 「보살핀다」는 건, 맞지! 두 사람을 다 보살피는 것… 한사람을 또한 사람을 위해서!』
판사는 그 흰 손을 세번째 흔들며 덧붙였다.
『나는 내 결정을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이봐, 마르끄는 바로 이 시간에 「떼르느래」로 가는 길일세.』
『훌륭한 교육 「센타」지요. 물론… 그렇지만 저는 그 애 부모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합니까?…』
『나는 세시간을 애써서 그 부모를 설복시켰네. 자네도 알지만,』
판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부모의 동의와 마르끄의 동의가 없으면 내 결정은 아무 소용이 없는 걸세… 왜 웃나, 다리에군?』
『제가 아는 법관이 어떤 얼굴을 할까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름은 말하지 말게!』
『…하긴 판사님이 사법을 이렇게 정의하시는 걸 다른 판사들이 듣는다면 다들 어떻게 생각하겠읍니까?』
『다른 판사들이 다 그벌거야!』
『거의 다 그럴 겁니다…』
『미래 전체가 그 「거의」라는 말에 날려 있는 걸세!』
라미씨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불레씨(이 분은 「거의」속에 들지않는 분이지요!)가 소년심판원 검사대리로 방금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읍니다. 두블레씨가 검사로 있으면 판사님은 좀 곤란하시겠읍니다!』
라미씨는 손가락을 흰머리 츰으로 가져갔다.
『벌써 시작되었다네! 어제만 해도 자전거 도난사건이 있었지…
난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네. 「검사대리님 어떤 소년이 자전거를 홈치면 사회에 대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자전거의 운명입니까? 또는 소년의 운명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