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올 주교형제 여러분과 거룩한 가톨릭교회의 사랑하는 아들 및 자녀 여러분에게
나는 내가 이미 마음이 좋은 모든 사람들을 향하여 발표한 권유, 즉 일반역년(曆年)의 첫날인 새해 1월 1일을 평화에 대한 결의를 다짐하는 특별 기념일로 바쳐줄 것을 역시 권유하는바 입니다.
이 날을 기념한다고 해서 전례력(典禮曆)을 변경시켜서는 안됩니다. 새해 첫날은 하느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흡수하는 날이요, 예수의 가장 거룩한 이름을 숭앙하는 축일로 그대로 남아 있읍니다.
그러한 거룩하고 사랑어린 종교적 축일을 지냄으로써 세계가 갈망하는 위대한 평화의 선물을 간구하는 기도와 명상과 그 함양에 반드시 선(善)과 지혜와 희망의 빛을 비쳐줄 것입니다.
존경하올 형제들과 사랑하는 아들 여러분들은 내가 평화문제에 대한 숙고와 평화호소를 되풀이해온 사실을 이미 주시했을 것입니다. 나는 그런 일을 나의 습관 때문에 되풀이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나는 그때그때에 관심을 끄는 화제가 되기 위해 그렇게 한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세계의 목자로서의 나의 의무가 요청하는 바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평화가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국가전체나 혹은 대부분의 인류까지도 파멸시킬 무서운 사건들이 태동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금세기 최근의 몇년 동안에는 오직 평화만이 인간발전의 참된 지침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야심에 찬 민족주의가 유발시키는 긴장이 아니며, 폭력에 의한 정복도 아니요, 허식적(虛飾的)인 질서의 지주(支柱)가 되는 억압도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평화가 그리스도교 신앙 행위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였읍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 신자는 예수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평화 즉 『그(그리스도)는 우리들의 평화함이시다』(에페소 2·14)와 그리고 그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에페소 6·15)에서 말하는 평화와 꼭 같은 평화를 선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그리스도는 만세만민의 화해를 이루셨고, 우리는 당신의 제자들 처럼 『화목하는 자들』(마테오 5·9)이라 불려지고 있읍니다. 요컨데 참된 평화를 발산시킬 수 있는 것은 복음뿐입니다. 복음의 평화는 인간을 둔하고 연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폭력 충동과 호전성(好戰性)을 이성(理性)이 있는 남성적인 미덕과 진정한 인도주의가 충만한 마음으로 바꿔줍니다.
끝으로, 내가 그러한 평화호소를 되풀이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묵시록의 천변지이(天變地異)와 다름없는 어떤 새로운 큰 재앙이 제 민족간에 발발할 위험에 직면하였을때 침묵을 지킴으로써 하느님과 역사의 견책을 받는 일을 결코 원치 않기 때문이었읍니다.
인간은 항상 평화를 거론해야 합니다. 세계는 평화를 사랑하기를 배워야하고 평화를 구축하여 수호하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전쟁재발의 서곡들(국가주의적 경쟁, 무장(武裝). 혁명도발(挑發), 인종간의 증오감 보복 등등)과 또한 적을 마취시키기 위한 평화주의의 전술적 함정들을 인간은 극복해야하며, 인간의 가슴속을 정의감과 의무감 및 희생정신으로 포만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의 인간과 후세의 인간들이 진리와 정의와 자유와 사랑에 바탕을 둔 평화를 자각하고 사랑하도록 각성시켜야 합니다(교황 요안 23세의 「지상의 평화」 참조) 그러므로 1968년이 시작되는 날 우리의 숭고한 이념인 평화를 엄숙히 기념하도록 합시다.
복음을 믿는 우리는 이같은 기념행사의 밑바탕에 복음사상의 보물들을 쏟아 넣을 수 있읍니다. 그것은 유일한 절대자이신 천주성부로부터 나오는 세계 만민의 형제애이며 실제이든 희망이든 간에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와 일치되게 하는 성체성사를 통한 형제애이요, 성신으로 말미암아 양심으로만이 아니라 그 과업과 최후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일치에로 불러들이는 예언적 소명으로 인한 형제애입니 다. 복음의 교훈 적 용서하고 또한 자비심을 가지라는 교훈으로부터 우리는 사회를 쇄신할 힘을 얻을 수 있읍니다. 존경하올 형제들과 사랑하는 아들 여러분 무엇보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유일한 무기를 가질 수 있읍니다. 그것은 기도입니다. 기도는 도덕적인 사조를 앙양시키고 초자연적인 힘을 발동시켜 정신적 및 정치적 쇄신을 가져오는 기한 「에너지]를 지닌 것입니다.
또한 기도는 인간 개개인의 가슴속 깊이 잠재해있을 지도 모르는 증오심과 난폭성에 관하여 각자가 내적으로 또한 진지하게 자문(自問)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은총이 가득한 1968년(희망적인 신앙의 해)이 평화를 간구하는 기도로 시작되도록 분발합시다. 지금 내가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바는 우리들의 교회와 우리들의 가정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를 바쳐달라는 것입니다. 희생이신 그리스도를 향하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고 간구하는 교회와 세계의 장엄한 합창에 한사람의 목소리도 빠지지 않도록 합시다. 나의 교황강복이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빕니다.
「바티깐」에서 1968년 12월 8일 교황 바오로 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