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70) 내일 자거라! ④
발행일1967-02-19 [제556호, 4면]
『만약에 두블레가 신문을 주의해서 읽었으면 금요일 공판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 것이고, 아이들은 무슨 영문인지를 통 모를 것이다!… 그리고 다음달에 내가 재판소를 아주 떠나는날이면…』
쓸쓸한 이 도로, 적막한 이 밤에 피로한 여행자는 「실망」밖에 다른 동행을 얻어만나지 못했다. 실망은 그의 곁에 자리잡고 떠날줄을 몰랐다.
라미씨는 왜 어떤 네거리를 지나고 나서 바로 속도를 줄이고 앞유리를 닦고 몸을 앞으로 내밀고 어둠 속을 뒤져보았는지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안에서 누군가가 아마 누구를 만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헤드라이트 불빛과 어둠의 경계선에서 어떤 조그만 형체를 발견했을 적에 놀라지를 않고 오히려 안심을 한 까닭이었다. 그 형체의 그림자는 엄청나게 커졋다가 도로 측면의 어둠 속으로 쭈뼛거리며 사라졌다. 라미씨는 브레이크를 밟고 문을 열고 불렀다.
『알랭 로베르!… 알랭 로베르!…』
대답이 없다. 그는 차에서 나와 조용한 밤속을 더듬더듬 찾아야만 했다.
『알랭 로베르, 왜 숨니?…』
그는 소리쳤다.
『나가, 라미씨야!…』
(아무것도 움직이는 것이 없었다) 알랭 로베르 네가 왜 나왔는지를 나는 잘 안다. 허지만 네가 어디로 가는지는 너 자신도 모르지!… 그리고 실망은 아무 소용도 없는거야!…(자기자신 조금 전에는…)』
『혹 그애가 아니라면』하고 라미씨는 생각했다.
『난 우스꽝스럽게 되는거다… 자, 아무래도 그애가 아니야!…』
그러다가 별안간 소년을 그 얼어붙은 굴 속에서 끌어낼 수 있는 단 한마디의 말을 생각해 냈다.
『나는 그 일을 저지른 것이 마르끄가 아니었다는 걸 네게 말해주려고 일부러 오는거다! 마르끄는 무죄해, 얘야! 마르쓰는 돌아온단 말이다!』
그러니까 집 잃은 어린 소년이 어둠 속에서 나와 그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알랭 로베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오다가 달아날 수 있도록 꽤 멀리 떨어져 발을 멈추었다.
『판사님은 그걸 맹세하세요?』
소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죽음을 걸고 맹세하세요?』
『맹세한다』
라미씨는 아주 점잖게 말했다.
그러면서 라미씨는 달려가 방금 그 딱딱한 행길에 고꾸라진 조그만 검은 몸둥이를 주워 올렸다. 알랭 로베르는 지나친 고독 부끄럼 침묵 추위로…
그들이 성애밑에 잠들어 있는 「떼르느레」로 더할 수 없이 조용히 돌아왔을 때에 라미씨는 말했다.
『얘야, 침실로 다시 올라가서 아무한테도 한마디도 하지마라, 네… 산책은 우리 둘 사이에 비밀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빨」은 아직 깨어있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라밌는 반지 두개가 끼어있는 흰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마르끄는 내 집에 있오, 제 발로 걸어왓어요 물론 무죄이고! 빠울로는 자동차를 가지고 사라졌고 메를르랭은 「빠리」에 숨어있오. 로베르 대장은 위험한 상태요?』
『천만에요』
『고소를 했오?』
『그랬답니다.』
「이빨」은 할 수 없다는 몸짓으로 대답했다.
『그사람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이요?』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읍니까?』
『별 소용이 없지』
라미씨가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는 마귀라도 권리를 상실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만약에 그 사람이 고소를 취하한다면은?』
조금뒤에 「이빨」이 물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조치를 더 자유롭게 취할 수가 있게 될거요…』
『가령 빠울로 보다 훨씬 죄가 덜한 마르끄의 사건과 「까이드」의 사건을 분리시키는 따위…』
『저는 저 자신을 원망합니다』
「이빨」이 다시 말했다.
『벌써 빠울로와 헤어졌어야 했을텐데1 그렇지만 저는 아무리 나쁜 아이라도 그애를 내버려두기는 싫습니다… 열 다섯살』
그는 자신에게 혼자서 말하는 것처럼 덧붙였다.
『열 다섯살… 가엾은 녀석…』
『그래 따에리는 잘 있오?』
그를 살펴보던 라미씨가 갑자기 물었다.
『그리고 마미는? 마니는 잘 있오?』
그의 「이빨」이라는 별명의 근원이 되는 그 미소가 하도 환하게 피어 오르는 바람에 라미씨는 더 기다리지 않고 덧붙였다.
『아아니, 벌써 난건 아니겠지?』
『왜요 엊저녁에 났읍니다. 아들이요!』
『그럼 모두가 잘돼갈거요, 이빨! 최선의 것과 최악의 것이 오랫동안 함께 살 순 없는거니까!』
『원 천만에도! 우리 소년들 각자에 그러고! 또 저희들 각자 안에도 그렇구요…』
『애기 대부를 벌써 정했오? - 참 무슨 본명을 붙이기로 했오?』
『빠스깔이요』
『애기 빠스깔의 대부 말이요』
『안정했읍니다.』
『그러면』
라미씨는 「이빨」의 팔에 손을 갖다 얹으면서 말했다.
『내가 청할 것이 하나 있는데 알랭 로베르를 택하시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