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16)
폭풍~ 印度洋(인도양)의 마지막 偉客(위객)
오락회서 조차 시종 침울한 소련사람들
발행일1967-02-19 [제556호, 4면]
【12월 17일 金】 세면소는 한꺼번에 몰린 사람으로 와글와글 뒷공론이 구구하다. 러시아 사람들이 출연한다고 하고선 겨우 대표되는 한사람이 송아지 노래 비슷한 동요조의 가락만 응얼응얼 하다 들어갔다. 왜 그들은 즐길줄 모르는가. 이런 행사때는 1·2등 손님들도 함께 자리를 하는줄 알았더니 깜깜 소식이다. 이렇게 규칙이 엄하고 구별이 심한 것일까. 판매점도 2등에 있다가 3등객이 드다든다고 3등실에 따로 마련해 주었다. 연예(演藝)도 등내(等內)에 든 사람만 1등실에서 초대할 것이라 하니 무엇 우리를 「쇼」단으로 보는가.
【12월 18일 土】 요란한 빗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해상엔 거친 파도가 일고 있었다. 날씨조차 찜찜한데 강풍이 휘몰아친다. 아니나 다를까 선원들이 벤찌를 들고 침소로 내려와 창을 모두 밀봉하기 시작했다. 3「미터」두께의 유리창에 쇠뚜껑 그리고 쇠창문 아래위층 모든 창문은 굳게 닫혔다. 이윽고 태풍이 닥쳤다. 선반의 물건이 좌르르 굴러 쏟아진다. 가만히 앉아보면 사람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것 같다. 좌왕우왕 앞으로 꼬구라지는가 하면 또 뒷덜음을 친다. 오총무는 마이크로 어린이는 갑판에 올라가지 않도록 하라는 선장님의 지시를 방송했다.
장대같은 빗발이 갑판을 때린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K씨가 어린이를 돌보며 갑판으로 갔다가 넘어져 이마에 부상을 입었다. 격심한 배의 「롤링」에 어른도 맥없이 쓰러진다. 배는 바다에 푹 잠겨가는건지 허우적거리는건지 모르겠다. 배의 뒷쪽에서 보면 산더미 같은 파도에 몰릴때 마다 배의 몸체가 S자형으로 또 그 반대로 유동성 있게 고이는 것 같다. 앞갑판에서 보면 밀어닥치는 파도의 높이느니 2·3m씩이나 된다.
층계에서 구르는 사람, 그릇을 떨구는 사람,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배멀미다. 이번엔 누구나 안하는 사람이 없고 특히 부녀자들이 심하다. 그래도 남자들은 갑판에 올라갈 힘이 있지만 부녀자들은 모두 그대로 자리를 펴고 누워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있는데 공기조차 탁하고 멀미약도 이 경우엔 무용지물, 어린애를 가진 부인들의 시달림은 말할 것도 없다. 움직이기만 하면 울컥울컥 기우게 된다. 인도양은 마지막으로 그 위용을 보여줄 모양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하잘것 없는 존잰가. 저 거대한 파도에 삼켜진다고 세상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지옥으로 빨리 들어가는 듯한 항해를 저 노아에게 주신 하늘의 언약, 신의 은총을 믿지않는다면 어찌 감당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