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뻐스종점에서 한참 걸어가면 잘못한 청소년들을 가두어 놓고 새로운 인간으로 개조하는 소년원(청소년교도소)이 있다. 12세부터 20세 사이의 소년소녀들이 응달에서 자기 잘못을 수개월에 청산해야 할 어린싹들이 무려 1천3백명이나 된다.
오늘도 오후2시에 소년원 제2동에 교리를 가르치러 찾아간다. 갓들어온 아이들이 제일많이 수용되어 있는 제2동에는 5백여명의 아이들이 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마당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하다. 힐끔 힐끔 어떤 아이들은 창너머로 내다 보기도 한다. 자유가 없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전체 분위기가 한적하고 쓸쓸하며 음침하기만 하다. 제2동 정문에 들어서니 비꺽! 하고 쇠빗장을 완장을 낀 한 아이가 열어준다. 이 집의 구조는 마치 일반중고등학교 교사같이 생겼으나 좀 다른 점은 긴 통으로 양쪽으로 조그마한 방들이 줄을 지어 있다. 일이층 합쳐서 30여개의 방이 있고 그 중 20여개는 침실 내지 거실이고 그외 방들은 특수교육을 위한 방들이다.
대변기에도 굵은 쇠로 가로막아놓고 도주를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난로란 것은 없다. 오늘도 날씨가 추워서 모두들 푸르스름한 이불에 몸을 쑤셔박고 머리만 바깥으로 내놓고 있다.
「종교반」이란 완장을 낀 한 아이가 복도 중앙에서 「각 반 차렷」하고 괴상한 목소리로 구령을 하니 각 방에서 한명씩 재빠르게 뛰어나와 부동자세로 문앞에 서서 한달을 받는다.
『천주교 시간에… 희망자는…』 하면서 전달을 한다. 매주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가톨릭 교리시간임을 모두들 잘 알고있다. 전달이 끝난 조금 후에 각 방에서 아랫층 종교방으로 쿵쿵 소리를 내며 모여든다. 『조용히 못해!』하면서 향도가 주의를 준다. 5백여명중에서 가톨릭시간에 나와 교리 배우기를 희망하는 아이가 3백여명이나 된다.
그중에는 이미 영세를 한 아이들도 여러명 있다.우리 수련생 3명은 한반에 백여명씩 나누어 3반으로 편성됐다. 조그마한 교실에 까까머리 친구들이 바둑알 같이 열을 지어 앉아 부동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검붉은 얼굴로 약해보이지 않으나 묵묵한 그들의 얼굴들은 처량하기만 하고 어딘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 듯 하다. 처량한 어린 얼굴들의 뒷면에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이곳에 오기전까지 결핍된 사랑의 역사들이 가지각색으로 숨어있다.
36도의 스토브 2백여개가 열을 발산하니 방안 공기는 좀 훈훈하여진다. 비록 그 공기는 몸속에서 나온 가스와 옷 · 몸에서 나온 냄새로서 좀 탁하긴 하나 코에 배이면 아무렇지도 않다.
재미있는 동화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성인 이야기 이솝 이야기 예수님 이야기들을 한다. 틀에 박힌 듯한 딱딱한 규칙생활을 해서 그런지 얼마나 열심히 재미있게 듣는지 모른다.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눈들이 눈물로 반짝이고 재미있고 웃으운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고로움을 다 잊고 묵묵하던 그들의 얼굴이 웃음으로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묵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인간을 입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좀 심각하게 이야기하면 눈을 지긋이 깜고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열심한 그들의 모습을 볼 때 절대로 나쁜 짓을 한 아이들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불운한 가정환경과 메마른 사회가 가들에게 필요한 사랑을 주지 못했기에 불행하게도 이곳으로 오게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잠시동안 변소에 갔다와서 다시 경문교리와 노래교리를 계속한다. 성가나 짤막한 돌림노래를 가르쳐 주면 당장 외워서 얼마나 잘 부르는지 모르겠다. 경문도 소리를 맞추어서 잘 한다. 특히 성호경을 통일적으로 절도있게 얼마나 잘하는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는다. 한마디로 본당 중교등학생들의 교리반 태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실하고 열심하다. 오후네시가 되면 그들은 또다시 딱딱한 규율생활로 되돌아가야 되고 우리는 돌아와야 된다. 교리가 끝난 후 어느방에 들어가 보니 벽에는 성모님상본도 붙어 있고 부처님 상본도 붙어있다. 또한 벽에는 편지함이 달려있고 크리스찬신문 불교신문 새벗이 꽃혀있다. 고마운 사람들이 보내주어서 재미잇게 휴게시간에 읽는다고 한다. 책장이 다 헤어진 것을 보니 돌아가면서 많이 읽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섭하게도 가톨릭시보나 가톨릭소년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 아이에게 여기서 생활하기가 무척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여기와서 반성도 많이 하고 배우는 것도 많지만 동생들이 보고싶고 집에 가고 싶고 바깥이 그리워서 못견디겠다고 한다. 각 방에 한부씩만 「시보」 「소년」을 넣어주시면 25명의 아이들이 다 헤어지도록 돌아가면서 읽고 또 읽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응달에 묻혀있는 그들의 어린마음을 따뜻한 사랑으로 우리ㅗ해주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朴弘(예수회 수련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