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鄕愁(향수)」를 일깨우며 聖歌(하늘) 하늘의 별과 노래한 「고요한 밤」이야기
오지리의 寒村(한촌)
韓國(한국)처럼 分團(분단) 되었던 「오베른도르프」서
作詞(작사)…詩人(시인) 요셉·모어 補佐神父(보좌신부)
作曲(작곡)…無名(무명)의 國民校講師(국민교강사) 구루베
해마다 성탄날밤이 되면 온 세계 방방곳곳에서 한날한때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노래한다. 많은 성탄노래 가운데서도 이 노래만큼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평화롭게 하며 또 하나 다른 세상에까지 향수를 일깨워주는 노래도 없으리라. 이 노래야말로 성가요, 성탄의 깊은 감격을 하늘의 별들과 더불어 노래하는 성탄 찬가라 하겠다.
이 성탄노래가 지금으로부터 147년 전인 1818년 오지리의 한촌(寒村) 「오베른도르프」에서 처음으로 불리워지면서부터 온 세계에 전파되기까지에는 가지가지 사연들이 있다.
「오베른도르프」라고하면 대구에 계시는 서기호(루디·徐基湖) 신부님의 고향인 「살쯔불그」에서 멀지않은 「쌀짜흐」강변, 그 당시는 사공들의 조그막한 마을이다. 남자들은 「하앙라인」에서 소금을 받아 오지리 전국으로 물길을 따라 공급하며 멀리 「린쯔」 혹은 「위」까지 가곤했다.
아버지가 남편이 혹은 애인이 한해의 일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올때까지 동민들은 얼마나 마음조린 나날을 보냈으리. 불안과 가난 속에서 보낸 일년이었다.
성탄을 앞두고 기다리던 사공들은 배를 몰고 속속 가족들한테로 돌아왔다. 한편 구라파 각국을 괴롭히던 「코르시카」의 폭군 나포레온도 「생트·헬레나」로 유배된지 2년반 지겹던 전화(戰禍)도 이제 가시고 이 「알프스」의 산촌에도 평화가 왔다. 그러나 독일 「바바리아」의 막쓰·요요세프왕과 오지리의 프랑쓰 황제 사이의 정치협상으로 「살쯔불그」 지방을 다 돌려주면서 「쌀짜흐」강 저편 「라우펜」마을만은 독일령으로 남겨주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은 서로 내왕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 친척 애인들은 서로 건너보면서도 만날 수 없는 분단(分斷)의 쓰라림을 정치라는 마물때문 누구보다도 뼈져리게 느낀 것도 이 「오베른도르프」의 마을 사람들이었다.
오늘날의 우리의 형편과 어쩌면 이렇게도 꼭 같은가 싶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이 온 한국, 국제정치라는 장난때문에 분단된 38선, 해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성탄을 축하할 수 없는 남북한의 한 가족, 각각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 부르는 「고요한 밤」. 1세기반전의 「오베른도르프」 사람들의 실정은 바로 오늘의 우리의 마음이었다.
「알프스」의 눈보라도 멎고 집집마다 석유등이 켜질 무렵, 동민간에 슬픈 소문이 돌기시작 했다. 성당풍금이 못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풍금이 너무 낡아 소리가 나지 않느니, 혹은 쥐들이 풍금의 바람주머니를 갉아먹어 망가졌다느니 하는 말들이었다. 성탄을 맞는 동민들에게 또 하나의 슬픔이었다.
음악이 없는 성탄이다. 즐거움이 없는 성탄이었다. 본당 「니꼴라스」성당 보좌, 모어 신부는 이따금 시(詩)를 써서 혼자 감격하는 시골본당 보좌신부다. 가지 가지 슬픔을 「고요한 밤」에 읊었다. 이 마을에는 또 하나 젊은 예술가가 있었으니, 국민학교 음악교사 구루베가 이 마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악기 「기타아」를 들고 왔다.
무명의 숨은 시인 요셉·모어 신부는 마을 사람들의 슬픈사연들과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강하나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한 세속적인 권력, 「쌀짜흐」강에는 몇개의 다리도 있었고 나룻배도 있었지만 「권력」은 두 이웃을 가로막았으니 「세상에 소금」을 나르던 착한 사공들과 그 가족들이 이 「분단」을 앞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동경하고 기도하는 길밖엔 없었던 것이다.
자정미사를 알리는 두 마을의 성당종소리는 이 인위적인 한계선을 덮어 어두움을 뚫고 서로 메아리치며 화음이 되었다. 모어 신부의 노래, 가장 세속적인 악기 「기타아」로 반주하는 방지거·사베리오·루르베의 곡조는 그들 두 젊은 마음과 더불어 혼연일치하여 교우들의 심정을 울리며 마음깊이 스며들었던 것이다. 화합(和合)과 일치(一致)는 성탄의 기적이다. 이기적이 인류를 구원한다.
신부 모어와 평신자 구루베. 평소의 우정과 아울러 사제와 평신도의 일치의 노래, 두 마을 사람들의 같은 심정의 기도가 화음하는 가운데 천상과 지상의 일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성탄의 기적을 낳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이 노래는 그 이듬해 봄이되고 눈이 녹은 뒤 풍금수선공이 발견하여 가는 곳마다 전파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金達湖(慶大敎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