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를 받고 대뜸 느낀 것이, 가깜고도 먼 것이 종교계라는 것이었읍니다.
종교라 하면 문헌을 통해서만도 그 생성과 동태를 엿볼 수 있지만 종교계 하면 이미 접촉없이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며 종교인은 깊이 사귀지 않고 평가하지 못합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사이는 성당의 담장의 안팎에 불과한 것 같은데 비종교인으로서 소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성 종교 가운데서도 대종교에 속하는 종교는 대학을 나온 신부나 목사가 대중앞에서 교의 원리를 가르치고 그리고 장엄한 의식과 철학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지만 그것은 종교 자체의 권위라 하겠고 종교인이라 하면 그 「리이더어」를 뜻하는 것이므로 평가의 대상이 전혀 달라집니다.
종교계 「리이더어」의 자세에 대해 언급해야 되겟다는데 그것을 문밖 사람은 경솔히 입에 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까닭은 이러합니다. 종교의 「리이더어」를 천직으로 (좀 더 통속적으로 말하면 직업적으로) 아는 외의 행동에 대해 일반은 주시하게 되는데 최근의 종교인들의 사회참여가 두드러진 것이 눈에 띄어서 어쩐지 본래의 권위에 빗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때문입니다.
종교인은 개인 혹은 자연인의 자격으로 국법이 용인한느 한도에서 얼마든지 사회에 참여할 수 있읍니다. 그런데 그것이 종교의 권위 내지는 세력을 등에 업은 집단 행위이며, 그리고 진위(眞僞)를 알 수 없는 성명 나열의 성명서로써 세상에 「아필」한다는 것은 비종교인으로서 진맥(診脈)도 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읍니다.
종교가 구국(救國)하는 경위는 인류 개개인의 영혼을 구제함으로써 그 개개인이 구성한 국가를 건지는 것이라 알고 있읍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에 적대하는 사람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뻗는데 평등한 박애정신이 깃들여 있읍니다.
또 종교계 출신의 위대한 인물이 대중 앞에서 우국의 열변을 토해 많은 동조자를 얻는 경우도 있읍니다.
그러나 종교의 한 파벌같은 인상을 주는 「그룹」이 공동으로 성명함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근래에 생긴 일입니다. 나는 「사회」라고 완곡하게 말했읍니다만 솔직히 「정치」라고 줄여서 말할까요?
근대 정치와 정치인의 세계는 노골적으로 정당이라는 파벌이 마찰에 의한 정치입니다. 이 마찰이 있음으로써 집권자의 독주를 막고 견제하며 그리고 좀더 나은 사회 발전으로 이룩되는 것입니다. 그대신에 마찰하는 수단에 있어서는 고도로 지능적인 권모술수가 펼쳐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때엔 그 진의를 의심할 정도의 야비한 술수조차도 태연히 감행하고 있어서 순수한 어린이들이 본받을까 겁날 지경의 짓도 횡행되고 있읍니다.
이러한 정치 풍토에 종교의 「리이더어」들이 집단으로 또는 공개적인 서명 형식을 써서 참여한다는 것은 그 진의야 어쨌든 어딘가 정치인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평소에 얻어온 신망을 마치 극약을 쓰는 경우처럼 효과있게 써보자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과연 이것이 큰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신도를 이끄는 힘은 어디까지나 일대일의 힘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양을 거느리는 목자는 일대일의 힘으로 양을 인도하는 것입니다.
결코 양과 양이 상통된 감정을 느껴 목자의 뜻에 좇아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오직 군대가 있을 뿐입니다.
나는 문밖 사람으로 금년이 마침 선거의 해이라 존경하는 종교계의 여러 분에게 충언하고 싶었던 것이며 선거가 아니더라도 정치적 파동(대개 흐지부지되는 것이 한국의 정치파동)에 몰려들지 말기 바라는 바입니다.
소극적인 말씀만 드렸읍니다만 적극적인 충언으로는 종교를 좀 더 대중 속에 밀고들어가라는 것입니다. 정체를 알기 어려운 신흥종교 또는 유사종교가 일시나마 신봉자를 거의 열광케 하는 까닭은 기성종교가 너무 그윽한 신역(神域) 속에 자셀ㄹ 높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우기 국책이 개방주의로 나아갈 때는 외국에서 새 종교가 활개를 치고 들어옵니다. 이 새 종교가 사실은 저희본국에서도 식자간에 비판의 대상이 되어있는 것이언만 여기서는 마치 무인지경을 달리는듯이 활기를 띠고 있읍니다.
이러한 것은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어 잇더라도 그냥 방임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나는 좀 더 기성 종교, 특히 가톨릭의 종교인들이 대중 앞에 나서기를 바라는 사람의 하나입니다.
趙豊衍(한국일보 論說委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