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 남짓 미국에 있으면서 저는 여러 면에서 자녀들을 해외에 보내고 있는 분들 중에 많은 이들이 자녀들의 영신생활에 소홀한 점을 통감하여 왔읍니다.
그래서 이번 귀국한 길에 가톨릭시보의 지면을 빌어 신부로서 그러한 실정을 본국의 부모 형제들에게 알려 드림으로써 앞으로의 참고로 삼으시도록 부탁하고자 합니다.
미국에 가있는 한국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대체로 우수하여 다른 나라의 유학생보다 뒤지는 일은 거의 없읍니다. 그러나 고국을 멀리 떨어져 외로운 환경에 놓여있는 그들에게 자주 집안소식을 전해주고 곁들여 그들의 영신생활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미국에 가있는 한국인 신부라고해서 나를 찾아오는 신자의수는 상당히 많습니다. 미국 지리에 어두워서 나를 찾지못할때는 내가 차를 몰고 달려가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부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도 괴롭다고 여겨진적은 없읍니다.
신앙적으로 위험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가 상당히 있기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것만 고맙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주로 여성들에게 있는 일이지만 처음에는 자주 찾아오고 하던 학생이 차츰 발이 뜨더니 난데 없이 결혼청첩장이 날아들어 놀라게하는 일이 여러차례 있었읍니다. 더우기 놀라운 것은 그 상대자가 프로테스탄이거나 무종교자로서 사전에 당연히 교회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를 도외시하고 자의로 처신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가족이 그들 자녀에 대해서 종교적인 관심을 소홀히 한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는 교회 당국의 책임도 있지만 우선 일차적으로 가족이 반성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가톨릭 학생들이 길을 잘못들지 않게 하기위해서 여권수속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교적과 교회관계 서류라는 것을 이 기회에 말해 두고 싶읍니다.
외국에 가서 남녀신자가 결혼하려면 본국의 본당에서 발행한 교적증명이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예비지식이 없는 신자들이 아무리 급하게 서둘러야 증빙서류가 갖추어지지 않고는 처리할 수가 없읍니다.
나는 나대로 신부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워싱턴 대성당」에서 한달에 한번씩 한국인 유학생을 위해 우리말미사를 드려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읍니다. 이 일을 위해 그 당시 주미대사관에 있던 홍미카엘(현재 국무총리비서실장) 공사의 절대적인 협력이 있었다는 것을 이 기회에 말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톨릭 출판물의 보급입니다. 한국을 일단 떠난 사람들은 그때부터 국내 소식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의회 이후 급격히 변해가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그들은 모르고 있읍니다. 가톨릭시보에 게재된 중요한 기사나 사설같은 것을 복사해서 그곳 신자들에게 자주 돌려준 일도 있지만 그런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것들은 교회의 처리를 바라보기 전에 국내에 있는 가족들이 세속적인 걱정에만 골몰하지 말고 그때 그때 일러주거나 교회 출판물을 보내주어 그들의 영신생활면도 아울러 돌봐주어 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끝으로 국내에 계시는 가족들에게 거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에 가있는 자녀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자주 알아보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영신상위험이 다가오기 전에 현지에 있는 나에게 연락해 주시기를 바라고 싶읍니다. 몸이 아픈 사람은 의사를 찾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건강을 위해서도 자주 신부를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며칠 후 임지로 돌아갈 나의 미국주소는 REV.ALEXANDER LEE, ST.PETERS CHURCH, 720SH ERMAN AVE, PLTTSBURGH, PAL 5212 U.S.A
李庚宰(美國駐在神父)